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뀐 금감원의 ‘라임펀드 배상’과 설명의무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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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 바뀐 금감원의 ‘라임펀드 배상’과 설명의무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8.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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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의무’ 가이드라인을 언제나 개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사진=픽사베이
금융당국이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의무’ 가이드라인을 언제나 개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사진=픽사베이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그동안 약관 설명을 듣기만 하고 보험에 들었다고?”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는 여덟 건의 금융서비스에 ‘혁신’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줍니다. 이 가운데 이름도 낯선 ‘미러링’ 보험 가입 서비스가 눈에 띕니다. 거울처럼 본다는 뜻의 서비스는 휴대전화로 상품의 중요사항 설명을 눈으로 보면서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설명을 듣기만 하고 “네, 네”만 연발하는 어르신들에게 기쁜 소식입니다.

DB손해보험은 모바일웹을 활용, 실시간 ‘미러링’ 기법으로 상품의 중요사항 등을 소비자가 휴대전화 화면으로 직접 볼 수 있게 설명을 제공한다.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됐다. /자료=금융위원회
DB손해보험은 모바일웹을 활용, 실시간 ‘미러링’ 기법으로 상품의 중요사항 등을 소비자가 휴대전화 화면으로 직접 볼 수 있게 설명을 제공한다.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됐다. /자료=금융위원회

‘설명의무’. 금융투자회사가 상품의 내용과 위험 등을 고객이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의무’ 가이드라인을 언제나 개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습니다. 이에 따라 상품 가입 현장에서 설명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소비자들의 볼멘 목소리가 잦아들지 관심이 모입니다.

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구기관, 유관 협회 등과 함께 ‘설명의무 가이드라인의 상시 개선 협의체’를 전날 출범하고, 첫 영상회의를 열었습니다. 앞서 <금융상품 설명의무의 합리적 이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지 보름여 만에 이뤄진 발 빠른 조치입니다. 지난달 14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소비자의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영업 규제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연구기관, 유관 협회 등과 함께 ‘설명의무 가이드라인의 상시 개선 협의체’를 출범하고, 첫 영상회의를 열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연구기관, 유관 협회 등과 함께 ‘설명의무 가이드라인의 상시 개선 협의체’를 출범하고, 첫 영상회의를 열었다. /자료=금융위원회

지난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영업 현장에서는 예금과 펀드 가입에 각각 30분, 1시간 넘게 걸리는 등 금융상품 설명의무 이행을 둘러싼 민원이 잇달아 발생했습니다. 이에 금융위는 최근 설명의무 이행 실태를 현장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한 지침을 마련한 것입니다.

가이드라인은 먼저 금융상품을 들 때 금소법과 자본시장법상 설명사항을 하나로 묶어 제공토록 했습니다. 많은 자료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현재 공모펀드를 가입할 때 은행에서 제공하는 설명자료는 간이투자설명서, 금소법상 설명서, 예금상품 설명서(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 자율규제) 등으로 겹치는 내용이 많습니다.

투자성 상품 판매 때 제공되는 설명자료. 금융위 가이드라인은 이처럼 많은 설명사항을 하나로 묶어 제공토록 했다. /자료=금융위원회
투자성 상품 판매 때 제공되는 설명자료. 금융위 가이드라인은 이처럼 많은 설명사항을 하나로 묶어 제공토록 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상품 내용을 하나하나 모두 설명하는 관행도 고쳤습니다. 설명서 요약자료인 금소법상 ‘핵심 설명서’는 꼭 설명하되, 그 밖의 사항 가운데 일부는 자체 기준에 따라 ‘소비자가 설명 간소화를 선택할 수 있는 사항’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판매업자는 해당 정보의 목록 및 설명서상의 위치를 알리고, 소비자가 이해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아울러 필요하다면 말 대신 동영상,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금융상품 판매자의 편의보다 소비자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설명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민원이 잦은 질문은 사례나 ‘자주 묻는 질문들’ 형식으로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이와 함께 추후 권리구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 문구도 제시하도록 했습니다.

‘설명의무 가이드라인 협의체’는 해마다 ‘5월’을 원칙으로 1년에 1회 이상 가이드라인 개선 권고안을 마련한 뒤, 금융위 옴부즈맨이 이를 검토한 뒤 최종 개선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설명의무 가이드라인 협의체’는 해마다 ‘5월’을 원칙으로 1년에 1회 이상 가이드라인 개선 권고안을 마련한 뒤, 금융위 옴부즈맨이 이를 검토한 뒤 최종 개선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어제 출범한 협의체는 이러한 내용의 가이드라인 실효성과 적시성 등을 검토해 필요한 부분을 언제나 개선할 수 있도록 꾸려졌습니다. 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등 4개 연구기관과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손해보험협회 등 4개 협회가 참여합니다.

설명의무 가이드라인 협의체는 앞으로 해마다 ‘5월’을 원칙으로 1년에 1회 이상 가이드라인 개선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금융위 옴부즈맨이 이를 검토한 뒤 최종 개선 여부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우선 온라인 판매 과정에서 설명의무를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취임 1주일 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설명의무 등을 위반하고 라임펀드를 판매한 대신증권에 '80%'를 배상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사진=외교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취임 1주일 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설명의무 등을 위반하고 라임펀드를 판매한 대신증권에 '80%'를 배상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사진=외교부

한편 설명의무 등을 어기고 라임펀드를 판매한 대신증권에 ‘80%’를 배상하라는 권고가 내려졌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습니다. 관련 분쟁조정 가운데 최고 손해배상 비율입니다. 투자자 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은 데다, 초고위험 상품을 오히려 안전한 펀드라고 설명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라임펀드 투자 피해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사기적 부정 거래를 인정한 만큼 투자금을 100% 돌려받는 거래 취소 결정이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조위 권고는 분쟁조정 신청인이 수락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이 소송에 나서면 재판 결과에 따라 배상액이 가려집니다. 1주일 뒤 취임한 정은보 금감원장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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