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시장 행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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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시장 행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달라졌다?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2.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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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업계와 만나 ‘과도한 구조조정, 수수료 인상 자제’ 주문… “적극 지원”도 약속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과도한 인력 구조조정이나 수수료 인상에 대해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과도한 인력 구조조정이나 수수료 인상에 대해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인수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인력 구조조정이나 수익모델 위주의 과도한 수수료 인상에 대해 고민해 달라.”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업계와 간담회를 가진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주문입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 원장은 지난 9일 간담회에서 “국내 PEF는 일시적으로 곤경에 처한 기업의 구원투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라면서도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불신의 우려가 아직 남아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 김경구 한앤컴퍼니 부사장, 김영호 IMM프라이빗에쿼티 대표, 박태현 MBK파트너스 대표, 임유철 H&Q코리아파트너스 대표, 채진호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지난해 10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사모펀드 개편 내용. /자료=금융위원회
지난해 10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사모펀드 개편 내용. /자료=금융위원회

정 원장은 먼저 PEF산업이 지난 16여 년 동안 국내기업의 성장, 구조조정을 지원하며 국내 자본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대부분의 주요 인수합병(M&A)에 참여, 시장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라며 “IT·혁신기업 등의 기업공개(IPO)와 블록딜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지속적인 양적 성장을 이뤘다”라는 것입니다.

정 원장은 그러면서 “명확한 전략과 경영효율화로 인수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라며 “일시적으로 곤경에 처한 기업의 구원투수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질적인 성장도 이뤄졌다”라고 추켜세웠습니다. 다만, 코로나19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PEF업계의 역할도 주문했습니다.

정 원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코로나 지속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인수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인력 구조조정이나 수익모델 위주의 과도한 수수료 인상 등 서민경제에 부담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같이 고민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원장은 이 같은 주문과 함께 PEF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습니다. “PEF가 다양한 해외 투자대상을 발굴해 고수익 창출과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협력해 달라”며 “금감원도 투자목적회사(SPC)의 공동투자 방법을 개선하는 등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홈플러스폐점매각저지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8일 국회 앞에서 투기자본 규제입법 추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홈플러스폐점매각저지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8일 국회 앞에서 투기자본 규제입법 추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한편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메자닌, 대출 등 다양한 운용전략을 채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04년 말 출범한 국내 사모펀드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981개 펀드, 약정액 108조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국내 주요 인수·합병(M&A) 상위 20건 가운데 17건에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M&A 시장에서 PEF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노동계의 걱정도 쌓이고 있습니다. 인수대상 기업을 담보로 빚을 내어 사들여 이윤 극대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투기자본의 기업약탈’이 횡행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의결된 직후, 홈플러스폐점매각저지대책위원회(대책위)가 ‘투기자본 규제 입법 추진 선포 기자회견’을 연 이유입니다.

대책위가 당시 제안한 투기자본 규제법은 ▲자본시장법 ▲국민연금법 ▲상법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4개 법률에 대한 개정안으로 이뤄졌습니다. 이 가운데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사모펀드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논의는 그나마 있었지만, 투자대상 회사의 노동자 관점에서 논의는 사실상 전무했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대책위는 먼저 ▲유한책임사원(LP) 정보 공개 ▲업무집행사원(GP) 정보 공개 확장 ▲레버리지 한도를 제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무회의가 의결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특정 LP(유한책임회사)가 ‘30% 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에만 해당 LP의 연혁, 대표자 및 임원에 관한 사항 등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GP(무한책임회사)의 경우 투자대상 회사에서 최근 5년간 인력 감축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을 한 경력이 있다면 등록 시 보고하도록 한 것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책위 개정안은 또 사모펀드의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을 기존 400%에서 200%로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빈털터리 PEF가 돈을 빌려 투자를 못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23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증권사 CEO들을 만난 정은보 금감원장은 ‘시장조성자 과징금 재조정’에 대해 거듭 확인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지난해 11월 23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증권사 CEO들을 만난 정은보 금감원장은 ‘시장조성자 과징금 재조정’에 대해 거듭 확인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원장은 취임 이전부터 시장 친화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2005년 당시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장 때는 생명보험회사와 저축은행의 규제 완화를 주장했습니다. 금감원장이 되어서는 증권업계에 사후 감독보다 사전 예방을 약속했습니다. 저축은행업계에는 대출 컨소시엄 규제 개선을 다짐했습니다. PEF업계를 만난 이날도 ‘주문’보다 ‘지원’에 방점이 찍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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