‘13조원 여유’ 국민연금은 산타 모자를 쓸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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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원 여유’ 국민연금은 산타 모자를 쓸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2.01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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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 4월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리밸런싱(자산 조정) 체계를 논의하고 국내주식 보유비중 한도를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사진은 보건복지부 장관인 권덕철 기금운용위원장. /자료사진=보건복지부
지난 4월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리밸런싱(자산 조정) 체계를 논의하고 국내주식 보유비중 한도를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사진은 보건복지부 장관인 권덕철 기금운용위원장. /자료사진=보건복지부

“10년 전 리밸런싱이라니… 시대가 변한 만큼 국민연금도 변해야 산다.”

지난 4월 9일, 국내 주식을 연일 팔아치우던 국민연금의 매도 행진에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전략적 자산 배분(SAA) 허용한도를 올리는, 리밸런싱(목표비중 유지규칙) 변경에 합의한 것입니다. ‘박스피’ 코스피가 반등 모멘텀을 얻은 것입니다. 이 같은 조치에 국민 반응은 딱 둘로 나뉩니다. 주식투자자와 투자를 하지 않는 자.

‘산타랠리’. 크리스마스를 사이에 두고 연말과 새해 초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박스피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까지 덮치자, 투자자들은 올해 산타는 오지 않을 거라고 믿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증시 큰손인 국민연금이 산타 역할을 대신했으면 하는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량은 169조4950억원어치로, 전체 기금자산 평가액의 18.4%를 차지했다. /자료=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량은 169조4950억원어치로, 전체 기금자산 평가액의 18.4%를 차지했다. /자료=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1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량은 169조4950억원어치입니다. 전체 기금자산 평가액 918조7150억원의 18.4%에 해당합니다. 올해 말까지 국민연금이 보유할 수 있는 국내 주식 비중이 최대 19.8%인 점을 고려하면, 1.4%포인트의 여유가 있는 것입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12조8000억원입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4월 국내 주식 리밸런싱을 변경, SAA 이탈 허용범위를 ±3.0%포인트로 상향했습니다. 올해 국민연금이 맞춰야 하는 국내 주식 목표비중이 16.8%포인트이니, 최저 13.8에서 최대 19.8%포인트까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코스피가 지난 10~11월 해외 증시와 격차가 벌어져, 이달부터 매수세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국민연금이 2026년까지 국내 주식 목표비중을 14.5%로 하향함에 따라 내년부터 국민연금의 대규모 매수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자료=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이 2026년까지 국내 주식 목표비중을 14.5%로 하향함에 따라 내년부터 국민연금의 대규모 매수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자료=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증시와 채권, 대체투자 등 글로벌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국민연금은 비중이 크게 줄어든 자산군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합니다. 따라서 지난 두 달 동안 해외 증시보다 낙폭이 컸던 국내 증시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이 코스피시장에서 1조5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국민연금은 해외투자를 위해 국내 주식 비중을 꾸준히 줄일 예정입니다. 2026년 말 국내 주식 목표비중은 14.5%입니다. 기금 규모가 점차 커지는 측면이 있지만, 올해 말(16.8%)보다 2.3%포인트를 줄여야 합니다. 따라서 내년부터 국민연금의 대규모 매수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들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8.00%(잠정)였다. 자산별로 보면 ▲국내 주식 8.23 ▲해외 주식 22.66 ▲국내 채권 –1.28 ▲해외 채권 7.60 ▲대체투자 10.12%이다. /자료=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올해 들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8.00%(잠정)였다. 자산별로 보면 ▲국내 주식 8.23 ▲해외 주식 22.66 ▲국내 채권 –1.28 ▲해외 채권 7.60 ▲대체투자 10.12%이다. /자료=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지금과 같은 기금 증가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가정한다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에 가까워질 것으로 추정하는 레벨은 코스피 2800포인트 이하”라며 “연기금 순매수 전환을 확신하기 어렵지만 순매도 속도를 크게 줄일 구간임은 분명하다”라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8.00%(잠정)였습니다. 자산별로 보면 ▲국내 주식 8.23 ▲해외 주식 22.66 ▲국내 채권 –1.28 ▲해외 채권 7.60 ▲대체투자 10.12%였습니다. 국내 및 해외 주식은 코로나가 재확산하고 방역 조치가 강화됐지만,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이어져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는 분석입니다.

개인투자자들로부터 ‘곰장’의 주범으로 지목된 국민연금이 올해 산타 모자를 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곰장’의 주범으로 지목된 국민연금이 올해 산타 모자를 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산타는커녕 주가 끌어내리는 매도행위나 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낮은 기금운용 수익률에 대해서도 질타가 쏟아집니다. 특히 청년들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댓글이 가슴 아픕니다.

“산타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팔아도 되니깐 제발 주식을 끌어내리면서 시장가로, 팔지나 마라” “팔지나 마라” “개거품 카카오 붙은 거만 사더니. 카카오랑 무슨 관계냐?” “카뱅, 카페에서 신나게 놀더만” “진짜 정부 기관부터 외국인보다 더해” “주가 하락의 주범” “국내 주식 팔고 다시는 사지 말어. 시장 왜곡시키는 주체” “연기금 운용 똑바로 해라. 공매도 앞잡이 노릇만 하지 말고. 내가 낸 세금이 주식시장에서는 내 주식 하락하는데 화살 되어 돌아오니 환장하겠다”.

“연기금 등X들. 그 많은 돈 가지고 8프로? 집에 가서 잠이나 자라. 조금만 안 좋으면 마이너스로 가겠네. 어휴 등X들” “9월 말 기준이면 웬만한 개인들도 8%는 올렸다. 현재 기준 니들 마이너스지??” “웃기네. 지들 돈 아니니까 막 싸지르다 안되면 국내 증권 팔아 제치는 게 이익 본 거냐? 공무원은 공무원연금이니 국민들 연금은 돈도 아니지. 손해 보면 나 몰라. 조금이라도 이득 보면 돈 잔치. 뭐 하는 XXXX들이냐” “공매도로 ㅋㅋㅋ 진짜 한국 주식은 절대 하지 마라”.

“산 다 탔어~~ 산타~~” “국내 청년 국내 개미들 돈빨아먹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연기금은 주식시장의 해악이다 사라져라” “다들 국민연금 내지 말고 앞장서서 없애야 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입니다. 정치인들 주머닛돈이 아니고요. 청년 등골 빼먹는 기존 연금 수령자 지금 당장 삭감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50-70대 연금 대줘, 연기금의 공매도와 지들 맘대로 가격 조종하는 사기판에 넘어가 또 돈 빨려. 근데 미래에 내가 연금 받을 수는 있냐? 세금 낼 애가 없네?? 애 낳고 노예처럼 수십억씩 쓰는 게 맞는 건가. 애 낳고 연금에 돈 내주길 기다리는 게 맞는 건가?”.

201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국민연금 과오급금이 모두 506억7500만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국민연금 과오급금이 모두 506억7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대통령 후보 나오면 찍어줍시다”. 지난 9월 23일, 국민연금공단이 잘못 내어준 과오급금이 5년간 500억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에 달린 댓글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0년부터 16조1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됩니다. 1990년생이 국민연금을 받기 1년 전인 2054년이면 적립금은 바닥을 드러낼 전망입니다.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이 시급하지만, 유력 대선 후보 가운데 선뜻 나서는 이는 없습니다. 다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의 지급·부담 기준을 일원화하는 ‘동일연금제’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공무원·사학·군인연금과는 소득대체율 등이 다른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평과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이 시급하지만, 유력 대선 후보 가운데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사진은 전주시 덕진구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이 시급하지만, 유력 대선 후보 가운데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사진은 전주시 덕진구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동일연금제는 연금통합의 전 단계로, 연금마다 다른 구조를 국민연금 기준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입니다. 안 후보는 이와 함께 공적연금 체제를 국민연금 단일 체제로 바꾸는 ‘통합국민연금법’ 제정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윤석열 후보에게 연금 개혁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지금도 국민의 노후 곳간이 줄어들고 있는 순간, 어느 40대의 표심입니다.

“공무원, 군인, 교사들과 그 가족들의 수백만 표를 의식해서, 그 누구도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던 연금 개혁.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지금의 2030 세대는 쪽박을 면치 못할 겁니다. 우리 40대야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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