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만원 날려버린’ 종신보험… 금감원이 밥값하려면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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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만원 날려버린’ 종신보험… 금감원이 밥값하려면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8.25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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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금융감독당국이 체증형 종신보험에 대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자 누리꾼들은 “금감원이 밥값을 제대로 하려면 소비자들에게 주의만 당부할 것이 아니라 생보사들에게 변칙 판매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조치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당국이 체증형 종신보험에 대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자 누리꾼들은 “금감원이 밥값을 제대로 하려면 소비자들에게 주의만 당부할 것이 아니라 생보사들에게 변칙 판매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조치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1억보다 더 준다기에 갈아탔더니 매달 71만원씩 10년을 더 내야 되네.”

지난 2월 25일, 임걱정씨(가명)는 사망보험금이 올라간다는 말에 솔깃해 새로운 종신보험 계약을 맺습니다. 다음 달 기존 보험 해약환급금을 확인한 걱정씨는 뒤늦게 후회합니다. 5년 8개월 동안 2970만원을 부었는데 돌아온 건 472만원입니다. 더욱 놀라운 건 매달 45만원씩 내던 보험료가 1.6배(71만원) 늘었고, 기존 보험의 2배인 20년을 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평준형 종신보험을 체증형으로 갈아탄 사례. 2000만원이 훨씬 넘는 기존 보험 해약 손실에 월 보험료 부담은 1.6배, 납입기간은 2배나 늘었다. /자료=금융감독원
평준형 종신보험을 체증형으로 갈아탄 사례. 2000만원이 훨씬 넘는 기존 보험 해약 손실에 월 보험료 부담은 1.6배, 납입기간은 2배나 늘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종신보험’. 보험 대상인 피보험자가 특별한 사유 없이 사망해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사망보험금 지급액에 따라 가입 기간 보험금이 똑같은 ‘평준형’과, 가입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험금이 증가하는 ‘체증형’으로 나뉩니다. 최근 충분한 설명 없이 체증형 종신보험을 권유하면서 피해 사례가 늘자 감독당국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금감원은 보험설계사들이 체증형 종신보험을 판매할 때 ‘매년 사망보험금이 올라간다’라는 부분만 강조하고, 보험금 증가에 따른 계약자의 보험료 부담 상승에 대한 안내는 미흡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보험설계사들이 체증형 종신보험을 판매할 때 ‘매년 사망보험금이 올라간다’라는 부분만 강조하고, 보험금 증가에 따른 계약자의 보험료 부담 상승에 대한 안내는 미흡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생명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는 체증형 종신보험에 대해 ‘주의’에 해당하는 소비자경보를 25일 발령했습니다. 소비자경보는 ‘주의 < 경고 < 위험’ 순으로 나뉩니다. 평준형과 달리 가입한 뒤 보험료가 크게 오르는 체증형 종신보험은 최근 보험 리모델링 확산의 영향으로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체증형 종신보험으로 재계약 때 저해지나 무해지 환급형과 결합해 판매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저해지는 납입한 보험료보다 해약환급금이 적고, 무해지는 납입한 보험료를 아예 돌려주지 않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체증형 종신보험 판매 비중은 생명보험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체증형 종신보험 소비자경보 주요 내용. /자료=금융감독원
체증형 종신보험 소비자경보 주요 내용.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1분기 기준 체증형 상품은 전체 종신보험 신계약건수의 22.2%를 차지했습니다. 1년 전의 16.9%보다 5.3%포인트나 증가한 규모입니다. 금감원은 보험설계사들이 체증형 종신보험을 판매할 때 ‘매년 사망보험금이 올라간다’라는 부분만 강조하고, 보험금 증가에 따른 계약자의 보험료 부담 상승에 대한 안내는 미흡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이 같은 행위가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체증형 종신보험은 평준형 대비 보험료가 비싸고 해지할 경우 금전적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며 “앞으로 체증형 종신보험의 불완전판매 민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보험사의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망보험금 1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60세부터 10년간 해마다 10%씩 보험금이 올라가는 체증형 종신보험은 평준형보다 월 보험료가 13만원 비싸다. /자료=금융감독원
사망보험금 1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60세부터 10년간 해마다 10%씩 보험금이 올라가는 체증형 종신보험은 평준형보다 월 보험료가 13만원 비싸다. /자료=금융감독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보험사와 설계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보험이라는 것 자체의 의도는 좋으나 어느 순간 본질을 벗어난 것들이 보험의 탈을 쓰고 있다. 그걸 만들어내는 것은 보험사와 금감원” “종신보험은 안 드는 게 손해를 줄일 수 있어” “종신보험 팔아놓고 사업비 엄청나게 가져가면서 실비 손해라고 징징거리기는 ㅉㅉ” “변액 종신보험을 저축형 상품으로 속여 파는 재무설계 보험팔이들 완전 짜증 납니다. 평소에 연락 안 하다가 갑자기 친한 척하면서 밥 먹자고 하면서 종신보험 추천하면 그냥 수신 차단 권해드립니다” “개소리고 보험 갈아탄다는 말은 일단 해약하고 손해 보는 거다”.

직접 겪은 사례 공유와 더불어 똑똑한 상품 가입에 대한 조언도 이어집니다.

“삼성생명에 17년간 3500만원 납부했더니 지금 해약환급금이 3200만원이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식을 사 모았으면 그 돈이 3억 정도 될 건데 보험 들지 말고 삼성전자나 우량 기업에 투자했었어야 했는데 열받아서 보험 해지해버리고 그 돈으로 치료비에 보태련다” “종신보험은 사망을 보장하는 보장성보험이고 가입 후 유지율이 5년 후 반토막, 10년 지나면 20~30%다. 가입자 대부분이 10년 이내 중도 해지로 원금 손실을 크게 본다. 그런데 생보사(GA, 보험설계사 포함)들은 유지율을 알려 주지 않는다. 돈벌이 위해 무해지, 저해지로 판매하지만 중도 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소액이라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 주지 않는다. 최근에는 단기납을 출시해서 저축, 연금으로 포장해서 속여 팔고 있으니 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저축이 목적이면 은행 적금을, 사망보장은 보험료 저렴한 정기보험을 가입하자”.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와 함께 감독당국의 ‘사후약방문’ 식 대응을 꾸짖기도 합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 나도 소비자가 원인 규명해야 하고, 부당한 보험계약도 소비자가 조심해야 되고, 백신 부작용 인과관계도 소비자가 밝혀내야 하고... 이 나라는 왜 힘없는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가?” “금융감독원이 밥값을 하려면 소비자경보를 발령해서 소비자들에게만 주의를 당부할 것이 아니라 생보사들에게 변칙 판매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조치해야 한다. 도둑이 창궐해서 국민이 불안하면 국민들에게 문단속 잘하라고 외칠 일이 아니라 도둑 잡는 일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외면한 채 소비자경보만 매번 발령하고 있으니 크게 잘못됐다. 이럴 거면 금융감독원이란 간판을 소비자경보원으로 바꿔야 한다. 헛발질 경보 중단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실행하라. 도대체 몇번을 지적해야 바로 잡을 것인가?”.

종신보험 소비자 입장에서 가성비 지표인 국내 생보사들의 평균 ‘보험가격지수’를 보면 신한라이프 111.3%, 교보생명 110.7%, 한화생명 108%, 삼성생명 105.8% 순이었다. /그래픽=픽사베이
종신보험 소비자 입장에서 가성비 지표인 국내 생보사들의 평균 ‘보험가격지수’를 보면 신한라이프 111.3%, 교보생명 110.7%, 한화생명 108%, 삼성생명 105.8% 순이었다. /그래픽=픽사베이

한편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40세 남성 기준 대면채널 종신보험’의 평균 보험가격지수는 105.6%로 나타났습니다. 보험가격지수는 각 보험사의 동일 유형 상품의 평균 가격을 100%로 두고, 해당 보험사 상품의 가격 수준을 나타낸 지표입니다. 이 지수가 높으면 사업비가 상품에 많이 반영됐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성비’ 지표입니다.

국내 생보사들의 종신보험 평균 가격지수를 보면 ▲신한라이프 111.3% ▲교보생명 110.7% ▲한화생명 108% ▲삼성생명 105.8% 순이었습니다. 보험가격지수로 보험료를 단순하게 따질 수는 없지만, 소비자가 알 수 없는 사업비에 대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국의 늑장 경보만 따르다 보면 피해는 이미 발생한 뒤입니다. 보험, 참 고맙지만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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