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행 콧노래’ 쿠팡, ‘국적’과 함께 불어온 논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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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행 콧노래’ 쿠팡, ‘국적’과 함께 불어온 논란들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2.17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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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 상장 추진에 ‘일본불매’ 이후 국적공방 재연… ‘차등의결권·스톡옵션 차별’ 논란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미국 국적으로 ‘검은 머리 미국인’이다.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미국 국적으로 ‘검은 머리 미국인’이다. /사진=쿠팡

“지급하지 않은 3년치 연장근로수당이 75억원에 이른다.”

2017년 6월 19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입장자료를 통해 이른바 ‘꿈의 직장’을 까발립니다. 1년 반 전 회사의 대표가 배송인력의 6할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큰소리까지 쳤던 그곳입니다. 같은 업무를 하는 이들이 ‘연봉 4000만원’이라고 부러워했던 그곳입니다. 이 의원의 입장 발표가 있은 지 두 달여 뒤, 꿈의 직장에는 노동조합이 생겨납니다.

2018년 11월 중순 일본 도쿄에 있는 소프트뱅크 사무실에서 손정의 회장(왼쪽)과 김범석 대표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쿠팡
2018년 11월 중순 일본 도쿄에 있는 소프트뱅크 사무실에서 손정의 회장(왼쪽)과 김범석 대표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쿠팡

“검은 머리 미국인이 의장이고 일본인이 투자한 미국회사.”

언론조차 ‘직상장’이라며 틀린 표현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는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의 ‘뉴욕행’에 개인투자자들도 한껏 들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로켓배송’으로 인기가 있으니 국민들도 내 일처럼 환영합니다. 쏟아지는 기사에 누리꾼들도 반가움을 표하자 쿠팡의 ‘국적’을 환기하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지지난해 여름 ‘노재팬’ 공방이 다시 불거진 것입니다.

한 누리꾼의 댓글처럼 쿠팡이라는 기업은 ‘검은 머리 미국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이며, ‘일본인’ 손 마사요시(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분 40%를 가지고 있는 ‘미국회사’ 쿠팡LCC가 모기업입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까닭입니다. 여기에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의 ‘한국인 비하’ 발언이 퍼지면서 쿠팡친구에서 ‘적’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은 미국 기업이 미국에서 상장하는 것입니다. 쿠팡이 거대 글로벌 공룡기업인 ‘아마존’을 피해서 ‘한국’이라는 입지를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뉴욕 상장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누적 손실이 4조5000억원이나 되다 보니 미국보다 심사가 까다로운 우리나라 상장을 생각할 수 없었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입니다.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을 공식화하면서 관련주들이 잇따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픽사베이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을 공식화하면서 관련주들이 잇따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픽사베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쿠팡의 뉴욕행 이유를 “창업자에게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이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는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쿠팡LLC의 미국 상장은 과거에서부터 예정됐던 사항”이라며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재벌세습은 제도화된다”라며 논거로 삼는 것을 중단하라고 반박했습니다.

쿠팡의 국적 논란과 함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도 논란거리입니다. 쿠팡은 직원들과 이익을 나눠 갖겠다는 뜻에서 배달 인력인 ‘쿠팡친구’에게 1인당 200만원가량의 주식을 나눠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쿠팡이츠와 쿠팡플렉스 인력은 빼기로 했습니다. 쿠팡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닌 독립 계약자와 사업자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앞서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쿠팡이츠 등 인력들이 배달 사고 등 위험요인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게다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회사가 떠안게 될 부담과 위험에 대해서도 명시했습니다. 아울러 배달인력 등의 노조 활동이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까지 밝혔습니다.

쿠팡 로켓배송 로켓맨. /사진=쿠팡
쿠팡 로켓배송 로켓맨. /사진=쿠팡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쿠팡의 국적을 다시 확인하며 불매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앤캐시/산와머니,ok저축은행.............일본자금 대부업체 소프트뱅크 일본자금...........쿠팡” “쿠팡 미국 꺼였구나” “쿠팡이 커지면 그 돈 배당 미국으로 가는 거네” “손정의 회사 아닌가요? 그니깐 일본회사” “놀랍군 미국기업이라니” “쿠팡 대표의 명언. 김범석 대표가 한국인들은 큰물에서 놀지 못해 시야가 좁고, 스마트하지 못하며 도전정신이 없고 정직하지도 않다”.

“이직률이 75%라며? 그걸 받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쿠팡 일단 싸지 않다~ 인터넷뉴스에 쓰레기처럼 달라붙는 광고는 일단 쿠팡~ 잘 끄기도 힘들다~ 난 원래 쿠팡 거의 안해~” “결국 일본기업 아이가? 회원 탈퇴해야것다” “한국에서 돈 벌어서 기업하기 힘들다고 미국에 상장한단다. 이런 X같은 기업은 퇴출이 답이다” “쿠팡 알았으면 이용 안하면 되는 겁니다. 우리 돈을 왜 해외로 나가게 둡니까!!!”.

“적자투성이 회사에 시장은 포화상태인데 왜 손정희가 몇조씩 투자하겠어? 그동안 손정희 투자방식으로 보면 키워서 되파는 방식으로 갑부가 된 사업가인데 아시아 물류회사급으로 키운 뒤 가격 올려서 몇조 남겨 먹을꺼다. 글구 한국물류시장은 외국자금에 잠식되어서 평균가격만 올라갈 거야. 현재도 지마켓 옥션도 외국꺼잖아”.

거래 정지 중인 동방 주가와 쿠팡 관련주 17일 종가.
거래 정지 중인 동방 주가와 쿠팡 관련주 17일 종가.

오늘(17일)도 우리나라 증시에서는 쿠팡의 뉴욕 상장 소식에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쿠팡의 물류 전담 운송사인 동방, 역시 물류 협력사인 KCTC, 쿠팡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쿠팡플레이’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KTH, 쿠팡에 쿠키와 피자 등을 납품하는 서울식품이 그들입니다. 여기에 택배 물량 증가가 기대되는 골판지 업체인 대영포장과 영풍제지도 있습니다.

“투자란 좋은 회사를 찾아내 엉덩이를 붙이고 오래 앉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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