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굴리는’ 대한민국 증시, 이대로 괜찮은가(상)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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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굴리는’ 대한민국 증시, 이대로 괜찮은가(상)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4.07.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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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시장 여건에도 “Buy Korea”로 쏠쏠한 수익… 동학개미들은 ‘서학’으로 탈바꿈
/일러스트=픽사베이​
/일러스트=픽사베이​

2024년 상반기의 한국 증시를 되돌아보면 오로지 외국인 투자자들 중심으로만 시장이 전개된 듯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해외 증시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한 시장 여건이 지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꽤나 쏠쏠한 투자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고금리와 고환율이 내내 지속되고, 증시 주변 자금들이 계속해서 미국 증시 등으로 이탈하고, 반도체와 자동차 등 몇몇 업종에 국한된 종목들만 고공 행진을 거듭하는 까다로운(?) 증시 흐름인데도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역대급으로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는 무엇인가.

투자 주체별로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처럼 투자의 방향성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경우도 드물지 싶다. 외국인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장 참여자가 한국 증시에서 매도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6개월 기준으로만 따지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는 순매수를 보였다. 분석 기간을 1999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대폭 확대해 보더라도 올해 상반기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얼마만큼 도드라지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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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범위를 확대해 보면, 국내 증시는 ▲개인(110조원) ▲연기금(57조원) ▲외국인(34조원)이 순매수한 반면, ▲투신(84조원) ▲사모펀드(45조원) ▲은행(38조원) 등이 순매도하는 흐름임을 알 수 있다. 펀드 시장이 나날이 쪼그라들면서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은 점점 약화하는 대신, 코로나 사태 이후 한꺼번에 대거 유입된 일명 ‘동학개미’ 투자자들과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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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추세는 최근 5년 동안의 매매 흐름만 살펴보더라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0년 이후로 지금까지 무려 5년 연속으로 순매도에 급급한 게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처한 현실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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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은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조성된 초저금리 환경에 힘입은 유동성 장세 국면에서 국내 주식을 과잉 매수한 데다가, 일부 동작 빠른 서학개미들은 선진 증시로 재빨리 옮겨가는 바람에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형편인 듯하다. 폭풍 매수하던 흐름이 어느새 2년 연속 순매도로 뒤바뀌었으니 말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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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국내 기관과 개인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형편은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2020∼2022년 동학개미들 사이에 ‘10만 전자’ 이야기가 유행처럼 번져나갈 때 과감하게 주식을 줄였을 뿐 아니라, 지난해 광풍처럼 몰아닥친 ‘2차전지 테마주 열풍’ 덕분에 한껏 부풀어 오른 가격에 관련주들을 대거 처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규모(약 36조원)는 아직까지도 2020∼2022년에 순매도한 규모(약 62조원)에 비해 26조원 부족한 상태다. 현재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산업이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이니만큼 외국인들의 순매수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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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기업 밸류업 정책’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미 연초부터 한국 주식에 대해 꾸준히 순매수하는 모습을 이어왔다. 일별 순매수 흐름만 보더라도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쉽게 유추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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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꾸역꾸역 한국 주식들을 쓸어 담은 끝에 외국인은 어느새 사상 최고 수준의 한국 주식을 보유하게 되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외국인 보유 주식은 약 852조원 규모인데,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7월 당시보다도 큰 규모다.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 한국 주식 보유 규모가 불과 150조원 규모까지 줄어든 데 비하면 무려 5.7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2008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한국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는 불과 6조641억원에 불과하다. 그만큼 평가 차익이 크게 불어난 셈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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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에서 자료를 제공하는 2005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의 한국 주식 보유 규모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비중은 30%대 초중반에서 장기간 횡보하고 있지만 보유 주식 평가액은 계속해서 우상향하는 흐름임을 알 수 있다. 한국 증시가 초장기간 승승장구하는 여느 선진국 증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외국인마저 등을 돌릴 만큼 매력이 없는 척박한 시장은 아닌 셈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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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지만, 최근 5년 누적으로 살펴보면 여전히 한국 증시에서 대략 26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해당 기간에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군을 살펴보면, 반도체(삼성전자, 삼성전자우)를 제외하면 주로 2차전지 관련주(POSCO 홀딩스, SK이노베이션), 비대면 관련주(NAVER, 카카오), 중국 소비 관련주(LG생활건강) 등 주가 흐름이 부진한 종목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에는 올해 상반기 내내 진행된 외국인 순매수 흐름 가운데 종목별·업종별 특징들을 간략하게 짚어보고,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들의 종목별 매매 동향을 개인투자자들과 대비시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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