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면 뛰는’ 동학개미 법칙, 그래도 건진 종목 있다?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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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지면 뛰는’ 동학개미 법칙, 그래도 건진 종목 있다?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4.07.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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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굴리는’ 대한민국 증시, 이대로 괜찮은가(하)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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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정반대의 매매패턴을 보이는 투자 주체는 단연 개인투자자들이다. 이제부터는 이들의 매매 동향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차례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엄청난 버블을 형성한 이후 차갑게 식어버린 ‘2차전지 관련주’를 여전히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사 가운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이 여전히 2차전지 관련주라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다. 그밖에 야후 라인 문제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비대면 관련주의 대표주자 NAVER가 포함돼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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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사들인 상위 10개사의 주가 흐름은 시장 평균과 비교하기조차 민망할 만큼 부진하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사 가운데 무려 9개사의 수익률이 시장수익률보다 나쁘다.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을 전부 합산해서 전년 말과 비교해 보면 가중평균수익률이 무려 마이너스 23.3%에 이른다. 엔켐을 제외하고 나면 그야말로 처참한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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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에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들은 다음과 같다. 10개 종목 가운데 7개 종목이 반도체, 자동차, 밸류업 정책 수혜주 등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종목들 위주로 개인들이 적극 매도로 대응했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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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이 가장 많이 내다 판 종목들은 지난 상반기 동안 모조리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함으로써 다시 한번 깊은 좌절감을 심어주었다.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 합산 기준 수익률은 6개월 동안 18.1%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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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성과가 올해 상반기만큼이나 매번 뜻대로 풀리지 않은 건 아니다.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누적 기준으로 살펴보면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삼성전자, POSCO홀딩스, 삼성전자우선주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들 세 종목을 과연 얼마만큼 싼 가격에 조심스레 매수했는지는 살펴보지 못했지만,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초대형 우량주에 이만큼 적극적으로 투자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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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은 2020∼2022년 동안 일찍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의 자금을 삼성전자에 쏟아부었다. 그 덕분에 2020년 이후 누적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테이블의 최상단에 삼성전자가 우뚝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내내 시장 흐름과 정반대 방향으로 엇박자를 보여온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에 비춰보면 그나마 일말의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성과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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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의 최근 5년 동안 순매도 상위 종목들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뚜렷한 특징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양한 업종과 종목들이 골고루 포함된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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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단기(2024년 상반기)와 중장기(2020년 이후 현재까지)의 두 기간으로 나누어 외국인 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을 간단하게나마 살펴봤다.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 본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증권시장이 주기적으로 겪는 비이성적 과열 상태가 되면 언제나 적극적인 매도 기회로 활용하는 데 몹시 능숙하다는 점이다. 그와 정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은 탐욕과 공포에 너무나 취약한 모습을 매번 반복한다. 바로 그 때문에 너무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와 정반대로 우량주들을 너무 일찍 매도하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10만 전자로 떠들썩했던 삼성전자와 2차전지 대표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POSCO홀딩스이다. 이 두 종목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매도 타이밍은 한 번쯤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황소나 곰은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축될 뿐이다”라는 월스트리트의 격언이 이 두 종목에 대한 투자 방향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 발생 이후 동학개미들이 대거 순매수에 가담하면서 한때 10만 전자의 꿈이 실현될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 물불을 가리지 않고 10만 전자 열풍에 마구 뛰어들었던 많은 투자자는 3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때의 뼈아픈 실수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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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때 뜬금없이 찾아온 절호의 매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노련한 그들은 장장 22개월 동안 무려 30조원에 가까운 매물 폭탄을 아낌없이 시장에 쏟아냈다. 탐욕을 앞세운 일반 대중들의 비이성적 과열에 차분히 매도로 대응하고 난 그들은 투자 여건이 매력적으로 뒤바뀌자 다시금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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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동안 외국인 순매도 1위 종목으로 드러난 POSCO홀딩스의 사례도 삼성전자의 사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POSCO홀딩스에 대해 대체로 무덤덤한 모습을 보여왔다. 잠잠하던 POSCO홀딩스의 주가가 2차 전지 대표주로 급부상하기 시작하자 ‘무거운 철강주’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뜀박질하기 시작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모처럼 맞은 절호의 매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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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무려 14개월 동안 POSCO홀딩스를 지속적으로 매도했다. 어쩌면 강제로 매각당했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주식을 내다 팔았다. 시가총액이 대략 31조 원 수준인 종목인데도 지난 한 해에만 무려 10조원 이상 팔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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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동안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10개 종목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과연 어떻게 대응했을까. 외국인과 개인의 매매 방향이 서로 일치하는 종목은 LG화학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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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방향과 묘한 대칭을 이룬다.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내다 판 종목일수록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쓸어 담았다는 얘기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삼성전자다. 외국인들이 지난 5년 동안에 순매도한 규모(6조2894억원)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37조2351억원)을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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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국내 증시를 온몸으로 떠받친 주역은 기관도 외국인도 아닌 동학개미였다. 그들은 한때 10만 전자라는 깃발을 앞세우고 삼성전자라는 대장주를 정말로 용감하게 쓸어 담은 적도 있었다. 삼성전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개미투자자들은 지난해 2차전지 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치자 다시금 외국인 투자자들에 맞서 정면 대결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전적은 여전히 우울하기만 하다. 국내 증시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한 동학개미들은 어느새 서학개미로 변신해서 또 다른 싸움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논란 등 척박한 국내 증시에서 악전고투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아무쪼록 좋은 날이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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