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에 꽂혀 200명 잡은’ 일동제약 윤웅섭의 경영판단력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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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에 꽂혀 200명 잡은’ 일동제약 윤웅섭의 경영판단력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8.10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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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연매출 20% 쏟아붓고도 성과 못 내 11분기 연속 적자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 과욕에 결국 임직원만 책임 떠안은 셈
재무구조 개선 위해 결국 R&D 부문 분사… 성과 낼지 미지수
일동제약 사옥 전경. /사진=일동제약
일동제약 사옥 전경. /사진=일동제약

과도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실적 부진을 이어가던 일동제약이 결국 쇄신책으로 R&D부문을 분할해 신약개발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또 연초부터 예고된 인원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말까지 홀딩스와 합쳐 1400여명의 직원 가운데 200여명이 희망퇴직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희망퇴직자들은 통상임금 9개월치에 해당하는 6000만~7000만원 가량의 위로금을 받고 일터를 떠났습니다. 전체 임직원의 14%가 넘는 인원을 구조조정한 것입니다. 이들 중에는 20년 이상 장기 근속한 공장 근로자를 비롯해 차·부장급 인원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회사의 핵심 인력이 대거 쫓겨나듯 짐을 싼 것입니다. 2분기 실적공시에서 밝힌 희망퇴직 위로금 비용은 96억3100만원이었습니다.

일동제약은 몇년째 신약 개발을 위한 R&D에 누가 봐도 지나칠 정도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동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매출의 20% 가까이를 R&D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 중심 기업으로 체질 전환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동제약은 2021년 매출의 19.3%인 1082억원을 R&D에 투자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6377억원의 19.8%인 1251억원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썼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의 19%인 276억원을 투자해 신약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동제약은 최근 3년간 3000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 비용을 쓰고도 투자 대비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2형 당뇨병, 소화성 궤양, 파킨슨병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연구 단계이거나 임상1상을 진행 중인 것이 대부분입니다.

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 /사진=일동제약
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 /사진=일동제약

일동제약은 이 기간 영업적자를 지속해 11분기 연속 영업손실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21년 555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엔 73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9일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도 324억원(2분기 1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이로 인해 일동제약이 운영자금 및 기존 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금융권에서 단기로 차입한 금액만 지난달 메리츠증권에서 300억원(1년 만기)을 빌린 것을 합치면 모두 1600억원에 달합니다. 자기자본금의 50%가 넘는 액수입니다.

일동제약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일동제약이 이처럼 실적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과도한 R&D 투자를 꼽습니다. 신약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분야입니다.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하고 쏟아부은 비용과 열정에도 실패 확률이 높은 모험(벤처)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사령탑의 판단과 경영능력,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실패의 책임도 CEO가 감당할 몫입니다.

일각에서 이번 인원 감축과 자회사 설립을 ‘윤웅섭 부회장의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채권단의 압력에 의해 감원을 단행하고 결국 자회사를 분할해 재무구조 개선 돌파구를 찾는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일동제약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신약 R&D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가칭)를 신설하는 기업 분할 안건을 승인했습니다. R&D 부문을 떼내 세워질 유노비아는 일동제약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자회사로 11월 1일 출범하게 됩니다. 대표이사는 일동제약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서진식 사장과 연구소장인 최성구 사장이 공동으로 맡기로 했습니다.

일동제약은 이날 신속한 재무구조의 개선과 수익성 증대, 신약 R&D 추진력 강화, 투자 유치 확대 등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신설법인의 투자유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존속 법인인 일동제약은 연구개발에 따른 비용부담을 덜 전망입니다.

시장에선 윤 부회장의 집념이 성공적인 결실을 낼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블록버스터급 신약 출시로 이어진다면 ‘뚝심 경영’으로 부러움을 사겠지만, ‘쪽박’으로 끝난다면 또 다른 후폭풍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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