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 트라우마’ 교보생명, 악사손보 인수는 ‘승계 지렛대’?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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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니티 트라우마’ 교보생명, 악사손보 인수는 ‘승계 지렛대’?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6.12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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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지분율 0%… 뒤늦게 승계 작업 위해 지주사 속도
인피니티와 풋옵션 분쟁으로 경영권 방어에 위협 느낀 듯
카카오페이손보와 손잡고 악사손보 3500억원에 인수 추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왼쪽)과 장남 신중하씨. /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왼쪽)과 장남 신중하씨.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이 올 하반기를 목표로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을 위해 손해보험사 인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손잡고 악사손해보험 인수를 다시 추진하는 것입니다.

IB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51%를 먼저 확보한 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 악사손보를 인수하는 계획을 조만간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악사손보에 대한 재무실사까지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과 관련, 업계에선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진행 중인 풋옵션 분쟁으로 경영권 방어에 위협을 느꼈던 경험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지주사 전환 움직임의 진짜 속내가 '경영권 승계 작업'에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본사. /사진=교보생명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본사. /사진=교보생명

경영권 승계 작업이 끝났거나 상당 부분 진전된 DB손해보험이나 한화생명 등과 달리 교보생명은 승계 작업이 진행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신창재 회장의 장남 신중하씨와 차남 신중현씨는 교보생명 지분이 전혀 없습니다. 신창재 회장이 33.78%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쳐도 36.91%가 전부입니다. 이로 인해 지분 24%를 갖고 있는 어피니티 컨소시엄과의 풋옵션 분쟁으로 경영권이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신 회장 두 아들의 지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양측 간 분쟁이 격화할 경우, 경영권 승계 작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1980년생인 신중하씨는 지난 4월부터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팀장으로, 신중현씨는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 디지털혁신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교보생명이 규모가 있는 손해보험사를 서둘러 인수한 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증여하고 계열사 경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승계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 것입니다. 지주사 전환을 경영권 승계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이 선 것처럼 보입니다.

또 올해 말 끝나는 기업의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에 따른 과세 이연 특례를 활용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주사로 전환하는 경우 현물출자로 인한 양도차익에 상당하는 금액에 대해 해당 지주회사의 주식을 처분하는 시점까지 양도소득세 또는 법인세 과세를 이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보생명 최대주주 보유지분 현황. /전자공시시스템
교보생명 최대주주 보유지분 현황. /전자공시시스템

교보생명은 앞서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악사손보 인수를 추진했으나, 가격을 두고 양사가 다른 의견을 밝히면서 결렬된 바 있습니다. 한 매체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악사손보 인수를 위해 먼저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51%를 760억여원에 확보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3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악사손보를 인수한다는 계획입니다. 당초 악사 측에선 4000억원 대를 제시했지만 양측이 3500억원 수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현재 국내외에서 법적 싸움이 진행중인 어피니티 컨소시엄과의 풋옵션 분쟁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신창재 회장 요청으로 어피니티 측이 사들이면서 비롯된 것입니다. 당초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지분 참여를 권유하면서 2015년 9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기로 했지만, 무산된 것입니다. 2018년에도 상장을 재추진했으나 또 다시 실패함에 따라 어피니티 측이 지분 24%에 대해 1주당 40만9912원, 총 2조122억원으로 풋옵션을 행사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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