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똑 닮은 하림의 편법승계 ‘이스타항공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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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똑 닮은 하림의 편법승계 ‘이스타항공 데자뷔’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11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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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2세들 어린 10~20대에 돈 한 푼 안들이고 최대주주 등극
하림그룹, 승계 과정서 일감몰아주기 의혹 공정위 조사 진행 중
사진=각 사 CI
사진=각 사 CI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나선 하림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의 편법승계와 ‘닮은꼴’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오너 2세들이 10~20대라는 어린 나이에 돈 한 푼 안들이고 최대주주로 등극한 모습이 꼭 닮아서입니다.

먼저 이스타항공의 편법 승계 논란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지주사)를 통해 이스타항공 지분을 자녀들이 사들이면서부터입니다. 문제는 이 때 동원된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데 있습니다.

2015년 10월 설립된 이스타홀딩스의 주인은 이상직 의원의 딸 수지씨와 아들 원준씨인데요. 지분 100%를 두 자녀가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타홀딩스는 설립 2개월 만에 이스타항공 지분 68.0%(524만2000주)를 사들입니다. 지분 매입 자금 100억원 중 80억원은 ‘서래1호조합’이라는 사모펀드에서 조달했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20억원에 대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이스타항공홀딩스 설립 당시 이 두 자녀의 나이가 각각 26세, 16세였습니다. 이 같은 거액은 10~20대 나이에 직접 번 돈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결국은 이 의원 자녀들이 돈 한 푼 안들이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가 된 셈입니다.

하림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의 장남 준영씨도 돈 한 푼 안들이고 하림그룹을 장악하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준영씨는 20세였던 2012년 아버지로부터 계열사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의 지분 100%를 증여받았습니다.

준영씨가 올품의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납부한 증여세는 100억원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자신이 보유한 올품 주식을 유상 감자해 마련한 현금으로 납부했는데요. 문제는 자신의 회사 주식을 팔아 회삿돈 100억원을 받고, 이 돈으로 증여세를 납부했다는 것입니다. 자기 주식을 소각했기 때문에 준영씨의 올품 지분은 100%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림지주 측은 “비상장주식이어서 주식으로 증여세를 대납할 수 없다 보니 유상감자를 통해 100억원을 납부했다”며 “편법이나 위법 사항이 전혀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실상 회사에서 증여세를 대납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목입니다. 이상직 의원 자녀처럼 준영씨도 자기 돈을 들이지 않은 셈입니다.

문제는 하림그룹에서 올품의 지위입니다. 하림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최상단에 있는 하림지주를 올품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림지주의 지분은 김홍국 회장이 22.95%로 단일 최대주주이지만, 올품(4.36%)과 올품의 100% 자회사인 한국인베스트먼트(20.25%)의 지분을 합치면 24.61%입니다. 준영씨가 24.61%로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죠.

결국 하림그룹의 지주사는 하림지주이지만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는 올품이 있는 것입니다. 김준영→올품→하림지주(지주사)→하림 계열사 순으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인데요. 준영씨는 10조원에 달하는 하림그룹을 자기 돈은 안 들인 채 증여세 100억원만 내고 증여받은 셈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처럼 준영씨가 올품 지분 100% 증여하는 과정에서 편법적 일감몰아주기가 있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2017년부터 조사하고 있는데요. 의혹을 살 만한 대목이 나옵니다.

올품은 지분 증여 전인 2011년엔 709억원, 2012년엔 862억원의 매출을 올리다가 지분 증여 후인 2013년엔 매출이 3464억원으로 400% 이상 껑충 뜁니다. 특히 지분을 증여받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계열사간 내부 거래를 통해 올렸습니다. 5년간 3500억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준 것이죠.

이를 토대로 준영씨는 하림지주의 지분을 4.3% 보유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공정위 조사가 진행된 2017년 310억원대로 확 줄어들더니, 2018년부터는 계열사 간 거래액이 20억~30억원대로 대폭 쪼그라듭니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살 만한 대목입니다.

공정위 조사는 올해로 4년째인 현재까지 마무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림에 대한 조사가 2017년 7월 시작돼 2018년 12월 조사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공정위가 하림 측에 보내면서 제재 결과는 2018년 말에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여기에는 김홍국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다음 절차인 공정위 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2년 넘게 시간이 흐른 겁니다. 하림 측이 공정위에 제재 근거로 활용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송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법원은 올해 1월 열람을 허용하라며 하림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공정위는 하림 측에 심사보고서 열람에 대한 의견서를 신속하게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고, 하림이 의견서를 제출하면 공정위는 곧 전원회의를 열어 하림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김홍국 회장이 검찰에 고발을 당할 수도 있는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이목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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