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추락에 주가 우수수… 하림·마니커 ‘개 쫓는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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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추락에 주가 우수수… 하림·마니커 ‘개 쫓는 닭’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7.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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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마니커, 영업이익 적자전환… 관계사들도 모두 마이너스 행진
“공급과잉, 가격하락, 수입량 증가 탓”… ‘치킨’ 소비량 증가와 대조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 영향으로 수혜 기대됐지만 주가는 폭락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국민간식 치킨이 ‘치느님’이라는 애칭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나 치킨 원재료인 ‘닭’ 산업은 날개가 꺾이며 실적이 고속으로 내려앉고 있습니다. 복날이면 삼계탕(닭백숙)이 보양식의 대명사로 꼽히며 불티나게 팔려나갔으나 이제는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는데요. 특히 한때는 닭 생산·판매 기업이 코로나19 관련주로 묶이면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됐으나 주가마저도 추풍낙엽입니다.

본지가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닭 산업의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하림과 마니커의 실적이 수년째 곤두박질치고 있었습니다.

하림의 최근 5년간 실적을 보면 2015년 매출액이 7952억원, 2016년 8260억원, 2017년 8673억원으로 정점을 찍더니 2018년에 8286억원, 2019년 8059억원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영업이익은 2015년 50억원, 2016년 204억원으로 최고치에 이르더니 2017년 181억에서 2018년 15억원으로 고꾸라지다가 급기야 2019년에는 -434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당기순이익 역시도 2015년 -32억원에서 2016년에는 191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고, 2017년에 222억원으로 흑자 폭을 늘리는가 싶더니 2018년에는 -121억원, 2019년 -399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 늘어났습니다.

특히 하림의 경우 신선육 매출량은 늘어나고 있으나 매출액은 줄어드는 역신장 구조를 보이고 있는데요. 2019년 신선육 매출량은 전년 동기대비 8.31%(1만4673톤) 증가한 19만1181톤을 기록했으나, 매출액은 5.51%(343억3200만원) 감소한 5884억5400만원을 올린 것입니다. 대신 육가공 매출량은 전년에 비해 3.80%(858톤) 증가한 2만3418톤, 매출액은 2.28%(32억2400만원) 증가한 1444억800만원을 기록했으나 신선육의 부진한 실적을 메우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한 것입니다.

단 하림 측은 “당기순이익은 관계기업투자손실이 반영돼 -398억5100만원을 시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적 하락세는 올해에도 이어졌는데요.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1.7% 줄어든 1856억원, 영업이익은 지난해 7억7487만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73억336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분기순이익도 지난해 -85억7551만원에서 올해에는 -165억2626만원으로, 적자 폭이 2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1분기 역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선육 실적이 아쉬웠는데요. 신선육 매출량은 전년 동기대비 6.63%(2878톤) 증가한 4만3401톤을 기록했으나, 매출액은 22.26%(287억6100만원) 감소한 1292억600만원을 올렸습니다. 반면 육가공 매출량은 8.02%(467톤) 늘어난 5824톤, 매출액은 13.54%(51억3100만원) 증가한 378억8600만원을 기록했는데요. 결과적으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분기순이익이 모두 악화했습니다.

마니커 실적 역시도 하림과 같은 양상을 보였는데요. 최근 5년간(2015~2019년)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2745억원→2298억원→2546억원→2691억원→2417억원으로 하락 국면을 보입니다. 영업이익은 2015년 -97억원에서 2016년 -35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이더니 2017년에는 69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섭니다. 2018년에도 4억6000만원으로 흑자를 유지하다가 2019년에 -150억원으로, 최근 5년간 가장 큰 적자를 보입니다. 당기순이익은 2015년 -139억원에서 2016년 11억원으로 흑자 전환하자마자 2017~2019년 -103억원→-112억원→-175억원으로 적자가 점점 확대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올해 1분기 역시도 실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는데요.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30.9% 줄어든 461억원, 영업이익은 21억원에서 -10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으며, 분기순이익 역시도 17억원에서 -15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특히 마니커는 실적 악화로 지난 24일 24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는데요. 운영자금에 207억원, 채무상환에 40억원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하림과 마니커의 계열사(관계사)인 올품과 마니커에프앤지(마니커F&G)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3.1% 줄어든 3053억원, 영업이익은 67억원에서 -103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으며, 당기순이익은 241억원에서 28억원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마니커에프앤지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0.4% 늘어난 99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9.6% 축소된 44억원을, 당기순이익도 2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9.3% 감소됐습니다. 올해 1분기 역시도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3.6% 늘어난 23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2.8%, 11.7% 줄어든 7억8000만원, 6억1000만원을 올리는데 그쳤습니다.

업계는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닭고기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그리고 수입량 증가를 꼽았는데요. 실제로 최근 3년간(2017~2019년) kg당 품목별 가격 변동 추이를 보면 신선육은 3096.79원→2974.20원→2692.02원, 계육은 3138.39원→3055.49원→2872.26원, 육가공은 6486.63원→6572.58원→6541.53원으로 가격이 하락세에 있더군요.

산지가격이 오른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생계의 농가 매입가격은 1524.16원→1525.93원→1527.82원으로 오름세이며, 육계(육가공원료)는 3262.83원에서 3239.74원으로 하락하더니 3347.24원으로 다시 올랐습니다.

올해 1분기 역시도 신선육의 가격은 지난해 1분기 3198.83원에서 2719.94원으로 하락했고, 계육도 3369.07원에서 2744.42원으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육가공은 6460.74원에서 6895.81원으로 올랐습니다.

하지만 올해 산지가격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생계는 지난해 1분기 1592.08원에서 1565.16원으로, 육계 역시 3553.79원에서 3332.45원으로 하락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적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닭고기의 국내 생산량과 수입량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인데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 농업전망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국내 생산량은 58만5300톤→59만9500톤→56만5000톤→60만3000톤→63만6100톤으로, 증감융은 2.4%→-5.8%→6.7%→5.5%로 평균 2.2% 증가율을 보입니다. 반면 수입량은 11만8600톤→12만8300톤→13만1900톤→16만2800톤→17만7800톤으로 증감률은 8.2%→2.8%→23.4%→9.2%로 평균 10.9%의 증가율을 나타냅니다. 결국 수입량이 국내 생산량은 5배가 많은 것입니다.

이같은 요인으로 국내 닭을 생산·판매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입니다. 문제는 지난해에 아프리카(ASF) 돼지열병 창궐로 닭고기 소비가 증가할 것이란 예상에도 닭고기 소비는 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닭고기를 생산·판매하는 기업들의 실적은 줄었다면 1인당 닭 소비량과 치킨 실적도 동반 하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반대 상황을 보이고 있어 이상한 대조를 보입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1인당 닭 소비량은 13.4kg→13.8kg→13.3kg→14.2kg→14.8kg입니다. 닭소비량 증가는 치킨으로 넘어간 분위기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빅3의 실적을 보면 교촌치킨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에 비해 12.1%, 94%, 257.7%로 크게 올랐습니다. bhc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34.1%, 61% 늘었습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11.8% 줄었습니다. BBQ의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도 2.9%, 38.9%, 5.8% 증가했습니다.

복날에도 삼계탕이나 닭백숙보다는 치킨을 선호하는 분위기입니다. bhc는 7월 초복(16일)과 중복(26일)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각각 25%, 50% 늘어나는 등 복날 종합 매출액이 전년대비 35% 증가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반면 위메프가 초복 기간(6~12일) 보양식 거래액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산물 매출 증가율이 483%로 가장 많이 늘었으며, 갑각류(랍스터·바닷가재) 415%, 장어 346%로 1, 2, 3위를 차지했으며, 삼계탕·백숙용 닭고기 매출 증가율은 152%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 대형 육가공업체들의 영업정지가 지속되면서 국내 닭고기 기업들이 반사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이도 잠깐에 머무르며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월 글로벌 축산가공업체인 스미스필드푸드와 JBS, 타이슨푸드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돼지고기와 소고기 가공공장을 중단했습니다. 소·돼지고기의 소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닭고기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입니다.

관련 보도가 나온 4월 23일 하림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13% 오른 2650원메 마감했으며, 5월 6일에는 10.8% 오른 3130원으로 최근 3개월 내 최고점을 찍었다가 이후 하락세에 들면서 7월 27일에는 2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8일에도 2790~2820원대를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습니다.

마니커도 4월 23일 주가가 전일보다 1.71% 오른 833원에 장을 마쳤으며, 5월 6일에는 18.94% 오른 1030원으로 꼭지점을 찍은 후 하락 국면에 접어들더니 7월 27일에는 최근 3개월 내 가장 낮은 788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8일에도 하락장으로 시작해 760원대에 거래 중입니다.

마니커에프앤지도 4월 23일 전일 대비 6.73% 상승한 84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5월 6일 29.63% 오른 1만1200원에 장을 마쳤으나,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7월 27일에는 9420원에 마감했습니다. 28일에는 상승으로 장을 시작했으나 계속 하락하면서 9200원대에 거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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