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르네상스’는 올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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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 르네상스’는 올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
  • 승인 2021.09.08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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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를 필두로 2019년 시작된 사모펀드 파동은 법적 책임 문제를 놓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 같은 법적 문제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에 펀드 시장 개편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1월에는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 4월에는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자본시장법 개정 대부분 완료했으며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금융투자소득세 신설, ISA 전면 개편과 함께 금융투자산업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펀드를 놓고 왜 난리인지 이해하려면 배경과 역사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펀드가 협의로는 금융상품이지만, 본질적으로 소규모, 분산 자본을 집적하여 대규모 기금(펀드)을 만들고, 그 강점을 이용하여 투자하는 금융 행위이다. 펀드는 법적으로 유한 책임의 특성을 가지면서 목숨을 걸고 신대륙을 발견하는 모험 자본으로 인류 사회에 등장했다.

특히 펀드는 세계화된 금융자본 시대에 강력한 힘을 갖는다. 이러한 펀드는 신탁, 회사 등 법적으로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고, 펀드 지분을 불특정 다수가 소유할 수 있으면 공모펀드, 소수로 자격을 제한하면 사모펀드로 구분한다. 특히 공모펀드는 소액 자금을 가진 일반인이 대규모 자본 투자의 강점을 이용할 수 있는 강력한 금융투자상품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는 1970년대 중반 출발한 공공성을 갖춘 투자신탁회사가 ‘투자신탁’이라는 상품 이름으로 한국형 공모펀드 산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1989년 정부의 ‘은행 차입에 의한 무제한 주식매입‘ 지시 때문에 투자신탁회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며, 결국 빚더미에 앉은 뒤 파산했다.

2000년 이후 공모펀드 산업은 판매-운용의 분리와 은행, 증권 등 대형 금융회사의 펀드 판매 체제로 전환하며, 공공성을 상실하고 줄곧 사양길을 걸었다. 대략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에는 펀드라면 공모펀드를 얘기하는 것이었고 사모펀드는 생소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식시장 정체로 인한 수익률 부진, 2011년 헤지펀드 등장 등으로 자산관리 상품으로 공모펀드는 퇴색했다.

그 결과 금융당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공모펀드 잔액은 274조원이었지만 사모펀드는 442조원으로 공모펀드의 2배이고, 그나마 MMF와 ETF를 제외하면 공모펀드 잔액은 100조원 미만이다.

또한,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 금융자산에서 펀드 비중은 2.4%로 미국의 13.1%보다 현저히 낮다. 이에 비해 1989년 투자신탁의 금융자산 비중은 11.3%였다. 지금은 사모펀드가 펀드 산업의 주력이 됐고, 공모펀드의 현실은 한없이 초라해졌다.

금융 산업의 사모펀드를 통한 이윤 추구에 2019년부터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이 바빠졌다. 감사원이 부실 감독으로 금융당국을 감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니 치욕적이었을 것이다. 사모펀드는 일반인 가입 금액을 3억원 이상으로 높이고, 판매사, 운용사, 수탁사의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펀드 운용을 완화해주는 당근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조치로 사모펀드를 통한 이윤 추구행위가 제동이 걸릴지는 솔직히 알 수 없다.

한편 금융당국은 7월에도 공모펀드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등 공모펀드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이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왜 다시 금융당국은 공모펀드일까? 먼저 2000년 이후 이어진 저금리 시대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 때문이다. 한 연구는 2030년까지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불과 1.5%에 머물 것이라고 추정한다. 저금리로 금융투자가 불가피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기후변화의 위험 등 피해를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좋든 싫든 초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100세 시대도 또 다른 위험이다.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서 만일의 경우 초기 투자 실패는 평생 재산관리에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초래한다. 저금리 장기화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철저한 복리 효과를 지향하는 안전 투자가 당연히 필요하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대중적인 금융투자상품으로 펀드 공급이 필요한데, DLF 이후 다수 불법 운영 사모펀드를 볼 때 한계점을 보았고, 결국 전문가의 지식과 섬세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공모펀드가 다시 등장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지난 4월 보고서에 따르면, 공모펀드는 전문가에 의한 간접투자 수단, 강도 높은 공적 규율 적용, 높은 접근성과 활용성 등의 특성이 있으며, 안전 금융투자 수단으로 공모펀드를 활성화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지난 칼럼에서 2회에 걸쳐 소개한 금융투자소득세, ISA 등이 공모펀드를 이용하는 금융투자자에게 결정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금융당국은 펀드의 시딩(종잣돈) 투자, 보수와 판매 수수료 개편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모펀드 산업의 공공성이다. 공공성이 필요한 이유는 금융회사의 단기적인 이윤 추구에 영향받지 않는 안전한 재산형성과 관리 수단이 국민들, 특히 청년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30년 전 결혼 당시, 회사에 입사하며 급여공제를 통해 반강제로 가입한 재형주식투자신탁의 큰 도움을 받았고 아직도 공모펀드의 순기능으로 깊은 인상이 남아 있다. 이러한 금융기능을 이윤을 추구하는 금융회사에 기대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대안으로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을 접하는 채널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독립금융자문업자가 제도화됐으나, 필자의 경험으로 이들은 금융 자문을 무료로 인식하는 문화에서, 금융회사와 이익을 공유하지 않고 자생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대로 방치하면 독립금융자문업자는 사라지거나, 음성적으로 또는 로비를 통해서 금융회사 이익 공유로 환원할 수 있다.

결국 독립금융자문업자가 저렴하고 중립적인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육, 평판 관리, 전산, 물리적 공간을 제공할(과거 투자신탁 회사처럼) 공공성이 있는 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미 추진 중인 통합 온라인 자문플랫폼 계획을 독립금융자문업 활성화와 연계하여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문재인정부 내내 시끌벅적하고 국민 관심사가 컸던 이슈는 부동산 안정과 검찰 및 사법개혁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들 이슈는 대선이라는 블랙홀 주변, 사건의 지평선에 다가서며 소음조차 사라졌다. 그러나 시각을 금융으로 돌리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2019년부터 대형 은행, 증권사, 운용사 등 대한민국 금융 시스템의 불편한 민낯을 드러나게 한 금융사기 행각이 드러난 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법, 사모와 공모펀드 개선, 금융 세제 개편 등 금융산업의 근본적 구조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민 하나하나의 미래 복지에 큰 영향을 줄 것이지만, 금융회사를 불편하게 한다는 일부 기사 외에는 큰 관심과 저항 없이 조용히 진행되었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이용자의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이고 좋은 금융은 중요한 미래 국민 복지로 기능한다. 앞으로 개선 추진 중인 사모펀드는 복지 걱정 없는 부자와 기관투자가가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재산형성과 관리에 열세인 청년과 서민에게 안전한 공모펀드는 퇴직연금, ISA 등을 통하여 미래의 삶을 개선하는 훌륭한 미래 복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모펀드가 반드시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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