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로 돌아간 금융감독원장… “금융강도원” 잊지마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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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로 돌아간 금융감독원장… “금융강도원” 잊지마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8.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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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금융감독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피해자들로부터 '금융강도원'이라는 질책을 들어야 했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피해자들로부터 '금융강도원'이라는 질책을 들어야 했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강도원이다.”

엿새 만에 저축은행 7곳이 영업정지 당하고 석 달이 지난 2011년 5월 12일. 국회를 찾은 금융위원장은 야당의 정책위 의장에게 혼쭐이 납니다. 저축은행 사태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때입니다. 야당 의장은 감독당국의 잘못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저축은행 부서에 쫓겨나듯 가서 업계와 유착되고, 퇴직하면 상근 감사로 갈 생각이나 하니 감독이 제대로 되겠느냐”.

‘금융개혁’. 금융시장의 구조와 제도를 새롭게 뜯어고치는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오늘(5일) 금융감독당국 우두머리가 모두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으로 물갈이되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금융개혁 정책들이 뒷걸음질 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나옵니다. 특히 정권 초기 개혁 성향 학자들을 앉힌 금감원장 자리마저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가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새 금융위원장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명했습니다. 또한 같은 날 금융위는 공석인 금융감독원장에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를 내정했습니다. 당초 빈자리였던 금감원장 인사만 예상됐지만 금융위원장까지 교체한 깜짝인사였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은성수 위원장이 최근 사의를 알려왔다고 밝혔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 /사진=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 /사진=금융위원회

행정고시 28회 동기인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정은보 금감원장 내정자는 금융정책 관련 중요한 자리를 두루 거친 인물입니다. 앞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행시 23기 동기였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전 금감원장이 비슷한 시기에 금융당국의 수장으로 활동했던 것과도 비교됩니다.

신임 금융감독당국 수장 내정자들은 과거 기재부와 금융위에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췄던 경험이 있습니다. 1987년 재무부 국제금융국에서 함께 일했고, 2010년 금융위에서 고 내정자는 금융서비스국장, 정 내정자는 금융정책국장을 지냈습니다. 또 정 내정자가 2012년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낼 당시, 고 내정자는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직을 거쳤습니다.

이처럼 두 내정자의 이력으로 미루어 두 기관의 갈등 관계도 누그러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은성수 위원장 재임 기간에도 이전 위원장 시절보다는 덜했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은 끊임없이 갈등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은 위원장과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놓고 충돌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관료’ 출신 금감원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금융개혁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현 정부는 2017년 초대 금감원장에 최흥식 전 연세대 교수, 2대 원장에 김기식 전 의원을 임명했으며, 두 사람이 일찍 낙마하자 윤석헌 전 숭실대학교 교수를 앉혔습니다. 이들은 모두 개혁 성향의 인물들이었습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사진=외교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사진=외교부

특히 윤 전 원장은 소비자 권익을 중시하는 감독 정책을 펼쳤습니다. 키코·사모펀드 사태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고, 금융회사 경영진을 강도 높게 제재했습니다. 또한 금융회사들이 두려워하는 종합검사를 부활했습니다. 따라서 관료 출신인 정은보 내정자가 이러한 감독 정책 기조를 바꿀지 주목됩니다.

오늘 내정된 금융감독당국 수장들은 앞으로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문제를 관리하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가계부채와 국제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어서, 정권 말기 느슨해진 분위기에서 금융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관리하는 데 역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승범 내정자는 이날 “코로나19 위기의 완전한 극복, 실물부문·민생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을 적극 지원하고, 가계부채·자산가격 변동 등 경제·금융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선도형 경제·금융으로의 전환을 뒷받침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은보 내정자는 “현시점에서 금융감독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재정립하겠다”라며 “내용적 측면은 물론 절차적 측면도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제재 등 사후적 감독과 함께 선제적 지도 등 사전적 감독을 조화롭게 운영하겠다”라며 최근 금융시장에 자리 잡아가고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정부 초기 개혁 성향 학자들을 앉힌 금감원장 자리마저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가 차지했다. /사진=금융감독원
문재인정부 초기 개혁 성향 학자들을 앉힌 금감원장 자리마저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가 차지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새로운 금융감독당국 수장들이 앞으로 어떻게 업무처리를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여러 정책적인 주문과 함께 ‘모피아’에 대한 해묵은 감정도 드러냅니다.

“돈 가지고 국민들 농락하는 금융권을 투명하고 공정하여 억울한 사람 없게 해야 한다. 특히 내년 대선 지선으로 마구 돈 푸는 것도 태클을 걸어야 한다. 올바른 돈의 거래와 가치 유지에 직을 걸어야 한다” “소신을 지켜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부동산은 공급 아니면 답이 없다. 규제는 세금 걷는 수단일 뿐 무주택자의 피해만 커진다” “예금금리 올려 달라고요. 아 진짜” “집값 정상적으로 하려면 금리인상이 한몫할 거다. 재지 말고 인상해라”.

“기재부 출신 모피아들에게 놀아나면 안된다. imf도 모피아들 때문에 일어났다. 지금 OOO가 대표적 모피아다” “젊은 인재로 바꾸자” “제발 썩은 꼰대 짓 하지 말아라~~!! 세상의 흐름을 보고 미래의 거시경제를 보면서~~ 전자화폐는 미래 핵심기술이고~~ 세계에 흐름이 되어 있지 않은가~~!” “설마 금융위원장도 집이 두 채면 안 되는 건가요?” “이력을 보면 전문가처럼 보이긴 한데.. 흠”.

글머리에서 소개한 2011년 5월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환골탈태의 각오로 (저축은행 문제를) 개선하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금감원 팀장 70% 이상을 교체하고 저축은행 감독 부서는 전원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소비자들을 외면한 감독당국의 ‘한눈팔기’는 계속됐습니다. 오늘 금감원장 인사에 대한 금융위 자평을 믿어도 될까요.

“금융감독원의 새로운 도약과 신뢰 제고를 견인해나갈 적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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