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기대’가 더 무섭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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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기대’가 더 무섭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08.06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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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접종이 시작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경제 성장률이 발표되면서, 경기가 회복하는 것은 좋은데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이 문제이고,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에도 반등하던 주가는 발목을 잡혔다.

인플레이션 기사와 함께 많이 언급되는 것은 미국 연준의 입장인데 지금의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니 크게 문제가 없고 정책 금리는 당분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몇 줄 안 되는 기사이지만 얼마나 많은 독자가 이해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Tips, Swap Rate, BEI, 실질금리 등등 경제용어들이 혼합되면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외계어 수준일 것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너무나 자주 듣는 이야기이기에 아는 것 같은 착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이야기는 경제학 전공자들도 최근까지 지속해서 경제 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알아먹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인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할 만큼 너무나 영향력이 큰 경제 변수다. 그런데 아무리 기사를 들여다봐도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대상인 일반인들이 알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일반인들이 알기 쉽지 않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얘기를 하려고 한다. 일반인이 경제 지식의 높은 문턱을 무기로 삼는 정책입안자, 경제학자, 금융업자 등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라는 바람에서다.

마침 12개 미국 지역 연방준비은행 가운데 하나인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금융교육 자료를 발표했다. 이 은행은 중요한 경제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가장 쉬운 언어의 금융 교육자료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데,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이 주제였다.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중요 정책 대상이다. 그러나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기축통화 달러를 발행하는 연준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최후 대부자, 최후의 중앙은행이라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경제학자,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달러의 인플레이션이다.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각과 정책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가 물건을 구매하면 필요한 총액은 물건가격(P)과 수량(Q)의 곱으로 표시한다. 일정 기간 P가 상승하는 것이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Inflation)이다. 역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것을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한다. 그러면 물가 상승은 제로인 것이 좋은가? 중앙은행이 목표로 하는 ‘물가 안정성’은 물가를 고정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중앙은행의 목표, 물가 안정성은 적정 수준의 물가 상승률 유지다. 그 이유는 첫째 마이너스 인플레이션, 즉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서다. 인류의 역사상 가장 참혹한 경제적 사건은 1930년대에 나타난 대공황(Great Depression)이다. 이 대공황은 전무후무한 규모와 장기간의 디플레이션이었다. 그래서 디플레이션의 경험은 피해야 할 트라우마다.

둘째는 일정률의 인플레이션이 있어야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상태에서 초저물가라면 금리도 아주 낮은 상태일 가능성이 크므로, 경기 침체 때 금리를 낮춰 투자와 수요를 촉진하는 통화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 중앙은행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그러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적정한가? 몹시 어려운 문제인데 만약 너무 낮으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고, 너무 높으면 화폐가치를 잠식해 저소득층, 노령연금 생활자 등에 경제적 피해가 커진다. 디플레이션이나 높은 인플레이션 모두 불확실성과 경제를 훼손하는 저축, 지출 의사결정을 초래하므로 적절한 인플레이션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국의 경제 사장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연준은 ‘2%’ 인플레이션을 관리 목표로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측정하는데, 연준은 특히 GDP 산출에 적용하는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한편 물가를 가장 강력한 정책수단으로 등장시킨 것은 1950년대 출현한 ‘필립스 커브’라는 경제학적 관찰 결과였다. 실업률과 임금상승률(=물가) 사이에는 역관계가 있다는 것인데, 1960년대 대경제학자인 폴 사무엘슨과 로버트 솔로도 물가와 실업률 간 관계를 재확인하면서, 물가와 실업률의 상호배반(Trade-off) 관계는 통화정책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즉 물가를 낮추면 높은 실업률을 감수해야 하고, 실업률을 낮추려면 고물가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립스 곡선과 물가와 명목금리 간에 관계인 피셔 방정식(명목금리=실질금리 <= 경제성장률 > +인플레이션)과 연계하여 정책금리 조정을 통해 물가 안정, 완전 고용의 선택적 목표 관리를 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필립스 곡선은 2000년대 이후 붕괴하였다.

2000년 이후 경제에서 필립스 곡선의 실업과 물가 간에 상호배반적인 관계가 사라지면서, 미국 연준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2%라는 적정 수준에 묶어두는 한,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은 지난해 물가 관리 방식을 종전 2% 이내 관리에서 평균물가목표관리(FAIT)로 변경하고, 일시적으로 물가가 상승해도 개의치 않으며 일정 기간 평균적인 물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의 물가 상승은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급격히 하락했던 물가가 반등하는데 따른 기저효과와 일시적 산업공급 애로 등에 의한 것이고, 곧 2% 이내로 물가는 정상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지금 소비자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는 신호를 계속 일반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아울러 경제의 완전 고용 수준이 미달하여 상당 기간(2023년까지) 저금리와 통화공급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필립스 곡선이 사라진 이유는 임금이 물가 영향력이 약해지는 인력 절약형 4차 산업의 발달이 주요 원인일 것으로 추정한다. 미래 통화정책은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중요하다. 인플레이션 기대는 국채와 물가연동채의 금리 차이인 BEI로 확인할 수 있다. 요즘 기사에 자주 BEI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이유다.

BEI 지표는 국채와 물가연동채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된다. 또한 필립스 커브가 붕괴한 가장 큰 이유는 노동 절약형 경제인 IT, 온라인, 4차 산업의 발달이다. 경제가 인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 기대에 영향을 더 받겠지만, 그 기대는 부자나 다국적기업,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기대일 확률이 높다. 이래저래 저소득 노동층은 경제 정책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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