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6월 17일 ‘주식시장 투자자 보호 강화 세미나’에서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추진을 밝혔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news/photo/202209/7267_12670_5536.jpg)
“사전 공시? 매집하기 겁나 쉬워지겠네” “사전 말고 석 달 전 공시” “이건 잘하는 것임” “공시하라 하면 뭐하나. 그냥 무시하고 팔아 버려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데” “내부거래자 징역 100년”.
지난 6월 17일 <주식시장 투자자 보호 강화 세미나>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추진을 밝히자, 누리꾼들이 내놓은 반응입니다. 정리하면 ‘관련 법 개정은 잘하는 일인데 실효성이 있을지, 부작용은 없을지, 법을 어겨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라는 것입니다.
이 같은 시장과 투자자의 우려를 수렴한 금융당국이 내부자 주식거래 사전 공시 방안을 내놨습니다. 13일 금융위에 따르면, 앞으로 상장회사의 임원이나 주요주주 등 내부자가 자사 주식을 사고팔 때 적어도 30일 전에 매매목적과 가격 등을 미리 알려야 합니다. 금융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회사 총 발행주식의 1% 이상 또는 거래금액이 50억원 이상을 매매할 때는 그 계획을 공시해야 합니다. 이러한 공시 의무자는 이사와 감사, 업무 집행 책임자 등 임원과 의결권 주식 10% 이상을 가지고 있거나 임원 임면 등 주요 경영사항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주주입니다.
![최근 5년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의결된 불공정거래 사건 274건 중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는 119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43.4%)을 차지했다. /자료=금융위원회](/news/photo/202209/7267_12673_5733.png)
특히 쪼개기 매매 등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 사용을 막기 위해 ‘과거 1년간 거래금액을 합산’하여 이 기준을 넘었을 때도 매매계획을 공시해야 합니다. 다만 상속이나 주식배당, 주식 양수도 방식의 인수합병(M&A) 등 외부요인에 따른 지분변동과 성격상 사전공시가 어려운 거래 등은 공시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매매계획이 제출된 뒤 변경이나 철회는 금지되며, 사망·해산·파산 및 부도 발생이나 시장 변동성 확대로 과도한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제한적으로 인정됩니다. 또 공시 의무자는 금융감독원에 매매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금감원은 매매가 이뤄진 뒤 사후 공시내용 확인 등을 통해 계획 이행 여부를 살펴보게 됩니다.
아울러 공시를 하지 않거나 허위 공시, 매매계획 미이행 등의 경우 형벌·과징금·행정조치 등 실효적인 이행 수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내부자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를 예방하고 시장 변동성도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는 올해 안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조속히 법제화한다는 계획입니다.
![금융위는 내부자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를 예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해 조속히 법제화한다는 계획이다. /자료=금융위원회](/news/photo/202209/7267_12671_5620.png)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과 함께 법의 ‘사각지대’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처벌 강화와 함께 공매도 폐지 등 다양한 주주 보호 대책을 촉구합니다. 특히 추징한 과징금을 다른 용도로 쓰지 말고 위법하게 팔았던 주식을 되사주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눈에 띕니다.
“(그동안) 공시 안 했어?” “상장될 주식은 거의 상장되고 팔 주식은 다 팔았는데 이제 만든다고?! 주가 고공행진할 그동안 뭐했냐? 다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놨을 테지. 예외 조항 XX 많겠구먼” “공시하면 서로 빨리 팔겠다고 난리 나겠구먼. 그래서 미국 주식만 한다” “49억9999만원어치 팔면 공시 안 해도 된다 이거네?” “처벌 수위도 높여야 된다” “처벌 수위는 안 높이죠. 높여도 아시잖아요. 우주에서 가장~ 처벌이 약한 나라란 걸” “주식시장을 왜곡시키면서 개판으로 모는 공매도, 쪼개기 상장, 물적분할 등 땜질식으로 하지 말고 확실히 고쳐라”.
“국민연금 먹튀도 금지시켜라. 기업가치 1만원짜리를 10만원에 상장해놓고 국민연금으로 뻥튀기된 가격에 기관과 임직원들 매도물량을 받아주지 좀 마라. 카뱅,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엘지엔솔 등등 국민연금으로 주가 떠받치고 수조원대 손실 내고” “이왕 투자자 보호 한국형 증시로 가는 것이라면, 대외 의존도가 너무 크고, 말 한마디에 휘청이는 분단 휴전 국가의 현실을 감안하여, 순기능 없이 국부 유출하는 공매도 폐지도 해주세요. 걷은 과징금 과태료 벌금은 나눠 먹지 마시고, 위반하여 팔았던 주식을 되사줘야 피해자 손실이 어느 정도 회복됩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금감원이 9개 증권사에 부과했던 487억원의 과징금을 무효 처리했다. 증권선물위원장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사진)이 함께 맡고 있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news/photo/202209/7267_12672_5651.jpg)
한편 금융위 아래에 있는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7월 19일, 금감원이 9개 증권사에 부과했던 487억원의 과징금을 무효 처리했습니다. 지난해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준 혐의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정정과 취소율이 높지 않다는 게 증선위의 판단이었습니다. 증권선물위원장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함께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