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팔아 HMM 산다? 하림 김홍국 부자 ‘편법·꼼수’ 해소가 먼저다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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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팔아 HMM 산다? 하림 김홍국 부자 ‘편법·꼼수’ 해소가 먼저다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7.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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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NS쇼핑 등기임원 선임 이어 HMM 인수전 통해 경영 전면 등장 가능성
준영씨, 올품·한국바이오텍 통해 김 회장 제치고 사실상 하림지주 최대주주에
김 회장, 아들에 올품 지분 증여 편법 논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48억 철퇴
하림그룹 사옥 전경. /사진=하림지주
하림그룹 사옥 전경. /사진=하림지주

SM그룹에 이어 하림그룹이 HMM 인수전에 참여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의 2조6000억원 규모 영구채 주식 전환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최소 5조~7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M&A입니다.

하림그룹이 HMM의 비싼 몸값을 감당할 만한 실탄을 보유했는지와는 별개로 컨소시엄을 함께 구성한 곳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라는데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바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씨가 JKL파트너스 수석 운용역으로 근무 중이기 때문입니다.

하림은 10년 이상 공들여온 경영권 승계작업을 사실상 완료한 상태이지만, 그 과정에서 꼼수 논란이 불거져 준영씨를 전면에 쉽게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이런 와중에 하림지주는 지난 3월 준영씨를 계열사 NS쇼핑의 비상근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잠시 멈췄던 승계작업에 시동을 걸어 조만간 회사로 복귀할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여기에 하림이 JKL파트너스와 HMM 인수전에 뛰어듦으로써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그 과정에 준영씨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여지를 넓혀줘 그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림그룹 NS쇼핑은 지난 3월 28일 준영씨를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했습니다. 김홍국 회장이 맡고 있던 등기임원 자리를 장남이자 외아들에게 물려준 것입니다. 당시 준영씨는 이사회 의결 없이 비상근 사내이사로 등장하면서 절차상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기업에선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를 선임하면 이사회를 통해 신임 이사의 상근 여부나 업무 분장 등을 결정해야 하지만, 준영씨는 이런 절차 없이 비상근으로 이사직을 맡았고 나중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던 것입니다. 이사회 의결 전까지는 상근 사내이사로 업무를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습니다.

1992년생인 준영씨는 2018년 하림지주 경영지원실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지만, 2021년 하림지주를 떠나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로 이직했습니다. 당시는 하림그룹이 ‘올품’에 대한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받은 시기입니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중간 지주사 역할을 했던 NS쇼핑을 인적분할한 뒤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김홍국(왼쪽) 하림그룹 회장과 장남 준영씨. /사진=하림지주
김홍국(왼쪽) 하림그룹 회장과 장남 준영씨. /사진=하림지주

준영씨는 하림지주 지분 5.78%를 보유한 올품의 1인 최대주주입니다. 또 올품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바이오텍이 하림지주 지분 16.69%를 가지고 있어 준영씨가 사실상 하림지주 지분 22.47%를 가진 최대주주입니다.

하림이 준영씨를 중심으로 한 지분 승계 작업을 시작한 건 2010년부터입니다. 하림그룹은 당시 계열사이던 한국썸벧을 한국썸벧과 한국썸벧판매(현 올품)로 물적분할해 ‘김홍국 회장→한국썸벧판매→한국썸벧→제일홀딩스→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김 회장은 이후 보유 중이던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준영씨에게 증여했고, 올품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일감 몰아주기, 자사주 마법 등 재벌가 승계 과정에서 자주 사용해 온 방식을 총동원해 꼼수·편법 승계 논란을 불렀습니다.

준영씨는 현재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올품(하림지주 지분 5.78%)과 올품의 100% 자회사인 한국바이오텍(하림지주 지분 16.69%)을 통해 하림지주 지분 22.47%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21.10%)의 하림지주 지분율을 웃도는 규모로 준영씨가 하림지주의 실질적 오너에 올라있는 것입니다.

준영씨가 자산총액 10조원이 넘는 하림그룹의 경영권을 거머쥐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올품 지분을 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는 과정에서 납부한 세금은 10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그 마저도 올품이 유상감자를 단행해 마련한 100억원으로 납부했기 때문에 사실상 개인 자금 한 푼 안 들이고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김회장이 올품 지분을 준영씨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편법이 있었고,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로 올품을 키웠다는 의혹이 불거져 공정위가 하림그룹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통해 48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 후가 될진 모르지만 김 회장의 지분을 준영씨가 승계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하림지주의 100% 자회사가 된 하림산업을 통해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하림산업은 하림그룹의 숙원사업인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서울 양재동 9만4949㎡에 70층 규모로 준공 계획인 도시첨단물류단지는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GBC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대규모 개발계획입니다.

양재동 첨단물류단지를 조성했을 때 개발 이익은 조 단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하림지주는 개발 이익을 배당 등의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김 회장과 장남 준영씨가 개발이익의 절반가량을 챙길 수 있어 승계자금으로 활용이 가능한 것입니다.

하림지주는 지난 25일 하림산업에 운영자금 조달 명목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300억원을 출자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며 개발에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난항을 겪는 상태입니다.

어쨌든 NS쇼핑 등기이사에 오르며 조만간 경영 일선에 등장할 준영씨는 HMM 인수전 참여와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맡게될 것으로 보입니다. 준영씨는 앞으로 회사에 복귀해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끊이지 않는 편법 승계 논란과 시장의 부정적 시각을 해소시켜야 할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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