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마저 물거품… 위기의 하림산업 앞날은? [이슈&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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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마저 물거품… 위기의 하림산업 앞날은? [이슈&웰스]
  • 최석영 기자
  • 승인 2024.02.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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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HMM 인수 집중하는 사이 본업인 하림산업은 자금난 심화
‘더미식’ 기대에 못 미치고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프로젝트도 부담
영업손실 지속, 부채도 ‘눈덩이’ 증가… 지주에서 1년새 1300억원 지원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하림지주 신사옥과 김홍국 회장. /그래픽=뉴스웰, 사진출처=하림지주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하림지주 신사옥과 김홍국 회장. /그래픽=뉴스웰, 사진출처=하림지주

‘결국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는 없었다’ ‘김홍국의 나폴레옹 2각모자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의 HMM 인수 무산을 두고 언론들이 뽑은 헤드라인이다.

하림그룹이 HMM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경제계는 걱정이 많았다. HMM은 국내 유일의 해운 국적사로 자산규모가 25조8000억원(재계 19위)에 달해 우선협상자인 하림그룹(2022년 현재 17조3000억원, 재계 25위)보다 덩치가 휠씬 더 컸기에 과연 인수대금 6조 4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였다. 설사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미래 투자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금융권과 해운업계를 중심으로 퍼졌다. 

실제 하림의 HMM 빅딜 무산의 요인은 여러 가지였지만, 원활한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를 끌어들인 게 걸림돌이 됐다. 하림지주가 동원 가능한 재무제표상의 현금성 자산은 최대 1조3000억원 정도였다. 사모펀드와 금융권 인수금융 약속(LOC) 등을 최대한 감안해도 계열사 팬오션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야 겨우 맞출 수 있는 수준이다. 하림그룹은 자금조달 계획에 문제가 없으며 해운 계열사 팬오션과 시너지를 내면 HMM 인수에 쏟는 금액이 결코 무리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지만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우선 외부에서 자금을 대거 빌려 가면서까지 인수해야만 하는 매물인지를 놓고 이견이 많았다. HMM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하림그룹이 경영권을 온전히 쥐고 갈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로 거론됐다.

결과적으로 반년 넘게 이어진 하림과 HMM의 빅딜은 모두 없던 일이 됐다. 벌크선사 팬오션에 이어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선사 HMM을 품고 글로벌 해운사를 운영하겠다는 김홍국 회장의 ‘선박왕’의 꿈은 꺾인 셈이다.

김 회장의 마법이 통하지 않은 사례는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2021년엔 이스타항공 인수전에서도 인수의향서만 제출해 놓고 결국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김 회장은 “팬오션 유보금 1900억원과 그룹 자체적으로 7000억~8000억원의 실탄이 확보돼 있다”면서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한다면 팬오션의 해상물류에 항공물류까지 시너지 효과는 물론 현재 추진 중인 양재동 도시 첨단물류까지 완성해 육·해·공 물류비즈니스를 모두 갖추게 된다”라고 그룹의 수직계열화에 대한 미래상까지 제시했다.

이후 경제계에서는 하림의 이스타항공 빅딜에 대해 기대와 긍정적 전망을 쏟아냈고 본입찰 전까지 2주간 인수전과 관련해 화제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는 하림이 인수전에 참여한 10여개사 중 유일한 대기업으로 자금력에서도 다른 경쟁기업을 압도했기 때문이었다. 또 NS홈쇼핑, 팬오션 등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도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김홍국 회장의 매직은 제한적이었다. 되레 이스타항공과 이번 HMM 인수까지 물거품이 되면서 하림그룹의 한계만 드러내고 말았다.

게다가 김 회장이 빅딜에 몰두하는 사이 하림의 미래 청사진인 간편식 사업과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하림산업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하림지주는 특수관계인 유상증자를 통해 하림산업에 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했다. 출자주식(3만주) 전량을 하림지주가 배정받는 방식이다.

하림지주는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10월에 400억원, 7월과 2월에도 각각 300억원을 지원했다. 1년 새 1300억원의 현금을 보충해 준 셈이다.

하림산업의 주력은 식품 제조업이다. 2021년 10월 ‘더미식(The미식) 장인라면’ 출시와 함께 프리미엄 간편식 시장에 발을 내딛고, 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김 회장은 더미식을 연매출 1조 5000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더미식 브랜드의 매출은 김 회장의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하림산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508억원으로, 2022년 461억원에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 손실은 ▲2019년 148억원 ▲2020년 294억원 ▲2021년 589억원 ▲2022년 869억원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더미식 브랜드의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하림산업이 재무적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투자로 인한 부채 증가를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림산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총부채는 전년 동기(3723억원) 대비 47.12% 증가한 5477억원이다. 부채비율도 2022년 3분기 기준 78.33%에서 1년 새 123.14%로 44.81%포인트나 급등했다.

또 하림산업이 2016년부터 사업비 약 6조8000억원을 들여 건설 중인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프로젝트도 부담이다. 최근 부동산PF 리스크가 부각 되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커져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하림그룹의 본업을 둘러싼 시장 상황이 2021년을 정점으로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어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본업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시점”이라며 “하림그룹 입장에서는 HMM 인수 무산으로 쓰지 못한 인수대금이 오히려 위기를 돌파하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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