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 면피’ 쿠팡 김범석, 사익편취 법망도 피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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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인 면피’ 쿠팡 김범석, 사익편취 법망도 피해 갔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5.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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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공시 의무와 책임 면죄부
경실련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정 적용을 무시한 것”
김범석 쿠팡 의장/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의장/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의사회 의장이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하면서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서도 벗어나게 됐습니다.

쿠팡은 지난해 자산총액이 5조800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으로 지정됐으나, 실질적인 지배자인 김범수 의장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적용되는데, 이를 피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동일인에 지정되면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시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고, 지정 자료 관련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김 의장은 쿠팡 지분 10.2%를 보유하고 있으나, 주당 29배인 의결권을 가져 실질적 의결권은 76.7%에 달합니다. 하지만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으면서 총수 일가 사익편취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 것입니다.

김 의장과 친인척 사이 거래를 알릴 필요도 없기 때문에 그들의 거래를 살펴볼 길이 사라집니다. 결국은 김 의장과 그의 가족들이 향후 개인 회사를 설립해 쿠팡으로부터 일감몰아주기 혜택을 받거나 사익을 편취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쿠팡에 특혜를 준 것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정위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정(제23조의 2) 적용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도록 규제해야 함에도 법제도를 운용해야 할 공정위가 사익편취 특혜를 만들어 쿠팡 같은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쿠팡 자료를 검토한 결과 김의장과 친족이 가진 국내회사는 전혀 없다”면서 “동일인으로 쿠팡을 지정하든 김 의장을 지정하든 계열집단에 변화가 없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도 현시점에서 봤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 특혜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쿠팡 경영진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렸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명 쿠팡 IR 팀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사진=쿠팡
쿠팡 경영진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렸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명 쿠팡 IR 팀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사진=쿠팡

실제로 김범석 의장과 그의 가족들은 개인회사 없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따로 개인회사를 차리고 쿠팡으로부터 일감을 받아도 총수일가 사익편취로 제재할 방도는 없어진 것입니다.

현재 김 의장의 남동생 부부는 쿠팡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국적인 그의 남동생은 Sr.Director라는 직책으로 OE(Operation exellence) 부문에서 로지스틱스(물류)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대만계 미국 국적의 남동생 아내도 2015년 5월 쿠팡에 입사해 HR부문 Sr.manager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김 의장과 그의 가족들이 일감몰아주기나 사익편취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들이 향후 사적으로 기업을 설립해 일감몰아주기 혜택을 받더라도 현행 법으로는 제재할 방도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실제 SK후니드는 설립 이후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전폭적 지지로 성장했고 태영매니지먼트를 흡수합병했는데요.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급속한 성장 관련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김범수 의장은 총수라는 부담에서 벗어났지만 김 의장과 그의 가족들이 사익편취 논란에서도 자유로울지 업계의 이목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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