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성자 과징금 재조정” 금감원, 증권사 편일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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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성자 과징금 재조정” 금감원, 증권사 편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1.24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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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월 6일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월 6일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주주와 계약자 간 배분문제는 결국 계약을 통해 절충점을 찾는 사적자치의 영역이다.”

2005년 12월 14일, 당시 재정경제부는 논란의 입법을 놓고 ‘불가’ 결론을 내립니다. 생명보험회사의 상장을 위해 정부가 별도의 법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열 달 전 인사 발령이 난 재경부 보험제도과장은 ‘사적자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에 대해 보충 설명합니다. 그는 앞서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 입장을 밝힌 시장주의자입니다.

지난 2일(종이신문 기사는 3일) 우리금융 종합검사 돌연 철회 기사가 보도되자 금융감독원은 다음 날 사실과 다르다며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 2일(종이신문 기사는 3일) 우리금융 종합검사 돌연 철회 기사가 보도되자 금융감독원은 다음 날 사실과 다르다며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 서비스 공급자로, 사후 교정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

2021년 8월 6일, 이날 취임한 제14대 금융감독원장은 ‘규제보다 지원’을 강조합니다. 사후적 제재 중심의 금융감독 방식에서 사전적 예방과의 균형점을 찾겠다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우리금융 종합검사 연기 소식이 흘러나오자 그의 친시장 행보는 호된 질책을 받습니다. 그는 16년 전 재경부 보험제도과장을 지낸 정은보입니다.

‘사전예방’. 질병이나 재해 따위가 일어나기에 앞서 미리 대처하여 막는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만난 정은보 금감원장이 또 사후 감독보다 사전 예방에 힘쓰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금융시장 안정 차원의 예방책을 강조한 것인데, 특히 ‘시장조성자 과징금 재검토’에 대한 비난 여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24일 감독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원장은 전날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 고경모 유진투자증권 대표, 기동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간담회는 점심 식사를 포함해 오후 1시까지 예정됐는데, 한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간담회가 끝난 뒤 가장 많았던 기자들의 질문은 ‘시장조성자 과징금 재조정’ 관련이었습니다. 앞서 지난 9월 금감원은 국내외 9개 증권사의 ‘시세 관여형 시장질서 교란 행위’가 적발됐다며, 48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통보했습니다.

지난 23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증권사 CEO들을 만난 정은보 금감원장은 ‘시장조성자 과징금 재조정’에 대해 거듭 확인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지난 23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증권사 CEO들을 만난 정은보 금감원장은 ‘시장조성자 과징금 재조정’에 대해 거듭 확인했다. /사진=금융감독원

답변에 나선 정 원장은 “현재 시장조성자와 관련해서는 2016년부터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필요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과징금 등을 조정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7일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재조정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정 원장은 ‘과징금 철회’ 가능성에 대해서도 “운영 상황을 봐서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거래소 검사가 20일 정도 예정돼 있는데 (끝날 때쯤) 과징금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원장은 이어 “한국거래소 (종합)검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마켓메이킹(시장조성자) 제도 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보고 있다”라며 “그간 현황이나 해외 사례 등을 감안해 필요한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종합검사’와 관련해서는 또 사전 예방론을 설파했습니다. “명칭 여부를 떠나 현재 운영되고 있는 종합검사도 결국 사후적 감독이 핵심적 내용”이라며 “당연히 절차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지만 결국 사후적 검사뿐 아니라 사전적 검사와 균형을 이루면서 예방적 차원의 검사도 중점을 두고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지난 9월 시장조성자에 대한 대규모 과징금 부과를 예고한 금융감독원이 업계 반발을 수용해 의견제출 기한을 연장했다. 사진은 지난 4월 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 점검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지난 9월 시장조성자에 대한 대규모 과징금 부과를 예고한 금융감독원이 업계 반발을 수용해 의견제출 기한을 연장했다. 사진은 지난 4월 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 점검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시장조성자에 편향적인 감독당국 수장의 발언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전 예방에 힘쓰겠다는 게 과징금 낮춰주고 봐주는 거냐? 사전 예방하려면 과징금을 더욱 높이고 엄벌에 처해야지. 그렇게 못할 거면 내려와라. 쯧” “사전예방? 사전예방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대한민국 공무원이 사전예방을 한다고라? 개가 웃는다” “금융감독의 자질이 지극히 부족한 자다. 한국이 어쩌다 이리 되었는고” “사정 봐주기식은 너무 오랫동안 해오지 않았냐? 부끄럽지 않냐??” “더 뭐 같은 금융적폐가 왔네” “제정신인가?” “제정신이 아니네. 한통속인가. 물러나라” “선진국처럼 몇십배의 벌금과 징역형을 가해야 한다”.

“쿵짝 쿵짝 잘 논다. 개인주주들은 죽어나가는데. 지들끼리 봐주고 난리도 아니네” “이렇게 대 놓고 짜고 치기를 하는데도 아무도 이야기 못 하고 있는 실정이 너무 화나고 실망스럽네요” “야 진짜 국내시장은 더 이상 투자할 곳이 아니구나! 지들끼리 커넥션 쩌네. 개인 빼고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네! 그러니 개인들이 주식으로 돈 버는 비중이 미약한 거였네. 그럼에도 개인들 더 불리하게 주식양도세까지. 앞으로 다 떠나고 기관 외인 니들끼리 다해 처무라! 금융위 금감원은 기자들 모아놓고 천명해라. 우리는 기관 외인 증권사 편이라고”.

지난달 국정감사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 감독체계 개편’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정책 관련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금융감독원의 감독 기능은 2개 조직으로 분리해 수행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지난달 국정감사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 감독체계 개편’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정책 관련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금융감독원의 감독 기능은 2개 조직으로 분리해 수행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한편 지난달 국정감사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 감독체계 개편’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정책 관련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금감원의 감독 기능은 2개 조직으로 분리해 수행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도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감독체계 개편 이슈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4개 감독기관(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을 묶어 금융감독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이를 다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쪼갰습니다. 지금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다른 기관인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국민이 너무 많습니다. 금융위원회의설치등에관한법률 제1조입니다.

“이 법은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 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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