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올라탄’ 서학개미 vs 삼성전자, 누굴 탓하랴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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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올라탄’ 서학개미 vs 삼성전자, 누굴 탓하랴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4.06.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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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혁명’의 시대 (중)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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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가총액 1, 2위 기업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1, 2위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전 세계 1위 국가로서의 헤게모니를 잃지 않으려는 미국과, 언젠가는 전 세계 1위 국가로 올라서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 인프라’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사실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사이에 타이완 반도체 업체들의 위상이 나날이 강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TSMC는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나날이 확대하고 있다. TSMC의 시가총액은 어느새 삼성전자의 2.3배에 이른다. 네덜란드의 EUV 장비 생산업체 ASML 또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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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규모를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주요 기업들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의 지난 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365억달러이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톱10 합산 시가총액(17조3799억달러)에 비하면 겨우 1.9%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국 증시의 챔피언들과 한국 증시 부동의 넘버원 기업과의 차이가 아득히 멀다.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 하나만 보더라도 이럴진대 지난해 2차전지 테마주로 대거 몰려들었던 동학 개미들이 느끼는 답답함과 상실감이 어느 정도일지 능히 짐작된다. 참다못한 동학 개미들이 부지런히 서학 개미로 변신한 끝에 엔비디아의 기세등등한 상승세에 올라타 환호하는 모습을 그 누가 탓할 수 있을까.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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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변화를 미국 증시 ‘시가총액 톱3’와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의 행보가 더욱 초라해 보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반도체 기술 발전을 주도해온 삼성전자의 위상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지난 22년 동안 시가총액이 무려 285배 증가한 애플, 2509배 증가한 엔비디아가 너무나 상식 밖의 성장세를 보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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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변화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의 73% 수준까지 근접했으나,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의 10.7%까지 내려앉았다. 한국 증시 전체의 시가총액 합산은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의 60.3%에 불과하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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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변화 추이를 대비해 보면 더욱 놀랍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9.4%에 불과했던 기업이 불과 4년 반 만에 8.9배까지 불어났기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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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변화 추이는 다음과 같다. 2006년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애플의 90.1%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고작 11.2%에 불과한 실정이다. 두 기업 사이의 격차가 이토록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경영에만 전념하기 힘든 한국 특유의 기업 경영 환경도 빼놓긴 어렵겠지만, 혁신을 거듭하는 애플의 기업 풍토에 비해 어느덧 관료적 냄새마저 풍기는 삼성의 안주하려는 듯한 분위기도 빼놓긴 어려울 듯하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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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전체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규모인 시총 4위 아마존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변화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두 기업 사이의 시가총액 격차가 벌어진 시기는 대략 10년 전쯤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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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규모는 우선주를 포함했을 경우 3755억달러 수준이다. 엔비디아에서 생산하는 GPU와 메모리 반도체 회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서 공급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각광받는 시대임을 고려해 보면 삼성전자의 위상이 초라해 보이는 걸 부정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주가 흐름만 보더라도 SK하이닉스, TSMC, 엔비디아 등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혁명 흐름에서 다소 뒤처진 듯한 인상을 준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려는 고성능 메모리 칩(HBM3E 12단)이 퀄 테스트를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여러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고 AI 혁명 흐름에 재빨리 합류할 날을 고대한다. 삼성전자가 분발할수록 국내에 상장된 수많은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에게도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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