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봤지? 인간보다 무서운 ‘AI 혁명의 시대’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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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봤지? 인간보다 무서운 ‘AI 혁명의 시대’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4.06.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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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혁명’의 시대 (상)

인류 문명의 거대한 진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술 혁명들을 꼽자면 증기기관의 발명, 컴퓨터의 발명과 인터넷의 출현, 스마트폰의 등장, AI 혁명 등을 열거할 수 있다. 이러한 문명의 진보를 낳은 근본 원인을 길게 거슬러 올라가면 ‘직립보행’이라는 생물학적인 배경과 마주친다. 직립 보행 덕분에 인간은 턱의 구조가 바뀌고 혀의 정교한 놀림이 가능해져 언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인간은 ‘사냥을 통한 육식’이 가능해지면서 두뇌를 더욱 발달시킬 수 있게 된다. 돌도끼의 사용은 결국 사냥한 동물의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한 이빨의 크기까지도 점차 줄이게 되어 언어의 발달에 더욱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집단생활에 따른 의사소통의 발달은 결국 생각을 ‘공유’하는 데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인간에게서 다른 동물들을 매우 능가하는 지성은 인간의 무한한 욕구에 비례하여 빠르게 진화했다. 인간은 자연적으로 타고난 무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크기가 비슷한 다른 동물들보다 근력도 부족하고 도피에도 무능하다. 달리기에서는 거의 모든 네 발의 포유동물보다 뒤진다. 또한 인간은 느린 번식, 긴 유아기, 긴 수명을 지니므로 그와 비례해서 지성을 발달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 인간은 자연계에서 최고로 지능적인 동물로 진화했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 비극 시인도 이 점을 간파하고 ‘인간의 위험천만한 위대성’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세상에 무서운 것이 많다 하여도
사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네.
사람은 사나운 겨울 남풍 속에서도
잿빛 바다를 건너며 내리 덮치는
파도 아래로 길을 연다네. ……

그리고 마음이 가벼운 새의
부족들과 야수의 종족들과
심해 속의 바다 족속들을
촘촘한 그물코 안으로 유인하여
잡아간다네. 총명한 사람은. ……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중에서

직립 보행 덕분에 두 손이 자유로워진 인류는 온갖 도구들을 만들고 이용하기 시작한다. 인류의 역사는 혁신적인 도구를 발명할 때마다 진보를 거듭했다. 바퀴의 발명이나 나침반, 종이, 화약의 발명만으로도 엄청난 진보가 일어났다. 증기기관이 등장하자 마침내 거대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창조적 진화>라는 기념비적인 작품 속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의 놀라운 의미를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통찰한다.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한 세기가 흘렀는데 이제야 우리는 그것이 불러온 심층적인 동요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그것이 산업에 일으킨 혁명은 인간들 사이의 관계조차 뒤집어 놓았다.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른다. 새로운 감정들이 개화하고 있다. 수천 년 후에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 주요한 선들만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전쟁과 혁명들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아직 기억한다고 해도 별것 아니게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증기기관 그리고 거기에 수반되는 각종 발명에 대해서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가 청동이나 석기(石器)에 대해 말하듯이 말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 시대를 정의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모든 오만에서 벗어나 인간 중을 정의하기 위해 역사시대와 선사시대가 우리에게 인간과 지성의 항구적인 특성으로 제시하는 것에 엄밀히 머물기로 한다면, 우리는 (인간을)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 말하지 않고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지성을 그 본래 행보로 나타나는 것 안에서 고찰할 경우, 그것은 인공적 대상들을 제작하고, 특히 도구를 만드는 도구들을 제작하며, 그 제작을 무한히 변형시키는 능력이다. -앙리 베르그송 <창조적 진화> 중에서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프랑스의 철학자가 1907년에 발표한 철학 서적 속 문장을 새삼 들춰낸 까닭은 분명하다. 오늘날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AI) 혁명 또한 호모 파베르의 본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특히 도구를 만드는 도구들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바야흐로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주도하는 ‘AI 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GPU라는 컴퓨터 칩이다. 이 GPU가 2022년 가을에 등장한 챗GPT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기술과 결합하면서 컴퓨터라는 도구가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학습능력을 갖추기 시작하고, 마침내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에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3). /사진=SK하이닉스 홈페이지
고대역폭 메모리(HBM3). /사진=SK하이닉스 홈페이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혁명이 몰고 온 거대한 영향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거대 기업들의 시가총액 변화만 살펴보더라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챗GPT를 만든 오픈 AI에 과감하게 투자한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GE와 애플에 빼앗겼던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마침내 되찾는다. 엔비디아는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마침내 시가총액 3조달러를 넘어섰으며, 내친김에 애플의 시가총액마저 뛰어넘었다.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위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것도 결국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벌써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바야흐로 AI 혁명이 주도하는 거대한 기술 진보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거대 기업들 사이의 각축전도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오늘날 전 세계 자본 시장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을 살펴보면 AI 혁명이 21세기 기술 문명의 발전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얼마만큼 요동치게 하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합산 시가총액 중에서 AI 혁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기업은 불과 두셋에 불과하며, 나머지 기업들이 무려 87.1%의 시가총액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AI 열풍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성장 속도가 얼마만큼 빠른지는 지난 24년 동안의 시가총액 변화 추이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2022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3642억달러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불과 1년 5개월여 만에 시가총액 3조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이 땅에서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연말 기준으로는 불과 12억달러에 머물고 있었다. 성능 좋은 그래픽 카드 제조회사로 꽤 이름을 알리던 2013년 말까지도 시가총액은 여전히 91억달러에 머물렀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엔비디아의 엄청난 주가 상승은 특히 폭발적인 실적 성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1999년의 IT 버블 시기와도 뚜렷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올해 1분기에 발표한 엔비디아의 실적은 다수 전문가의 낙관적인 예상마저 뛰어넘을 정도였다. 주가 상승이 도리어 기업 실적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지난해 한국 시장을 그토록 뜨겁게 달궜던 2차전지 테마주를 둘러싼 ‘실적 대비 고평가 논란’에 비춰보면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은 전혀 다른 양상이 아닐 수 없다. 파죽지세로 내달리는 엔비디아는 전 세계 자본시장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앞으로도 계속 써 내려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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