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추락에 김범수 의장은 증인으로… 위기의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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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추락에 김범수 의장은 증인으로… 위기의 카카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9.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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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에 시총 12조원 빠지고 김 의장은 ‘최고 부자’ 자리 반납
김 의장, 5개 상임위에 증인 채택되면서 3년 만에 국감 증언대 출석
코로나19 영향으로 파죽지세를 달리던 카카오가 최근 주가 추락에 김범수 의장까지 국감 증인에 채택되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카카오
코로나19 영향으로 파죽지세를 달리던 카카오가 최근 주가 추락에 김범수 의장까지 국감 증인에 채택되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카카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이어가던 ‘정보기술(IT) 공룡’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의 플랫폼 규제로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총수인 김범수 의장마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 나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인데요.

카카오 주가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난 시점인 지난해 4월 이후 숨가쁜 상승세를 이어오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핫한 종목으로 주목받으며 국민주로 떠올랐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액면분할을 단행했는데요. 주가 상승세는 액면분할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액면분할 이전 1년간 주가 추이를 보면 지난해 3월 31일 종가 기준 15만5500원이었던 카카오 주가는 올해 4월 9일 5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1년 동안 258.8%나 급등했습니다. 액면분할 직후 첫 거래일인 4월 15일 12만500원으로 장을 마감한 카카오 주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6월 23일에는 1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두 달여 만에 무려 40.7%나 오른 것입니다.

6월에는 시가총액이 네이버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서는 기염까지 토했는데요. 6월 15일 종가 기준 시총 64조1478억원을 기록하며 네이버(63조5699억원)를 넘어선 것입니다. 카카오 시총은 지난해 말 34조4460억원에서 반년 사이에 30조원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카카오가 네이버의 시총을 뛰어넘은 것은 다음과 합병 이후 7년 만입니다. 다음과 합병할 당시인 2014년 10월 14일 카카오 시총은 7조8679억원으로, 네이버 시총(24조9857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카카오 몸집이 단기간에 급격히 불어난 배경에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인터넷 업종의 강세와 더불어 자회사들의 고성장 기대감과 상장 추진 등 호재가 겹쳤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 초 코로나 발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사업에 대한 파격적인 밸류에이션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라며 “카카오의 가치는 플랫폼 사업에 대한 막강한 성장잠재력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한참 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올해 4월에는 액면분할을 실시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져 국민주로 떠오르면서 거래량이 급증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주식 가치의 급등에 카카오 총수인 김범수 의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 29일 미국 경제 전문매체 블룸버그 통신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김범수 의장이 134억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해 121억달러를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을 제치면서 한국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습니다. 액면분할 이후 지난 6월 23일 최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 것인데요. 게다가 최근엔 정부의 플랫폼 규제책이 발표되면서 날개를 잃은 듯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에서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화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지난 6일부터 열흘 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곤 줄곧 내림세입니다. 14만~15만원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카카오는 규제 하루 전인 9월 6일 0.64% 내린 15만5500원에 장을 마친 이후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나흘 뒤인 10일 1.17%(종가 13만원) 깜짝 올랐지만 다시 하락 곡선을 그리면서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7일 11만9500원에 장을 마치면서 결국 12만원 선마저 무너졌습니다.

이달 들어 종가 기준 최고가를 기록한 3일 15만6500원에 비하면 23.6% 하락한 것입니다. 액면분할 후 최고가를 찍은 6월 23일 16만9500원에 비하면 29.5%나 빠졌습니다. 시총 3위 자리도 네이버에 뺐겼습니다. 23일 카카오 시총은 52조641억원으로, 네이버의 65조7054억원보다 13조6000억원 가량 뒤져 있습니다. 3위 등극 당시보다 12조원 가량 빠진 것입니다.

주가 하락에 김범수 의장은 한국 최고 부자 자리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다시 내줬습니다. 22일(한국 시간) 블룸버그 통신의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김 의장의 주식 자산은 106억달러(약 12조5000억원)를 기록하며, 111억달러(약 13조1000억원)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한국인 가운데 2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정부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로 인한 직격탄을 맞은 영향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플랫폼 기업의 카드·보험·연금 등 금융상품 판매가 ‘미등록 중개’이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일반인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온라인 금융 플랫폼 서비스가 그동안 ‘단순 광고 대행’으로 판단해 온 금융당국이 ‘중개 서비스’로 태도를 바꾸면서 금소법 상 미등록 중개 행위로 판단한 것입니다. 지난 9일에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빅테크에 대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예외를 두지 않고 혁신금융 기업에도 동일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분위기 반전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스마트호출 서비스와 보험중개 서비스 등 논란이 된 서비스를 중단하고 3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상생안을 내놨지만 향후 추가 규제 리스크를 불식시키기엔 모자라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와중에 다음 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김범수 의장이 국감장 증언대에 설 위기에 처했습니다. 2018년에 이어 3년 만입니다.

국토교통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다섯 곳에서 김범수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힌 것인데요. 플랫폼의 독점 구조, 직장 내 괴롭힘 문제, 골목상권 침해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 등에 대해 집중적인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카카오가 골목 상권 침해 사업 철수 등 상생방안을 내놓기는 했으나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 문제 제기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카카오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의 금산분리 위반 논란에 대한 공방전도 뜨거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 신청 명단 초안에서 김범수 의장에 대한 신문 요지로 ‘주 52시간 및 근로기준법 위반, 임금체불 관련’이라고 적어,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을 따져 물을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가 지급하지 않은 수당은 노동자 131명분인 1억2483만9300원으로 밝혀졌습니다. IT 회사의 고질적 병폐인 초과 노동도 예외는 없었는데요. 한 노동자는 노동 상한 시간을 훌쩍 넘겨 한 달에 66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사상 최대의 상승세를 타고 있던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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