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는 은행, 벼랑에 선 서민… ‘부실채권’의 착시 [사자경제]
상태바
살찌는 은행, 벼랑에 선 서민… ‘부실채권’의 착시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01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뇌물을 받은 혐의로 올해 사형이 집행된 라이샤오민이 회장으로 있던 화룽자산관리의 천문학적 적자가 공개됐다. 화룽자산관리는 중국 최대 부실채권 처리회사다. /사진=화룽자산관리공사, 트위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올해 사형이 집행된 라이샤오민이 회장으로 있던 화룽자산관리의 천문학적 적자가 공개됐다. 화룽자산관리는 중국 최대 부실채권 처리회사다. /사진=화룽자산관리공사, 트위터

“부실채권 처리한다더니 지난해 적자가 18조5343억원이다.”

2018년 4월 19일, 중국 금융계 거물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그로부터 2년 8개월여 뒤 사형을 선고받은 거물은 바로 화룽자산관리 회장인 라이샤오민입니다. 우리 돈 3000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챙긴 혐의입니다. 지난 30일 화룽자산관리의 천문학적 적자가 공개됐습니다. 중국 최대 부실채권 처리회사의 무리한 사업확장이 빚은 결과입니다.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대해 코로나 지원정책에 따른 '착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래픽=픽사베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대해 코로나 지원정책에 따른 '착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래픽=픽사베이

‘부실채권’. 금융기관이 빌려준 대출금 가운데 되돌려받기가 불확실한 돈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기관의 대출금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뉘는데, 부실채권은 정상을 제외한 나머지를 가리킵니다. 은행에서 보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무수익 여신’을 뜻하는 영어 약자 ‘NPL’(Non Performing Loan)로도 씁니다.

5단계로 분류하는 대출금 가운데 ‘정상’은 이자와 원금을 제대로 갚는 경우, ‘요주의’는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되는 경우입니다. ‘고정’은 3개월 이상 연체됐으나 담보로 상쇄할 수 있는 경우, ‘회수의문’은 피해를 가늠할 수 없고 담보 부족이 예상되는 경우입니다. ‘추정손실’은 피해 추정이 가능하나 담보가 턱없이 부족해 되돌려받을 수 없는 경우입니다.

올해 2분기(4~6월)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수준이 지난 1분기에 이어 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2분기(4~6월)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수준이 지난 1분기에 이어 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2분기(4~6월)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수준이 지난 1분기에 이어 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저금리 여파로 총여신은 40조원 이상 늘었으나 기업과 가계 등 모든 부문에서 부실채권 규모가 1조6000억원 가량 줄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코로나19와 관련한 대출의 만기가 연장된 점을 감안하면, 부실채권 비율이 과소 평가된 ‘착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1일 금융감독원의 <2021년 6월말 부실채권 현황>(잠정)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54%로 석 달 사이 0.08%포인트(p)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과 견주면 0.17%p 내려간 것입니다. 부실채권 역시 12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6000억원(11.5%) 감소해 사상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총 여신은 42조5000억원(1.9%) 늘어난 2264조6000억원이었습니다. 기업여신이 12조2000억원으로 대부분(86.0%)을 차지했고 가계여신(1조6000억원), 신용카드채권(1000억원) 순이었습니다. 기업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0.76%로 석 달 사이에 0.22%p 떨어졌습니다. 대기업(1.00%)과 중소기업(0.65%), 개인사업자(0.23%) 모두 하락한 것입니다.

가계여신 부실채권 비율도 0.18%로 1년 새 0.07%p 하락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0.13%)과 기타신용대출(0.28%), 신용카드채권(0.83%) 모두 부실채권 비율이 떨어졌습니다.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총 3조7000억원, 부실채권 비율은 0.30%였습니다. 지방은행(9000억원, 0.49%), 특수은행(7조5000억원, 0.93%), 인터넷은행(1000억원, 0.27%)도 부실채권과 비율이 하락했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2분기에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2조6000억원으로 전년(3조6000억원)보다 1조원 감소했습니다. 1년 사이 기업여신 신규 부실(2조원)이 7000억원 줄었고, 가계여신(5000억원)은 3000억원 감소했습니다. 2분기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4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5000억원 늘었고, 전년과 견주면 3000억원 줄었습니다.

은행권의 이와 같은 전반적인 부실채권 비율 하락에는 코로나 지원 정책에 따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이달 말까지 추가로 연장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에 가려진 부실채권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채권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전반적으로 낮아져 왔다”라면서도 “최근 정부의 다양한 코로나 지원 정책으로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도 “정부 대출만기 연장 정책으로 차주들이 이자를 내지 않게 되면서 부실채권을 선별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번 부실채권이 최저인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 역대 최저치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대출 부실이 제대로 반영되면 예금인출 사태 등이 걱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 역대 최저치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대출 부실이 제대로 반영되면 예금인출 사태 등이 걱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대출 부실이 제대로 반영되면 예금인출 사태 등이 걱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부실채권 통계의 진실을 알려주며 은행에 대한 비난도 쏟아냅니다. 개인에 대한 대출만 옥죈다는 불만도 이어집니다.

“저등급채권 발행 증가” “금리 올리기 전 데이터가 무슨 소용” “대출 상환 유예하던 거 풀면 우리나라 은행들 줄줄이 신용등급 강등될 듯. 상태 안 좋은 곳은 부도 날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대출 조작질하다 터진 게 서브프라임 사태 아닌가” “뱅크런” “부실하다 하면 예금을 몽땅 빼갈 건데. 입맛대로 통계 내겠지” “이유는 간단해 전부 유예 중이다. 저 어마어마한 빚잔치가 하나 터지면 도미노처럼 쓸리겠지”.

“아니 담보가치가 그대로인데, 부실채권 비율이 당연히 적어야 정상 아니야??? 담보가치가 떨어져야 비로소 부실이 드러나는 거다. 제발 이런 말장난 하면서 사람들 혼동시키지 마라” “현답을 드릴게요. 연체 가산금리 3% 제한으로 연체이자가 많이 감소했습니다.(적용이자+3%) 즉 연체이자가 줄어드니 부실 비율이 줄어드는 거죠 ^^” “전부 담보대출이니까 부실채권이고 나발이고 전부 압류하면 그만이기에 은행은 절대 손해 안 봄”.

“이 말인즉 연체 미납률이 낮다는 건데 왜 대출은 오히려 제한?” “젤 부실비율 높은 건 기업 대출인데 툭하면 개인대출만 옥죄는 이유는 뭐냐?” “없는 사람들은 남의 돈 안 떼먹는다. 있는 놈들이 사기 치고 등치고 돈 떼먹고 나쁜 짓 하지” “부동산 공유제, 주택 공유제, 토지 공유제, 실시하여 나라빚 국민의 빚을 다 없애자. 집이 왜 개인 재산인가!!!”.

국내은행들의 건전성이 사상 최대 순이익에 힘입어 더욱 나아졌다. /자료=금융감독원
국내은행들의 건전성이 사상 최대 순이익에 힘입어 더욱 나아졌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국내은행들은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이익에 힘입어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본비율을 일제히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국내은행의 BIS 기준 보통주자본, 기본자본, 총자본 및 단순기본자본 비율은 각각 13.15, 14.29, 15.65, 6.60%였습니다. 석 달 사이에 각각 0.27, 0.34, 0.29, 0.15%p 상승한 것입니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건전성이 이처럼 나아진 데 대해 “코로나에 불구하고 6월말 국내은행의 자본비율은 순이익 시현 등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라며 “은행들이 손실흡수 능력을 유지하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공급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건전한 자본관리를 유도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6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6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부실 확대와 자산 가격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달 취임하면서 이같이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균형 있는 금융감독을 통해 신뢰받는 금융시장이라는 결과물을 만들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고객의 기여로 튼실해진 은행이 빚 절벽에 내몰린 서민의 ‘추락 방지망’이 될 정책을 기대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