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의 ‘유리 천장’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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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드의 ‘유리 천장’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9.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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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나카드
/사진=하나카드

금융업계의 유리천장 비난은 끊이지 않는 화두다. 능력과 관계없이 여성의 고위직 임원 진입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고 깨지지 않는 단단한 장벽’을 의미하는 유리천장은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사고에 의한 불공정한 기업 인사 시스템을 지적할 때 따라붙는 말이다.

카드사들은 수시로 성평등을 외치지만, 여성이 리더로 성장하기에는 여전히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조직이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3개 주요 은행과 카드사에 재직중인 여성 임원의 수가 여전히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3개 금융사 임원 899명 중 여성은 84명(9%)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주요 8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상근직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하나카드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카드는 전체 19명의 임원 중 여성은 사외이사 2명인데 모두 비상근이다. 중요한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실질적 권한과 책임이 없는 자리이다.

카드업계는 다른 업계보다 여성 직원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나카드의 경우 상근직 여성 임원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하나카드 전체 정규직 직원의 성비는 여성 45.2% 남성 54.8%로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상근직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게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여성 임원이 20% 가까이 되는 현대카드의 경우 전체 임원 60명 중 10명이 여성인데 모두 상근직이고, 삼성카드는 29명의 임원 중 4명이 여성, 이 가운데 3명이 상근직으로 1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 롯데카드와 비씨카드는 상근직 여성 임원을 각각 2명, 신한·우리·KB국민카드는 1명씩 선임하고 있다.

하나카드에선 “상근 여성 임원이 없는 것은 사실이나 차별을 둔 것은 아니다”라며 “직원들의 성비 격차도 크지 않고 33개 부서 중 4개 부서에 여성 부서장이 배치되는 등 여성 리더를 양성하려는 분위기”라고 반박했다. 상근 여성 임원에 대해선 인사이동 때 평가에 따라 배치될 것이며, 현재 사내에 실력있는 여성 리더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나카드 남성 임직원은 총 401명으로 평균 급여가 4600여만원인데 반해, 여성 직원은 302명으로 평균 급여는 3000만원으로 여성 평균 급여가 남성의 65%에 불과하다. 평균 근속 연수도 남성 직원 13년 2개월 비해 여성 직원은 11년 10개월로 차이가 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초기 외한카드 당시 여성 직원 중 일부를 계약직으로 채용해 차이가 나고 있다”라며 “하나금융이 인수한 이후 관련된 내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하나카드 측의 설명대로 성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기업문화 정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성 임원이 많아질수록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성이 커지고 창의적인 역량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여러 곳에서 확인하고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곳을 찾기 힘들다. 성비 불균형과 임금 격차, 승진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남자가 경영진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남성 우월주의를 버리지 못한 채 그들만의 잔치에 몰두하는 한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고 단단한 벽일 뿐이다.

무엇보다 이전 최고 경영자의 여성 차별 발언 이후 늘 세간의 이목이 쏠려 있는 하나카드의 경우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기업 차원의 여성리더 배출에 한층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상근직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다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언제든 대표적인 유리천장으로 하나카드가 지목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상고 출신 이호성 대표의 구호가 단순한 보여주기 식이 아닌 소신과 의지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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