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왕(王)자에서 읽는 맹신의 정치·경제학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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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왕(王)자에서 읽는 맹신의 정치·경제학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10.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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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이 손바닥에 왕이라는 문자를 쓰고, TV 앞에서 여러 차례 선보여 정치권에 미신 논쟁이 시끄럽다. 30년 가까이 법과 정치판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살아온 후보이기에 그를 흠집 내려는 경쟁자들이 내뱉는 음모설처럼 그가 미신과 주술에 사로잡혀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했으리라고는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대통령이 되고픈 강한 심리가 평소 같으면 자제했을 어처구니없는 행동도 서슴없이 하도록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자기의 소망을 구체화하고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증상은 인간의 오랜 특징이기도 하다. 즉 맹신은 남녀노소, 지위고하, 학력 수준에 상관없이 인간을 오랜 새월 지배해 왔다.

이러한 맹신은 무능(無能)이나 무지(無知)가 원인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본능적인 속성으로 사회, 경제 구석구석에서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에 따르면 인간은 외부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두 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하나는 반사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분석 시스템이다.

인류 출현 이후 혹독한 환경에 대응하며 생존하기 위해 인간은 분석 시스템에 의한 합리적인 사고보다는 반사 시스템에 의한 직관적인 판단에 의존하여 외부 위협에 신속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이 과거의 경험이나 선호, 이해의 용이성 등 다양한 사유에 의해 외부 자극에 효율적이고 빠른 대처가 가능하도록 특정한 반응을 유도한다.

이렇게 반사 시스템을 작동하는 영역이 우리 두뇌의 대뇌피질 아래 기저핵과 변연계에 존재한다고 한다. 특정하게 고정된 사고의 틀을 갖고 반응하는 것을 휴리스틱(huristics), 앵커링(anchoring) 등으로 부르는 데, 모두 맹신의 원천이며 사람들이 프레임 낚시질에 잘 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러한 맹신은 미래 예측이 필수적이고 반복적인 금융시장에서 만연한 현상이다. 영국 수학자이자 대중 과학 저술자인 이언 스튜어트는 기원 전 1600년 무렵 바빌론에서는 ‘바루투’라는 방대한 점괘 책을 편찬했다고 소개한다. 대영 박물관의 메소포타미아관에 소장된 이 놀라운 유물은 설형문자로 100개가 넘는 점토판에 8만개가 넘는 점괘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은 다름 아닌 동물의 간에 미래에 대한 정보가 암호화되어 있다는 믿음의 결실이었다.

동물의 간으로 미래를 예언하는 사람을 ‘바루’라고 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의 금융 관련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는 바루가 아직 우리 곁에 살아있고, 현대에서 부르는 그들의 이름은 시장전략가, 금융 분석가, 투자전문가라고 그의 저서에 적고 있다. 그는 “피투성이의 간에서 의미를 조작하던 고대의 바루처럼 오늘날의 시장 예측가는 때때로 미래를 맞힌다. (중략) 그들의 예측은 거짓말 목록을 보는 것 같다.”라고 그의 저서 <Your Money & Your Brain>에서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과학적일 것이라고 믿는 금융, 투자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는 사실 맹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투자 교과서에서 보는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론 대부분은 과학의 탈을 쓰고 당신을 투자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노벨상을 수여하는 경제학은 사정이 어떨까? 필자는 경제학이야말로 철저한 맹신이 구조화된 학문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어떤 풍자에 의하면 경제학자는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요술사라고 한다. 토끼를 꺼내서 세상에 보여주기는 하는데 모자에 토끼가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원래 토끼가 모자에 들어있다고 믿으라는 것이다.

경제학에 입문하면 교과서에 가장 처음 등장하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합리적 인간’은 현대 경제학을 탄생시킨 대표적인 맹신이다. 보이지도 않는 손은 아무도 증명할 수 없고, 인간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행동경제학자들이 실험으로 증명하고 있다.

사실 경제학자들은 각자의 맹신으로 파벌을 형성하게끔 치열하게 싸우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시끄러운 인플레이션에 관련된 것이다. 이른바 경제학에서 ‘화폐 환상(money illusion)'이라는 것인데 사람들이 ’명목‘ 가치와 ’실질‘ 가치를 구분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놓고 대체로 케인지안은 구분 못한다, 신자유주의 학파는 구분한다로 주장이 갈렸다. 각자가 맹신하는 인간의 경제적 행태 속성에 따라 경제 문제에 대한 처방이 크게 갈리는데 대체로 1980년 이후 세계화 시대에는 후자가 세계 경제의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또 하나의 맹신은 필립스 커브라는 것이다. 50년대 영국, 60년대 미국 경제를 관찰한 결과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간에는 2차원 평면에서 음의 기울기를 가지는 곡선으로 표현된 역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에 대한 믿음을 활용해 각국 중앙은행은 2000년 이전까지 통화정책을 전개하며 물가와 고용, 즉 경제를 통제해왔다.

이 필립스 커브에 대해서는 화폐적 환상의 논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필립스커브의 맹신이 최근 깨지고 말았다. 2000년 이후 2019년까지 미국경제를 관찰한 결과 필립스 커브가 가로로 쭉 드러눕는 평탄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시기에 실업률은 크게 변동했지만 물가는 낮은 수준으로 하향했다.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새로운 통화정책의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물가가 상승해도 실업률을 감수할 필요가 없으므로 최대 고용도 달성하고 물가도 안정시킬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후 인간 사회는 다수의 맹신, 프레임이 경영하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또한 자원, 부, 권력 등등의 기득권자는 다수의 맹신을 적극 활용해서 손쉽게 자기의 울타리를 확대 재생산하려 한다. 우리가 지금 믿는 것이 언젠가는 믿을 수 없는 것이 될 수 있다. 당신에게 강요하는 맹신과 프레임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생성되는 것인지 항상 분석 시스템을 작동하고, 당신의 반사 시스템이 추천하는 맹신을 경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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