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규제 빠져나간 정몽구·정의선 부자 ‘0.01%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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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규제 빠져나간 정몽구·정의선 부자 ‘0.01% 마법’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2.01.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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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사익편취 규제 지분율 20%로 강화되자 보유주식 팔아 ‘19.99%’ 딱 맞춰
2015년에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30%로 바뀌자 지분 0.01% 낮춰 법망 빠져나가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왼쪽), 정의선 부자가 보유지분을 정확히 19.99%로 맞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져 나갔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왼쪽), 정의선 부자가 보유지분을 정확히 19.99%로 맞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져 나갔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2대 주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 지분 1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이그룹에 매각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질적으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 가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앞서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낮춘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5일 정의선 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873만2290주 중 123만2299주(3.29%),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251만7701주(6.71%) 전량을 시간 외 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처분 단가는 1주당 16만3000원으로 정의선 회장의 주식 매각대금은 2000억, 정몽구 명예회장은 4100억원 가량입니다.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 2인이 이번 주식 처분으로 현금화한 돈은 총 6113억원입니다.

처분된 주식은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특수목적법인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가 사들였습니다. 이에 따라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23.29%에서 19.99%로 낮아졌고,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특수관계인에서 빠졌습니다.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는 지분율 10%를 확보, 정의선 회장과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11%)에 이어 현대글로비스의 3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이번 매각은 현대글로비스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투자기업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확보하며 주주가치를 높였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재계의 시각은 다릅니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수 일가 지분율을 낮춘 또 다른 ‘꼼수’라는 지적입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상장사의 경우 기존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강화됐습니다.

만약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총수 일가 지분은 20%를 넘어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해당됩니다. 이들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종전 지분율은 29.99%입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총수 일가 2명이 한꺼번에 주식을 팔면서 이들의 지분율은 19.99%로 낮아져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빠지게 된 것입니다. 딱 0.01% 차이입니다.

완성차나 중고차, 차량용 부품 등을 운송하는 역할을 하는 현대글로비스의 2020년 기준 전체 매출액 12조9100억원 중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은 3조37억원입니다. 비중으로 따지면 23.27%입니다. 해외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내부거래 비중은 70%입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사와의 연간 거래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12% 이상인 기업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입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것이죠.

이들 부자가 주식을 처분하기 이전 29.99%의 지분율도 절묘한 수치입니다. 2015년 당시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의 상장사 지분율이 30%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대상으로 개정됐습니다. 그러자 정몽구, 정의선 부자는 지분을 정리해 29.99%로 맞춥니다.

2014년 말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가지고 있던 지분은 각각 11.51, 31.88%였습니다. 도합 43.39%입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30%로 개정하자 정씨 부자는 2015년 1월 블록딜로 지분 13.39%를 매각합니다. 지분율 43.39%에서 29.99%로 낮춘 것입니다. 이때도 딱 0.01% 차이로 규제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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