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오입’ 논란에 뒷걸음질 친 종부세는 선거용일까 [사자경제]
상태바
‘사사오입’ 논란에 뒷걸음질 친 종부세는 선거용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8.20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세기준 공시가격 ‘11억원’으로 국회표결 부칠 듯… “이 금액으로 집값 잡겠다고?”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영화 ‘효자동 이발사’에서 송강호는 아내에게 임신 5개월째이니 어서 아이를 낳으라고 농담하는 장면에서 ‘사사오입’을 언급하며 당시 정치 상황을 비꼬았다. /사진=쇼박스
영화 ‘효자동 이발사’에서 송강호는 아내에게 임신 5개월째이니 어서 아이를 낳으라고 농담하는 장면에서 ‘사사오입’을 언급하며 당시 정치 상황을 비꼬았다. /사진=쇼박스

“임신 다섯 달이면 사사오입이므로 한 명으로 쳐야 하니 낳아야 한다.”

1954년 11월 27일, 한국전쟁 난리통에 처음 헌법을 바꾼 이승만은 두 번째 개헌안을 국회 표결에 부칩니다. 찬성 135, 반대 60, 기권 7, 무효 1명. 재적의원 203명의 3분의 2인 135.333명에서 0.333명이 모자라 부결됩니다. 다음날 법무부 장관은 135.333은 ‘사사오입’하여 135명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립니다. 이승만 독재의 발판인 ‘연임 제한’이 사라진 것입니다.

‘사사오입’(四捨五入). 넷 아래로는 버리고 다섯 위로는 올린다는 뜻의 네 글자입니다. 0.5 이상은 하나로 셈한다는 ‘반올림’의 옛날 한자식 표현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어제(19일) 1주택자 종부세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상위 비율이 아닌 금액으로 바꾸면서 ‘사사오입 세제’라는 비난은 면했지만 당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국회 기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주택 공시가격 ‘상위 2%’가 아닌 ‘11억원’으로 고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개정안은 여야가 합의한 만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했던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상위 2% 부과안’은 폐기됐습니다.

‘사사오입’ 논란이 일던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이 ‘상위 2%’가 아닌 ‘11억원’으로 개정돼 국회 본회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실거래가격 30억원이 넘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사사오입’ 논란이 일던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이 ‘상위 2%’가 아닌 ‘11억원’으로 개정돼 국회 본회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실거래가격 30억원이 넘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이날 안건 폐기와 함께 삭제된 ‘억 단위 반올림’ 조항은 발의 당시부터 사사오입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의 상위 2%로 산정할 때 억 단위 미만을 반올림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를 위반하고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민주당에 따르면 기재위 의결안대로 종부세 과세기준을 상위 2%에서 고정금액 11억원으로 조정하더라도 과세 대상자 규모에는 큰 변동이 없을 전망입니다. 김영진 의원은 “상위 2%를 대상으로 해도 11억원이 나오기 때문에 과세 대상자와 금액은 똑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초 민주당은 “상위 2%에만 부과할 경우 9만4000가구가 종부세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단독 및 공동주택 등을 포함한 전국 주택은 모두 1834만호로 이 가운데 올해 공시가격 11억원을 넘는 주택은 1.89%에 해당하는 34만6000호가량입니다. 다만 이는 1주택자와 공동명의자, 다주택자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로, 11억원 이상 1주택자 보유 규모는 아직 확정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행정 작업을 마치고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한다는 계획입니다. 개정안이 법사위를 거쳐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올해 12월부터 새로운 종부세 과세표준이 적용됩니다. 현행 공시가격 9억원보다 과세기준이 올라가기 때문에 종부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1주택자가 다수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화장실 변기 옆에 조리공간을 둔 원룸. 여당이 종부세 과세기준을 완화하자 누리꾼들은 부자감세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자료사진=SBS 영상 갈무리
화장실 변기 옆에 조리공간을 둔 원룸. 여당이 종부세 과세기준을 완화하자 누리꾼들은 부자감세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자료사진=SBS 영상 갈무리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선거를 앞둔 부자용 감세라며 여당에 화살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일방통행식 부동산정책에도 일침을 가합니다. 아울러 과세정책에 대한 방향성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돈이 폭탄이라는 기레기나 이 금액으로 집값 잡겠다는 정부나 똑같다” “이 정부는 집값 떨어뜨릴 의지도 없지” “선거용감세 + 본인감세” “양도세등 거래세는 강화, 종부세 보유세는 완화? 이 정부는 집값 안정에 관심 없고 오로지 표만 생각하는가?” “표팔이 정책, 대한민국 상위 3프로를 위한 정책, 이게 서민정책 민주당임?? 표 달라고 오지 마라 욕 나온다” “결국 언론과 재벌들 돈 많은 부자들 그리고 이들의 주세력인 대다수 국힘의원들과 일부 민주당의원들에 의해 상위 5%만 좋아지는구나. 거기에 동조하는 일부 무식한 국민들”.

“부동산정책이 완전하게 실패한 근본 원인은 정부가 명령하면 무조건 따라올 것이라는 전근대적 사고로 시장을 봤기 때문일 거야. 어떤 정책을 어떻게 펴야 무주택자,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도 해결 방법도 미리 준비해놓지 않고, 무조건 따를 것이라는 자만심, 우리는 절대 틀리지 않았다는 오만함이 부동산 실패의 근본 원인일 것이다”.

“1주택 장기보유자는 무조건 여러 혜택을 주고 1주택 장기 보유할 수 있도록 해주고 1주택자는 보유세도 완화해주고 앞으로 빈집세를 거둬라. 집을 비워 놔두고 고가에 전월세하겠다 배짱부리는 집들을 과세해라. 3개월 이상 빈집으로 놔두면 무조건 세금 때려라” “시골집도 1주택이냐? 1가구 1주택에서 읍면의 시골집은 제외해야 한다. 이런 건 안 고치나?”.

지난해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본인의 소유 주택을 가진 가구의 비율인 자가보유율이 60.6%였다. 반면 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자가점유율은 57.9%였다. 내 집이 있어도 남의 집에 사는 가구가 그만큼 있다는 의미다. /자료=국토교통부
지난해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본인의 소유 주택을 가진 가구의 비율인 자가보유율이 60.6%였다. 반면 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자가점유율은 57.9%였다. 내 집이 있어도 남의 집에 사는 가구가 그만큼 있다는 의미다. /자료=국토교통부

한편 금융당국이 전방위로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 조치에 나선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부동산 담보대출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대출까지 중단합니다. 우리은행도 다음 달까지 전세대출을 한시적으로 취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서 SC제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신잔액 기준 코픽스 상품의 신규 취급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지난 13일 국토부가 내놓은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거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한 가구 가운데 34.6%가 ‘주택구입자금 대출지원’을 첫손가락에 꼽았습니다. 이어 ‘전세자금 대출지원’(24.5%)과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1.6%)도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자가가구는 ‘주택구입자금 대출지원’(57.6%), 전세가구는 ‘전세자금 대출지원’(37.3%), 월세가구는 ‘월세보조금 지원’(33.8%)을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자료=국토교통부
지난해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자가가구는 ‘주택구입자금 대출지원’(57.6%), 전세가구는 ‘전세자금 대출지원’(37.3%), 월세가구는 ‘월세보조금 지원’(33.8%)을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자료=국토교통부

주택의 점유 형태별로 보면, 자가가구는 ‘주택구입자금 대출지원’(57.6%), 전세가구는 ‘전세자금 대출지원’(37.3%), 월세가구는 ‘월세보조금 지원’(33.8%)을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으로 꼽았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정부의 조치가 집 없는 서민을 옥죄는 형국이 되고 있습니다.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수도권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8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돈만 갖고 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소식이 전해지자 ‘사사오입 개헌을 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까지 소환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나도 도망가지 않을 서민을 위한 부동산정책을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