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는 금· 부동산보다 ‘이것’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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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는 금· 부동산보다 ‘이것’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10.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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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인플레이션 투자법

아무래도 인플레이션이 좀 더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할 태세다. 이미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경제변수는 달러 경제를 대표하는 미국 매크로 지표 점검이 중요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은 달러가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플레이션은 구조화할 징조가 보인다.

9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보다 5.4% 상승하며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생산자 물가도 원자재 가격 압박으로 전년 대비 8%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용시장에서 임금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증가하고 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직률이 증가하며 노동력 부족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문제는 유가의 급등세다. 미국 WTI는 지난해 40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8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상승 폭은 70년대 중동 유가 파동에 의한 스태그플레이션 당시 못지않은 상황이다.

한편 <인플레이션> 저자인 독일 금융전문가 하노 백은 인류가 돈을 사용한 이후 줄곧 권력자가 인플레이션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고 한다. 권력자의 도구이어서인지 경제학에서는 인플레이션의 해악뿐 아니라 긍정적 효과가 같이 강조된다. 거시경제학과 화폐금융론은 50% 이상이 인플레이션과 관련되어 있고, 전 세계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할 만큼 인플레이션은 중요한 문제이다.

인플레이션 - 금리 - 경제 - 금융시장은 모두 하나의 생명줄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인플레이션에 무지하고 무심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인플레이션을 자세히 해설하려면 4년제 대학 과정은 고스란히 소요될 것이니 각설하고 독자들이 가장 궁금한 인플레이션의 구체적인 영향, 특히 자산가격에 대한 영향을 이번 칼럼에 해설한다.

마침 올해 5월에 글로벌 자산운용사 맨그룹(man group) 연구소에서 <인플레이션 시대의 최적 투자전략(the best strategy for inflationary times>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1925년부터 올해까지 초장기간의 인플레이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주목할 만하다.

놀라운 것은 다수의 금융위기가 있었으나 선진국 경제는 1990년 이후 지난 30년간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없었다는 것이다. 맨그룹의 논문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율이 2% 이상에서 시작해서 5%를 넘은 기간으로 정의하는 인플레이션 기간(inflationary regime)이 1925년 이후 8회가 있었고, 1990년 이후에는 금융위기 당시 한 차례뿐이었다. 즉 장기적인 저성장으로 저물가 시대가 지속했고 이 때문에 30년간 선진국 중앙은행과 경제 당국, 국민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2009년 이후 10여 년 만에 코로나 발발로 인한 인플레이션 기간이 닥칠 우려가 커지고 있어 선진국 경제 당국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의 강도가 높아지면 경제 주체의 심리적 충격은 커지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증폭할 수 있다. 금융시장의 자산가격은 미래 불확실성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투자를 하는 금융소비자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예의 주시해야 한다. 맨그룹 논문은 현재 인플레이션 발생 위험을 주목하는 배경으로, 첫째 전례 없는 통화공급(2020년 이후 1년간 미국 M2기준 4.2조달러), 둘째 사상 초유의 재정지원 (미 의회예산국 추정 재정적자 2020년 3.1조달러, 2021년 2.3조달러), 셋째 미 국채시장 장기 금리 상승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자산가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경제학자나 금융전문가에게 이 질문은 사실 왜 사는가와 같은 철학적 주제만큼이나 다양한 주장과 해설을 할 수 있지만 가능한 단순하게 정리해보자. 자산가격에 문제가 되는 인플레이션은 항구적, 장기적인 물가 상승이다.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은 명목금리와 실질금리 그리고 인플레이션 간의 관계(피셔 효과)를 통해 장기 실질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자산의 이론가격을 결정하는 현재가치 추정에는 기대 실질 이자율과 위험 프리미엄이 할인율에 포함된다.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은 다음에 균형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믿고 투자자는 움직이지 않으므로 영향은 미미하다. 일시적 인플레이션으로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역선택의 가능성이 증가한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현재의 인플레이션에 ‘일시적’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국채가격은 예기치 않은 인플레이션에도 충격을 받는다.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장기 실질이자에 반영되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의 장기 금리 기준인 10년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유다. 분모의 할인율이 증가하면 국채가격은 하락한다. 자산을 회수 수익 기준으로 만기를 환산하는 듀레이션이 긴 자산은 하락 폭이 더욱 크다. 주식도 초기 투하자본과 회수 관점에서 분석하면 듀레이션이 긴 성장주식, 특히 IT 주식의 주가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좋지 않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기업의 부채 감경 효과와 제품가격 인상을 통한 수입증대 효과 등으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어 인플레이션의 주가에 대한 효과는 단순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의 긍정적 효과는 시장지배력이 있는 대기업에 국한된 것으로 경제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오히려 원가 상승으로 부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는 기업, 가계의 투자 결정을 주저하게 만든다. 인플레이션의 변화에 따른 자산가격의 변화를 맨그룹 논문은 ‘인플레이션 베타’라고 정의한다. 투자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장지수 변화에 따른 자산가격 변화인 베타지수를 모방한 것이다. 투자자가 자산별로 인플레이션 베타를 염두에 두고 투자나 경제적 결정을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맨그룹 논문은 주식, 채권, 금과 은 등 실물자산, 부동산, 비트코인까지 광범위한 자산에 대해 1925년부터 올해까지 광범위한 데이터를 가지고 미국, 영국, 일본의 인플레이션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단순한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 투자는 인플레이션 방어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미국 기준으로 과거 인플레이션 기간 주식은 0%, 국채는 3% 수익률을 보인 것으로 측정되었다. 특히 실질 가치 측면으로는 주식 -7%, 국채 -5%의 손실률이 측정되었다.

금융자산은 인플레이션 기간에는 젬병임이 틀림없다. 실물자산은 예상대로 금융자산보다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보이기는 했지만, 종목별 격차는 컸다. 미국에서 실물자산은 14% 성과를 보였고 실물자산 중 원유 등 에너지는 41%, 산업재가 19%, 희귀금속이 11%의 수익률을 보였다. 대표적 물가 방어 자산인 금은 13%, 은은 12% 성과를 기록하며 실물자산의 대표 자리를 내주었다. 예술품 7%, 포도주 5%, 우표도 9% 성과로 금융자산보다는 우세했다. 반면 주택 부동산 투자는 -2%로 수익을 보이지는 않지만, 방어적 기능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맨그룹 논문이 또 주목한 것은 단순 자산 투자가 아닌 동태적 투자전략 중 모멘텀 투자다. 모멘텀 투자란 헤지펀드 등의 롱-숏 투자 기법인데 횡단(cross sectional) 모멘텀 투자가 8%의 성과를 보였고, 시계열(times series) 모멘텀 투자(또는 트렌딩 투자전략)가 25%의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전자는 현재 다른 종목에 비교해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종목을 사고 열등한 종목을 파는 투자전략이고, 후자는 과거 약 12개월간 일정 수익률 이상을 기록한 종목을 사고 일정 수익률 아래로 하락한 종목을 파는 투자전략으로 요약된다. 앞으로 트렌딩 투자전략을 이용하는 금융투자 상품을 눈여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흔히 가상화폐가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가상화폐 자산은 이를 입증할 데이터가 아직 축적되지 않았고, 주식이나 금보다도 5배 이상 변동성이 심하며, 지난해 3월 코로나 발발 당시 주식 -34%, 금 -12%로 가격이 변동할 때 비트코인도 -54%를 기록하는 등 위험 자산과 같은 방향 변화를 보이는 점 등을 볼 때 오히려 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맨그룹 논문은 제시했다.

인플레이션 기간에는 금융자산에 대한 트렌딩 투자전략(25%),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14%)가 1925년 이후 성과가 우수했다. 실물자산 중 에너지(41%), 산업재(19%), 금(13%), 은 (12%)이 투자 수단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단순히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데는 물가연동국채(2%), 부동산(-2%)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아쉽게도 트렌딩 투자는 헤지펀드의 투자기법으로 일반 금융소비자가 접근할 만한 상품은 찾기 어렵다. 사모펀드의 일반인 접근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가능하면 금융회사에서 ETN으로 개발해서 공급하면 좋을 듯하다. 나머지 실물자산 투자는 ETF나 공모펀드 등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 투자를 고민하는 금융투자자는 참고하기 바란다. 물론 과거의 실적이 미래를 담보하는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한편 하노 백은 장기적 인플레이션은 시스템 리스크에 속하며 피할 길이 없다는 견해다. 일단 인플레이션이 방어 투자에 성공했어도 인플레이션이 끝날 때까지 투자 포지션을 유지할 수 없으면 결국 인플레이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그는 지적한다. 특히 이 인플레이션의 시스템 리스크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층에 더욱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이 발발하지 않도록 정치권을 견제하고 경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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