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IPO는 ‘보여주기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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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IPO는 ‘보여주기 쇼’?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11.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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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 걸려 있으면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승인 불가능
교보생명이 소송 중임에도 불구하고 IPO 추진을 밝혀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이 소송 중임에도 불구하고 IPO 추진을 밝혀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교보생명

2대 주주인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너티 컨소시엄과의 대주주 분쟁이 한창인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하다고 밝혀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송전에 휩싸여 있으면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승인되기 힘들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소송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이른바 ‘보여주기 쇼’가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17일 주주 간 분쟁 등으로 그동안 사실상 중단됐던 IPO 절차를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전일 이사회를 개최해 내달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상반기에 IPO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논의했다.

교보생명의 IPO 추진은 2023년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에 대비해 자본 조달 방법을 다양화하고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공모 규모와 시기는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확정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내년 상반기 IPO 성공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는 물론, 신사업 투자 활용, 브랜드 가치 제고, 주주 이익 실현 등의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IPO에 성공한다면 동양생명(2009년), 한화·삼성생명(2010년), 미래에셋생명(2015년), 오렌지라이프(2017년)에 이어 국내 여섯 번째 상장 생보사가 된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업계 빅3(삼성, 한화, 교보) 중 유일한 비상장사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 2018년 하반기에 IPO 추진을 공식화하고 2019년 중 코스피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등 재무적 투자자(FI) 간에 발생한 국제 중재가 2년 반 이상 이어지며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양측의 국제소송은 신창재 회장이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며 어피니티 등 재무적 투자자가 2018년 11월 2조원 규모의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을 행사하면서 시작됐다.

양측은 주당 풋옵션 행사 가격의 적정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재무적 투자자는 주당 40만9912원을 제시하자 신 회장은 가격산정이 터무니없다며 주당 20만원 안팎이 적당하다고 맞섰다.

약 8000억원의 가격 차이에 갈등이 일자 어피너티는 딜로이트안진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2019년 3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국재중재를 신청한 것이다. 이에 신창재 회장 측은 풋옵션의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출할 때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평가 기준일을 고의로 재무적 투자자에 유리하게끔 적용했다며 지난해 4월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양사 간의 갈등은 법적 분쟁까지 확대됐다.

어피너티도 물러서지 않고 2019년 신 회장의 배당금(약 850억원)과 지난해 신 회장의 자택 및 급여를 가압류 했다. ICC 중재판정부는 지난 9월 재무적 투자자 측의 풋옵션 행사는 유효하지만 풋옵션 행사 가격은 재산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교보생명 측은 “ICC가 신 회장의 주식 매수 의무나 계약 미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이에 경영상의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IPO 추진을 재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창재 회장의 경영상 리스크는 여전하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재무적 투자자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관계자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형사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경영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IPO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은 “현재 시점에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언론에 IPO 추진을 먼저 공개하고, 곧바로 가처분 담당 법원에 참고자료로 제출한 것을 보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풋옵션이 행사된 직후인 2018년 12월에도 불과 3개월 전에 무기한 연기한다고 이사회 결의한 IPO추진을 갑자기 선언하며 FI 압박수단으로 사용한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 IPO 추진도 신 회장의 풋옵션 불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교보생명 측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은 그동안 IPO가 되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해왔는데, 이제 교보생명의 IPO 추진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주주간 분쟁이 여전한 상황 속에 교보생명의 IPO 추진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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