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이기 나선 당국, ‘26일’ 기준금리 인상 예고편?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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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조이기 나선 당국, ‘26일’ 기준금리 인상 예고편?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8.18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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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까지 개인 신용대출 한도 축소 지시… 이달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 유력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뿐 아니라 2금융권까지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줄이라고 지시하면서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뿐 아니라 2금융권까지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줄이라고 지시하면서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사진=금융감독원

“얘네들은 아무리 못 해도 억대 신용대출은 받겠네.”

어제(17일) 금융권의 상반기 연봉이 공개되자 한쪽에선 볼멘소리가 커집니다. 1금융권과 임원을 제쳐놓더라도 2금융권 평균 급여 수준에 상대적 박탈감은 더합니다. 현대카드와 하나카드, 메리츠화재 직원들은 상반기에만 급여로 각각 6600만, 6230만원을 받은 것입니다. 1년치 급여로도 6000만원을 넘지 못하는 이들은 신용대출 한도 축소에 두 번 웁니다.

‘신용대출’. 개인이나 회사가 신용의 정도에 따라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뿐 아니라 2금융권까지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줄이라고 지시하면서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됩니다. 가상화폐나 주식에 올인하는 사회초년생들의 대출금 미상환 사태를 막으려는 선제 조치라지만 여러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 축소가 2금융권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 관계자가 전날 “시중은행 등 1금융권 대출 한도만 축소할 경우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2금융권 신용대출도 1금융권과 비슷한 기준으로 맞춘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열고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를 현재 ‘연소득의 2배’에서 ‘연소득 이내’로 축소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를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보험회사 등 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신용대출 한도 축소 규제는 기존 대출이 아닌 신규 대출에만 적용될 전망입니다.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 축소가 시중은행뿐 아니라 2금융권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 축소가 시중은행뿐 아니라 2금융권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최근 신용대출을 받아 가상화폐나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이 자산 가격 거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 때문입니다. 금감원이 금융권에 개인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요청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두 번째입니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은행에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의 2배 수준에서 관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은행권에서는 의사, 변호사, 공무원 등을 상대로 연봉의 최대 2.7배 수준까지 대출 가능한 상품을 판매했는데, 이것이 신용대출 급증의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신용대출이 계속 늘어나자, 금감원은 1억원 미만의 대출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 상품은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 규제 40%를 적용받고 있어 해마다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연봉의 40%를 넘지 못합니다. 하지만 1억원 이하의 신용대출은 이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전문직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경우 1억원 이내에서 연봉의 2배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규제로 가상화폐나 대형 IPO(기업공개) 등의 신규 투자는 다소 위축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특히 긴급한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자금줄까지 막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아울러 규제가 효과를 거둘지도 물음표입니다. 현재 연소득의 1.5∼2배 수준의 신용대출이 가능한 직업은 전문직이나 대기업 종사자 등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은행권은 지난해 말부터 이들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 미만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실수요자들의 자금줄 차단 우려와 함께 ‘풍선효과’라는 부작용도 예상됩니다. 당국의 규제 시그널이 계속 이어지면 ‘미리 받아두자’라는 심리가 작용해 대출 규모가 일시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신용대출 규제로 대형 IPO(기업공개) 등의 신규 투자가 다소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초 실시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일반 청약 신청 현장. /사진=삼성증권
금융투자업계는 신용대출 규제로 대형 IPO(기업공개) 등의 신규 투자가 다소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초 실시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일반 청약 신청 현장. /사진=삼성증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당국의 ‘돈줄 죄기’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부동산가격 폭등에 대한 불만과 함께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집니다.

“없는 사람들은 대출이라도 받아서 버텨야지. 참 나쁘네. 재난지원금 찔끔 쥐어주고”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왜 난리죠? 정부가 이자 대주시나요?” “아니 내 신용 등급으로 내가 돈 빌려서 내가 갚는 건데 나라에서 간섭이냐. 은행이 호구도 아니고 못 돌려받을 거 같으면 빌려주지도 않는다” “왜 맨날 없는 사람들 대출 규제인데” “집 사는데 쓰지도 않을 거고 생계자금으로 쓰는 것도 막는다는 것인가? 참 너무 힘들게 괴롭히는 거 아닌가요?” “진짜 너무하네요~ 사다리를 하나 둘 없애네요” “1금융권 고객군이 2금융을 왜 가냐. 신용점수 확 떨어지는데”.

“연봉의 1배 수준으로 대출을 규제한다는 건 국민 계급화를 정부가 가속화한다는 거다. 못사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못살라는 얘기임. 니 팔자는 정해졌으니 무슨 수를 써도 원래 니 수준에 맞게 평생 살라는 소리임. 돈이 돈을 번다 고연봉자들과 저연봉자들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거고 이 짓을 정부가 앞장서서 하고 있는 거임” “돈이 남아 돌아서 대출을 받는 서민이 얼마나 되겠냐? 가진 돈은 없고 돈은 필요한 상황에서 대출을 받는 서민들도 다수이다. 그런 서민들조차 대출길을 막는 것은 나락으로 더 추락을 해버리라는 무책임한 정책일 뿐이다”.

“신용대출 막아놓으니 주식시장 폭락하나. 부동산만 쳐받드는 정부인가” “기준금리 올해 내로 3%로 내년엔 4% 가야 한다” “이제 반지하로 들어갈 시기인가. 대출 낮아지면 이제 이 돈으로 지상에 집 못 구하는데” “금리만 놓고 보았을 때, 고정금리라도 다행은 아닌 게, 집값 올라가는 걸 억제할 거라서, 집값 오를 걸 기대하고 샀을 사람들한테는 문제임. 근데 어차피 집값이 금리로만 결정되는 건 아니라서 뭐, 공급 조으면 금리 10프로라도 오를 건 오른다” “금리 올리고 다주택 갭투자 대출 회수하고.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자. 그래야 젊은 애들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한다. 젊은 애들 희망이 없다.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코로나가 금통위 의사봉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은 총재. /자료사진=한국은행
오는 26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코로나가 금통위 의사봉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은 총재. /자료사진=한국은행

한편 이번 신용대출 규제의 사실상 방아쇠인 ‘기준금리 인상’이 이번 달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6명의 위원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논의합니다. 앞서 지난 7월 15일 금통위에서는 5명의 위원이 금리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데다 증시까지 하락하는 금융시장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고치를 이어가는 수출과 관리 기준치를 넘어선 물가도 금리 인상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다만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코로나가 금통위 의사봉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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