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가문의 수치?… 재벌가의 ‘수상한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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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가문의 수치?… 재벌가의 ‘수상한 면제’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9.04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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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1급 현역 판정 → 1년 뒤 허리디스크로 5급 ‘면제’
현대차 정의선, 담낭절제술로 병역 혜택… SK 최태원은 과체중
LG 구광모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 GS 허윤홍은 면제 판정
롯데 신동빈과 아들 신유열은 일본 국적으로 병역 의무서 제외
한화가문 남녀불문 공군 장교… 현대중 정몽준·정기선은 ROTC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영 나이스그룹 부회장 아들의 황제 병영생활에 이어 최근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대 휴가 논란으로 대한민국이 시끄러운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내로라하는 재벌가문의 병역 문제는 어떨까요. 찾아 보니 상당수가 이상한 사유로 군 입대를 면제받은 사례가 많았습니다.

군 면제를 가장 많이 받은 재벌가의 사례는 모두 5대그룹 안에 있었습니다. 반면 5대 그룹을 넘어가면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사례가 더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는 병역 면제율에서 독보적이었습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병역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이재용 부회장은 군 면제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의 면제 상황이 수상하다는 것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첫 징병검사를 받은 건 대학에 다니던 1990년 6월인데요. 1급 현역 입영 판정입니다.

그런데 1년 뒤인 1991년 11월에 재검사를 요청합니다. 이 재검에서 입영 면제등급인 5급 판정을 받습니다. 이유는 일명 허리디스크인 ‘수핵탈출증’입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승마 국가대표 선수였습니다. 이 부회장이 진단을 받은 과정도 이상한데요. 대형 종합병원이 아닌 중소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안세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 안세병원은 허리디스크 진단에 필수적인 CT촬영기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내용은 2006년 KBS 시사기획에서도 방송된 바 있습니다. 범 삼성가의 병역 면제율은 73%에 달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과 사촌지간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군 면제를 받았는데요. 이유는 과체중입니다. 정 부회장이 1987년 서울대 입학 당시 학생카드에 표시된 신체 지수는 키 178cm에 몸무게 79kg이었습니다. 문제는 미국 유학 후에 벌어집니다. 유학 직후인 1990년 징병검사에서는 몸무게 가 104kg으로 불어납니다. 당시 군 면제기준은 103kg인데, 단 1kg 초과해 과체중에 의한 군 면제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고 이병철 명예회장의 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아들들인 조동혁 한솔 명예회장, 조동만 한솔아이글로브 회장, 조동길 한솔 회장도 모두 군 면제를 받았는데요. 장기유학 등이 이유였습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장남 이선호씨는 모두 유전병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습니다. 손과 발이 위축되는 희귀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CMT)’입니다. 삼성의 또 다른 방계 새한미디어그룹의 이재관, 이재찬, 이재원도 군 면제를 받았습니다.

재계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습니다. 하지만 정 회장의 뒤를 이은 3세 정의선 부회장은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는데요. 담낭절제술이 이유입니다. 1989년 병역신체검사 당시에 담낭절제술을 받으면 병역면제 대상이었고 합니다. 현재는 아닙니다.

범현대家에서는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이 현역으로 군에 다녀온 반면,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병역 면제자입니다.

재계 3위 SK그룹도 만만치 않은데요. 최태원 SK그룹 회장부터 병역 면제입니다. 면제 사유는 과체중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병역 면제를 받았습니다.

특이한 점은 최태원 회장의 차녀인 최민정씨가 해군장교로 임관한 것입니다. 민정씨는 2014년 해군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해 같은 해 12월 소위로 임관한 뒤 해군 장교로 복무했습니다. 병과는 전투병과인 항해병과입니다. 민정씨는 2015년 6월 아덴만 파병과 2016년 1월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 등 쭉 전방을 책임졌습니다. 2017년 11월 30일 전역한 뒤 2018년 7월 중국 투자회사 ‘홍이투자’에 입사해 글로벌 인수합병(M&A)팀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뒤 SK하이닉스에서 잠시 일하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계 4위 LG家는 양호합니다.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의 장남 웅모씨와 구본준 LG 고문의 장남 형모씨는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습니다. 구본걸 LF 회장은 육군중위,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육군 소령, 구자용 E1 회장은 육군 중위로 전역했습니다. 이 밖에도 구본무·구본능·구본준·구본식·구자엽·구자균·구자열·구자일·구자철·구자홍·구본웅은 모두 육군 병장으로 만기전역했으며, 구자훈·구자준·구자극·구자민·구본천·구본엽은 육군 상병으로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뒤를 이은 4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국내의 한 IT기업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며 군복무를 대체했습니다.

LG家도 모두 병역을 마친 것은 아닙니다. 판토스의 대주주인 LG家 3세 구본호씨는 25세 때인 2000년 미국으로 귀화한 미국 시민권자로 병역을 면제 받았습니다. 구본호씨는 고 구본무 회장과는 6촌간입니다.

고 구정회 창업고문의 손자인 구본석은 영국국적, 구본재는 미국국적 보유자로 역시 병역을 면제 받았고,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의 장남 구동범과 차남 구동진은 미국국적자로서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습니다. 구본진 전 LF 사장과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도 역시 병역을 마치지 않았습니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당시 일본 국적으로 병역 의무에서 제외됐습니다. 신동빈 회장의 아들인 신유열씨도 일본 국적으로 병역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됐습니다. 현재 일본 거주자이기도 합니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한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신유열씨는 롯데그룹이 아닌 노무라증권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계 7위 한화그룹은 군대 문제에 대해서는 재벌 중에서 여타 재벌가와는 달리 가장 퍼펙트합니다. LG家가 육군이었다면 한화家는 공군입니다. 한화家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두 공군 장교로 가는 집안의 전통이 있습니다. 김승연 회장, 동생인 빙그레 김호연 회장, 누나인 김영혜씨까지 모두 공군장교 출신입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동관씨와 차남 동원씨도 공군 장교로 임관했습니다. 단, 3남인 동선씨는 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딴 공로를 인정받아 군 복무를 면제받았습니다. 김호연 회장의 차남 동만씨도 공군 장교 출신입니다. 장남 동환씨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재계 8위 GS家는 좀 심각합니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아들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군 면제 판정을 받았습니다. 또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시력으로, 차남 허자홍 에이치에코플러스 대표는 질병으로, 두 아들 모두 병역을 면제 받았습니다.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은 손가락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아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재계 9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정몽준 대주주와 아들 정기선 부사장은 모두 ROTC 출신입니다. 정기선 부사장은 ROTC 43기로 임관해 2007년 육군 특공연대(파주 701·흑표범부대)에서 육군 중위로 군 생활을 마쳤는데요. 아버지의 ROTC 30기 후배인 셈입니다.

이 외 재벌가 중에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한진家의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도 병역에서 면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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