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와 투자하기 좋은 나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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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매매’와 투자하기 좋은 나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8.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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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해 12월 14일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이 송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새해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지난해 12월 14일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이 송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새해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믿지 마요. 반대매매 불법으로 해도 형량이 가벼워서... 저래 놓고 벌금이나 형량은 팁입니다, 팁. 돈 벌었으면 팁 좀 내 그런 거임.”

지난해 12월 14일, 금융당국이 새해 정책을 내놓자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더욱 끓어오릅니다. 가장 촉각을 곤두세웠던 ‘공매도’가, 폐지가 아닌 물량 축소로 결정이 났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시장조성자(market maker)’, 즉 증권사는 계속 공매도가 가능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를 사익을 챙기고 주가를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합니다.

‘반대매매’. 증권사의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정해진 기간 안에 갚지 못할 때,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지난해부터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증시 부진으로 반대매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반면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대출 이자 수익이 늘면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5조611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6조3898억원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3월 코로나19 폭락장 당시와 비교하면 4배가량 급증했습니다. 또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예탁증권 담보융자 잔액도 19조430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인 20조4000억원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일정한 증거금(신용거래보증금)을 받고 주식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신용공여 잔액은 보통 주가가 상승할 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지만, 최근에는 하락장에도 증가세를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투자자들이 증시 조정을 저점 매수 기회로 삼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자본시장 자금 동향. 지난 1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5조611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 자금 동향. 지난 1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5조611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신용융자가 늘면서 반대매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반대매매 금액은 422억원어치로 전날(370억원)에 이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이후 100억~200억원 대였던 반대매매는 코스닥지수가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7∼19일 사흘 동안에만 1111억원에 달합니다.

신용융자의 증가는 최근과 같은 하락장에서는 반대매매 등으로 증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담보비율을 140% 안팎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자금 5000만원과 대출금 5000만원을 합친 1억원으로 주식을 매입할 경우, 대출금 5000만원의 140%인 7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계좌에 갖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주식의 가치가 그 밑으로 떨어지면 추가담보(마진콜)를 받거나 반대매매를 통해 고객의 주식을 강제로 처분합니다. 지난해 증시 폭락 당시에는 신용거래에 대한 반대매매가 쏟아져 나와 증시가 추가 급락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보통 주가 손실률이 30%를 넘을 경우 반대매매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신용융자 잔액이 급증하자 증권사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28개 증권사들의 올해 상반기 신용융자 이자 수익은 8525억원이었습니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9년 이래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이자 수익 9970억원의 85%를 여섯 달 만에 벌어들인 것입니다.

‘반대매매 급증’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의 행태에 분노를 쏟아내며, 증권법 개정 등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반대매매 급증’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의 행태에 분노를 쏟아내며, 증권법 개정 등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의 행태에 분노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증권법 개정 등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기업만 보고 개미가 투자하기가 우리나라 주식시장환경과 구조가 아주 불리함. 어서 개혁이 되어야지. 너도 살고 개미도 살고 나라도 산다” “20 30대가 적은 돈으로 주식 코인하다 결국 신용 대출 영끌해서 투자하는 데 결국 외국인 밥 되는 거다. 이걸 안 막으면 큰 사회 문제 된다. 카뱅 증권사 고금리 장사 그만하자” “공매도가 정말 바라는 신용융자 개미 반대매매. 그걸 위해 얼마나 기도하고 있을까. 오늘도 줄기차게 공매도 때릴 거임. 신용융자 25조가 반토막 나야 바닥을 찍을려나”.

“누가 봐도 뻔히 내려가는 하락세 만연한 종목 개인 대주 매도는 막아놓고, 금융위는 알면서도 기관 외인들은 아무 종목 다 무차입 공매 때릴 수 있게 만들어놓은 불균형한 주식시장. 그 작은 확률 뚫고 위험 이겨내어 돈 벌어도 23년도부턴 양도세로 또 20% 뺏겨야 됨. ㅋㅋ 진짜 X 같네” “증권사는 위험부담이 없는 담보대출을 하면서 고금리 대출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다. 땅 짚고 헤엄치는 이자 장사 하고 있다. 대출금리를 은행권 담보대출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 “이자율 너무 높다. 기재부는 강력하게 이자율 낮출 것을 바랍니다”.

“이 모든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 본다! 대차거래가 얼마나 많이 증가하고 공매도가 얼마나 많았는가? 국민 투자자들은 공매도 반대를 그렇게 해 왔지만 정부는 특단의 조치나 공매도 조건하나 바꾸지 않고 공매도를 늘렸다는 것은 결국 선의적 투자자들의 재산적 피해를 방치한 결과가 아닌가? 그 책임 또한 증권사에 있다고 본다. 증권사들의 반대매매는 부당한 처사이다. 비싼 이자 받아먹을 때는 좋고 투자자들의 신용 리스크는 나 몰라라 하는... 결국 선량한 투자자들만 이래 죽고 저래 죽이는 법밖엔 없는 증권법 이제 정말 투자자 위주로 바뀌길”.

올해 상반기 반대매매나 주문제출 과정에서 착오·지연 등으로 발생한 민원은 1년 사이에 12.1% 늘었다. 증권선물업계 전체 민원은 75.1%나 급증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올해 상반기 반대매매나 주문제출 과정에서 착오·지연 등으로 발생한 민원은 1년 사이에 12.1% 늘었다. 증권선물업계 전체 민원은 75.1%나 급증했다.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신용융자가 크게 늘자 일부 증권사들은 관리에 나섰습니다. 한국투자, NH투자, 대신증권 등은 신규 예탁증권 담보융자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자기자본 3조원이 넘으면 신용공여 금액이 자기자본의 200%를 넘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는 26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이 같은 대출 조이기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이날 기준금리가 오르면 현행 6~9%(90일 기준) 수준인 신용융자 금리도 따라 오를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반대매매나 주문제출 과정에서 착오·지연 등으로 발생한 민원은 1년 사이에 12.1% 늘었습니다. 증권선물업계 전체 민원은 75.1%나 급증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이자 장사’에 앞서 증권사가 할 일은 제대로 된 시스템 만들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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