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뛰는데… 5년간 오리고기 담합 과징금이 ‘60억’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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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뛰는데… 5년간 오리고기 담합 과징금이 ‘60억’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6.07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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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원·참프레 등 9개사, 가격 및 생산량 조절 적발… “과징금 적다” 지적 이어져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오리 신선육의 가격과 생산량을 담합한 행위로, 다솔 등 9개 제조·판매업자와 한국오리협회에 모두 62억3600만원의 과징금이 매겨졌다. 사진은 전라남도 장흥군에 위치한 다솔 본사. /사진=뉴스웰DB
오리 신선육의 가격과 생산량을 담합한 행위로, 다솔 등 9개 제조·판매업자와 한국오리협회에 모두 62억3600만원의 과징금이 매겨졌다. 사진은 전라남도 장흥군에 위치한 다솔 본사. /사진=뉴스웰DB

“어쩐지 오리고기 사려면 비싸다 생각했음. 갑자기 가격이 모두 확 올라서…”

무려 5년 넘게 오리 신선육의 가격과 생산량을 담합한 행위로, 9개 제조·판매업자와 한국오리협회에 모두 62억3600만원의 과징금이 매겨졌습니다. ‘담합행위’란 일정한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여러 사업자가 서로 짜고 가격이나 생산량을 조절,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순우리말로는 ‘짬짜미’라고 부릅니다.

오리 신선육 제조·판매업자들이 2016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기준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거나 할인금액 상한을 설정하는 등 가격담합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오리 신선육 제조·판매업자들이 2016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기준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거나 할인금액 상한을 설정하는 등 가격담합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모두 17차례에 걸쳐 오리 신선육의 가격 또는 생산량을 담합(공정거래법 위반)한 제조·판매업자 9곳에 시정명령과 함께 모두 60억1200만원(잠정)의 과징금이 매겨졌습니다.

업체별(과징금 규모 순)로 보면, ▲다솔(19억8600만원) ▲정다운(10억7500만원) ▲주원산오리(6억7800만원) ▲사조원(5억7000만원) ▲참프레(5억5000만원) ▲성실농산(5억4100만원) ▲삼호유황오리(3억5600만원) ▲유성농산(1억7000만원) ▲모란식품(8600만원) 등입니다.

한 오리 신선육 판매업체 영업본부장의 업무수첩에 기록된 가격담합 합의 내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한 오리 신선육 판매업체 영업본부장의 업무수첩에 기록된 가격담합 합의 내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들 사업자는 종오리(오리 생산을 위해 사육하는 부모 오리)와 종란(종오리 알) 등을 감축·폐기해 생산량을 제한하기로 담합했습니다. 먼저 정다운 등 6개사는 2012년 4월 12일 한국오리협회에서 모여 사육농가에 투입하는 새끼오리 물량을 감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어 참프레 등 9개사는 2016년 1, 4, 11월 등 3차례에 걸쳐 종오리와 종란을 감축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아울러 다솔 등 8개사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기준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거나 할인금액 상한을 설정했습니다. 한 업체 영업본부장은 업무수첩에 2016년 3월 22일 기준가격을 6000원에서 6500원으로, 할인금액 상한은 최대 500원으로 합의한 내용을 적은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공정위는 오리협회에 대해서도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24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이들은 주로 오리협회의 대표이사급 모임인 계열화협의회 등을 통해 담합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담합행위에 가담한 9개사의 시장점유율은 2016년 국내 오리 도축 숫자 기준으로 92.5%에 달했습니다.

오리 신선육 가격담합에 가담한 모란식품을 뺀 8개사의 영업이익은 2016년 197억4000만원에서 2017년 564억5000만원으로 2.8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오리 신선육 가격담합에 가담한 모란식품을 뺀 8개사의 영업이익은 2016년 197억4000만원에서 2017년 564억5000만원으로 2.8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특히 가격담합에 가담한 모란식품을 뺀 8개사의 영업이익은 2016년 197억4000만원에서 2017년 564억5000만원으로 2.8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 9개 사업자는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생산량 감축은 정부의 수급 조절 정책을 따른 정당한 행위여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공정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이 사건과 관련한 생산조정·출하조절 명령을 내린 적이 없고, 농식품부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오리 수급조절협의회’가 종오리 감축·종란 폐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업체 간 생산량 제한 합의·결정이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생산량 감축에 따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자조금’은 생산량 담합까지 허용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오리고기 가격이 갑자기 오른 이유가 있었다며, 담합행위를 한 사업자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누리꾼들은 오리고기 가격이 갑자기 오른 이유가 있었다며, 담합행위를 한 사업자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오리고기 가격이 갑자기 오른 이유가 있었다며, 담합행위를 한 사업자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비현실적으로 적은 과징금을 높이고, 추징한 과징금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오리고기 불매운동 한달만 하자. 저것들 줄도산하게” “시정명령 하면 가격이 내려가나요? 오리생육 두 배나 올랐는데. 소비자가 몇 년간 낸 금액을 왜 나라에서 걷어가고 최근 1년 새 9천원에서 1.5만원으로 킬로그램당 올라갔고 물량도 없고 대책을 제대로 세워서 과징금 말고 업체를 정리해주시길” “담합으로 인해 국민이 손해를 본 것인데 과징금을 추징해서 국고에 귀속시키지 말고 국민에게 되돌려 줘야지. 지네들 배만 불리는 저런 징벌적 추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피해는 소비자가 보는데 돈은 정부에서 챙겨감”.

“평소보다 2.83배 영업이익 남기고 솜방망이 처벌받으니 또 담합하겠구만” “과징금 벌금에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를 도입해야 경각심을 가지지. 한 방에 인생 전체를 걸 놈은 별로 없는 법. 범죄 형량도 지금의 최저 3배로 올려야 합리적이다” “음식으로 장난치는 기업들은 3족을 망하게 합시다. 그리고 세무조사 봐주기식으로 느슨하게 하지 마시고” “몇백억 벌고 60억 과징금이면 나라도 담합한다” “매번 과징금만 걷어 쳐가는 정부. 손해는 항상 국민의 몫. 몇 년씩이라도 폐업시켜 버려라. 그래야 겁대가리 없이 담합 안 하지”.

정부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4%대를 내놓을 것이라고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은 아니어도 ‘슬로플레이션’(저성장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정부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4%대를 내놓을 것이라고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은 아니어도 ‘슬로플레이션’(저성장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편 공정위는 지난달 12일 토종닭 신선육 판매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한 하림·참프레·올품·체리부로·농협목우촌·사조원 등 6개 업체에 5억9500만원(잠정)의 과징금을 때렸습니다. 2019년 10월 종자닭, 지난해 8월 삼계탕용 닭, 올해 2월 치킨용 닭 가격담합에 이어 네 번째 토종닭 담합을 제재한 것입니다.

공정위가 이처럼 담합행위에 대해 계속해서 과징금을 매기는 등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는 간접적으로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4%대를 내놓을 것이라고 알려졌습니다. 2011년 말 이후 처음입니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은 아니어도 ‘슬로플레이션’(저성장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11월 4일, 당시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한 번 과징금을 맞으면 기업들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6개 액화석유가스(LPG) 업체들의 담합에 사상 최대인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했던 말입니다. 12년 반이 지난 지금, 담합행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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