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도 저금리 고집하는 ‘연준’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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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도 저금리 고집하는 ‘연준’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09.17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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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전망을 놓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느냐 또는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도 미국 뉴욕시장은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며 S&P500은 올해도 19% 이상 올랐으나 인플레이션 경고가 나올 때마다 버블을 우려하며, 조정장 도래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미국 시장에 비해 한국과 중국 주식시장은 올해 각각 9, 4% 상승에 그치며 하반기로 갈수록 달러 인플레이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박스권 장세에 갇혀있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주목하는 것은 중앙은행, 특히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통화정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담당하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과 동시에 금리를 초저금리로 인하하고, 국채는 물론 MBS, 회사채까지 닥치는 대로 매입하여 시중에 자금을 공급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금융시장은 코로나 19 팬데믹 시작 후 일시적 폭락을 경험했으나, 인제는 버블 우려가 증폭할 만큼 상승하고 말았다.

이러한 가격 상승세는 전 세계 주택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과 무역 거래의 비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축 통화, 달러 공급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자산버블의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재창궐로 경제에 대한 위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거의 10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경기 악화와 물가 상승은 1970년대 중동 석유 파동이 가져왔던 스태그플레이션을 연상하게 하는데, 중요한 공급요소인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는 15%까지 상승했고 경기는 침체했다. 이때 미국 연준은 폴 볼커 의장이 20%까지 살인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기세를 꺾었고, 이후 1980년대 미국경제는 대안정기를 맞이했다.

이것을 계기로 미 연준의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물가가 상승하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고, 금리를 올려 투자 수요를 잠재워서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법론이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미 연준이 국채 등의 매입을 줄여 시중유동성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조만간 실시할 것이고, 당연히 금리 인상도 따라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금 금융시장을 긴장하게 하는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하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미 연준은 기존 통화정책의 상식을 깨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은 지난해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으로 급락한 물가 수준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 즉 기저효과(base effect)와 글로벌 산업 공급 병목에서 발생하는 일시적(transitory) 현상이라는 것이다.

아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평생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 해가 아닐까 싶은데, 연준은 정책금리를 2023년까지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테이퍼링(tapering)은 연말 쯤 물가와 경제 데이터를 봐서 ‘검토’하겠다는 것이 가장 최근 잭슨홀 기조연설에서 확인해주는 내용이다.

물론 미국 연준의 7명 이사와 12개 연방 은행장들 중 일부가 강성 매파적 인플레이션에 대한 의견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낼 때마다 금융시장은 영향을 받지만, 연준 의장이 종합하여 발표하는 공식적 의견은 통화 완화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왜 자산 버블,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초저금리를 고집하는 것일까? 같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과는 왜 다른 길을 가고 있을까?

첫 번째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법적 정책 목표가 한국은행과는 다르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즉 미 연준은 물가 안정(price stability)과 함께 최대 고용(maximum employment)을 명시하고 있다. 고용과 물가 두 가지 목표를 다루는데 2000년 이전에는 필립스 곡선이라는 경제적 관찰에 의해 고용과 물가가 상호배반(trade-off) 관계라는 것이 정설로 인정되며 통화정책에 적용되었다. 즉 물가를 잡으려면 통화정책으로 국민들은 실업의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엔 IT, 온라인 유통, 4차 산업 등 노동절약 산업 발달로 필립스 곡선이 붕괴되어 고용과 물가 간에는 역 관계를 신뢰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도전과 실험을 시작했다. 즉, 오랜 세월 관습법처럼 수호하던 2% 이내 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를 버리고, 평균적으로 물가가 2%로 유지된다면 통화 긴축을 하지 않겠다는 평균물가목표관리(FAIT)를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과감한 정책 변경의 배경에는 미국은 물론 선진국 경제에 만성병으로 자리한 저성장, 저금리의 원인이 바로 경제적 불평등 심화라는 자각이 있다. 세계화가 가져온 빈부 격차와 경제적 기회 불평등이 중산층을 붕괴했고, 코로나19가 이들 저소득 서민층에 더 심각한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이들의 삶을 회복해주기 위해서는 충분히 경제적 지원이라는 온기가 전달될 때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연준의 정책을 해설하는 국내 경제 전문가, 언론들은 연준의 불평등 해소에 대한 노력을 애써 도외시해왔다. 국내에서는 경제 불평등 해소는 항상 포퓰리즘 프레임으로 덮어씌우는 것이 관례인데, 세계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앞장서서 포퓰리즘을 실천한다니 이해도 안 되고 이념적으로 맞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분명히 기독교 보수주의 국가, 미국은 물론 IMF, EU 등 서방 경제도 경제 불평등 문제는 기후 변화, ESG 등과 같이 중요한 경제정책 이슈임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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