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상 ‘스톱’, “한은 독립한 거 맞나” [사자경제]
상태바
1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상 ‘스톱’, “한은 독립한 거 맞나”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2.23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월 금통위 연 3.50% 금리 동결, 정부와 보조 맞추기?… 물가·환율 상승 압력 우려도 커져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올해도 계속적으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되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보다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2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보고에서 했던 발언입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다’와 ‘동결할 것이다’로 엇갈린 해석을 내놨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이 총재 발언의 결론이 나왔습니다. 1년 5개월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 레이스’가 멈춘 것입니다.

23일 한은이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행 연 3.50%인 기준금리를 묶어 두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내 경기 둔화와 부동산가격 하락이 지난해 4월 이후 7연속 인상 행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물가보다 경기를 더 강조하는 정부 방침에 보조를 맞춘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23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행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날 한은 누리집 기준금리 변동 추이 그래프는 오전 9시 기준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업로드했다. /출처=한국은행 누리집 갈무리
23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행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날 한은 누리집 기준금리 변동 추이 그래프는 오전 9시 기준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업로드했다. /출처=한국은행 누리집 갈무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작년에 물가가 (상승 폭이) 굉장히 컸기 때문에 우리도 일정 부분 금리를 가파르게 올렸다”라면서 “올해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극심한 경기 둔화를 방지하기 위해 거시 정책 조합을 유연하게 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물가안정도 중요하지만, ‘경기 방어’의 필요성을 더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 역전 폭은 2%p까지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4.75%인 미국 기준금리가 3, 5, 6월 0.25%p씩 5.5%까지 오를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자금 유출이나 환율 상승 압력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5%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물가도 국민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실제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과 택시비 인상에 이어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고 소주·맥주 등 주류 가격 인상도 예상되면서 생활물가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소비는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동결이 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침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경로가 장기목표인 2%로 가는 것이 확인되면 그때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여지는 충분합니다.

기준금리 동결에 5%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물가도 국민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준금리 동결에 5%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물가도 국민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통화정책 당국을 향해 기준금리 결정의 ABC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뜻인데, 이는 곧 ‘한국은행 독립’ 논쟁으로 이어질 움직임입니다.

“공공요금과 소비자물가 급상승으로 화폐 가치 하락, 금리를 올려 시중 화폐 회수되어 가치를 높여야 하거늘, 오히려 금리 하락 시그널을 보내면 안 돼.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소비심리가 줄어들어 지갑을 닫아 경기침체가 오는 거지. 소비심리를 높이고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미국과 금리가 역전돼서 더 차이가 벌어지면 환율이 어찌 될까? 폭등하겠지? 그럼 주식은? 폭락하겠지? 경기는 더 안 좋아지겠지? 초등생 수준의 금리 관리”.

“이건 아닌데. 이러다 더 심각한 늪으로 빠질 수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정부는 너무 코앞의 두려움에 흔들리지 말라. 지금 조금 보태준다고 세계 경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통은 강하게 적게 받는 것이 덜 힘들다” “부동산이랑 물가 확실하게 잡으려면 더 인상해야 하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요즘 정부가 억지로 개입해서 시장금리 제어한다는데 한국은행 정말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거 맞냐?”.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앞으로 여섯 차례 남았다. /자료=한국은행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앞으로 여섯 차례 남았다. /자료=한국은행

한편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는 앞으로 여섯 차례 남았습니다. 4월 11일(화), 5월 25일(목), 7월 13일(목), 8월 24일(목), 10월 19일(금), 11월 30일(목)입니다. 3월과 6, 9월에는 금융안정 회의가 열리는데, 기준금리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나흘 전, 정부는 술에 붙는 세금도 4월부터 올린다고 밝혔습니다.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고물가에 사람들 만나기 부담스러워집니다. 삽겹살에 소주 2~3병 먹으니 8~9만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