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전격 사퇴, ‘디지코 KT’ 어디로?
상태바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전격 사퇴, ‘디지코 KT’ 어디로?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3.03.27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주총회 불과 닷새 앞두고 하차, KT 당분간 경영 공백 불가피
미래 먹거리 사업도 차질 예상…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외풍 자초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자료=KT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자료=KT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27일 후보직에서 결국 물러났습니다. 지난 7일 경선을 통해 이사회에서 최종후보로 선출된 지 3주 만이고,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닷새 남겨놓은 시점입니다.

이로써 KT는 당분간 리더십 공백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윤 후보 사퇴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달 말 구현모 대표이사의 퇴임 이후 적어도 1개월 이상 경영진 공백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KT는 이날 윤 사장이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고 전했습니다. 윤 사장은 지난 22일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고 고민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윤 사장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KT는 상당기간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됐습니다. 31일 열리는 주주총회 전에 다른 대표이사 후보를 확정짓기는 시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주총 안건에 포함된 서창석 KT네트워크부문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 태스크포스 TF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일도 자동 백지화됐습니다.

KT는 지난해 말 연임 의지를 다졌던 구현모 대표이사가 최종후보로 확정된 뒤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구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는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에 지급보증을 선 것이 업무상 배임 의혹으로 불거지자 지난달 23일 연임을 포기한 바 있습니다. 이후 경선을 통해 윤경림 후보가 최종 확정됐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윤 후보를 겨냥해 ‘구현모 아바타’라고 날을 세웠고 대통령실도 “공정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KT 의사결정을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차기 대표 후보로 뽑힌 4명이 모두 KT 전현직 임원으로만 채워져 절차가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시민단체가 윤 후보와 구현모 현 대표가 KT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관리 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사회를 장악하려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며 검찰에 고발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윤 후보가 결국 사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의결권자문사 ISS와 한국ESG연구소, 소액주주 일부가 윤 후보에 찬성의사를 밝혔지만 정부 여권의 반대 이후 KT 지분비중이 높은 국민연금공단과 현대차그룹까지 반대하자 결국 중도하차로 마무리된 것입니다.

윤경림 차기 CEO 후보의 사퇴로 KT가 사상 초유의 리더십 공백 위기를 맞게됐다. 이에 따라 KT의 미래 먹거리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KT사옥 전경 /자료제공=KT
윤경림 차기 CEO 후보의 사퇴로 KT가 사상 초유의 리더십 공백 위기를 맞게됐다. 이에 따라 KT의 미래 먹거리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KT사옥 전경 /자료제공=KT

KT가 민영화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배구조 투명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세 번에 걸친 후보 선출 실패는 그들만의 좁은 인력풀 내에서만 인선을 거듭하며 흠결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허약한 구조가 외풍을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시작해야 하는 KT는 정부와 여당의 압박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정부와 여권의 입김에 따라 그들의 입맛에 맞는 외부출신 후보자들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외부 후보자의 경우 인선자문단의 1,2차 압축결과를 반영해 면접 대상자를 선정합니다.

사상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를 맞는 KT로선 시급한 미래 먹거리 사업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전략’을 진두지휘 하던 구현모 대표가 이달말 퇴진하면 공격적으로 추진하던 비통신 사업비중 확대에 걸맞은 새 먹거리 찾기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지난 몇 년간 힘을 쏟은 AI, 로봇 등 신사업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일궜지만 외풍을 겪으면서 경쟁사들과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위기의 KT가 투명한 절차를 통해 모두가 수긍할 해법을 제시할지, 외풍에 휘둘리며 내홍이 격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