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는 금융의 CCTV?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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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는 금융의 CCTV?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11.08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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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이달 1일 가계부채 관리 TF를 발족하며 대출 관련 전 기관이 연대하여 물 샐 틈 없는 대출 통제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출 관리방안에 관해 두 차례에 걸쳐 거시경제 차원의 견해를 칼럼을 통해 제시했다. 요지는 가계부채가 본질에서 저성장, 불평등의 문제이지 탐욕적 투기나 사회악으로 다루는 것은 사회적 저항을 불러올 수 있고, 일시적으로 수치를 줄이기가 아닌 항구적인 가계부채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단순 대출 통제가 아닌 범정부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칼럼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들여다볼 생각이다. 바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통제 방안의 바탕을 이루는 도구인 DSR(Debt Service Rate, 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대한 다른 시각의 우려다. DSR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총상환능력심사 또는 차주 단위 DSR로 표현되고 있다. 한마디로 차주 개인별로 총부채 규모를 파악하고 이의 상환을 위해 연간 발생하는 원금과 이자를 연간 총소득의 비율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LTV(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 상환비율)가 대출 목적물별로 산출하는 방식인 데 반해 차주 단위 DSR는 개인의 모든 부채금융 흐름에 대한 정보를 집적하고 통제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정보의 집적 때문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DSR 사랑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금융당국은 2016년 8월에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때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기본방향 1번 항목은 ‘상환능력 제고를 위한 소득증대 추진’이라는 점이 2021년 같은 제목 보고서와의 차이점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이러한 기본방향에서 DSR는 보조지표로 활용되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DSR와 관련해서 2014년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보고서가 눈에 띈다. DSR의 가계부채 상환능력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내용인데 저소득자일수록 DSR가 높아 금융상환 부담이 증가하니 저소득층 소득증대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때만 해도 DSR는 산출공식의 분모인 소득을 키워야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지며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분석 도구였고 이를 위해 보조적 참고 지표로 도입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언제나 칼, 불, 원자력 등 도구는 사용하는 사람들의 시각과 목적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DSR는 2021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는 소득을 키우는 것보다는 간편하게 DSR 공식의 분모인 대출을 줄이면 손쉽게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정책 관점으로 전환되었다. 우려스러운 것은 금융관료들의 편의대로 DSR이라는 것을 과연 국민이 순진하게 대출 억제 수단이라고만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또 하나 DSR의 금융정책 도구화 과정에서 우려되는 점은 이것이 단순히 행정적 도구를 넘어서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표현대로 ‘총상환능력심사’ 도구로 DSR가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모든 금융정보가 어느 기관에서든지 데이터베이스화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현대 경제를 금융자본주의라고 부를 만큼 모든 국민은 금융, 특히 부채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융부채 정보는 개인의 삶의 궤적이고 역정을 고스란히 알 수 있는 개인별 원장과 다름없다.

그런데 DSR로 발생하는 국민의 부채 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것은 가계부채 관리방안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관심 속에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만일의 경우 정보 유출 사고의 피해자는 DSR로 불쾌한 통제를 받는 국민이다. 의약 정보 관련 기관이 개인의 의약 조제 정보 43억건을, 유명 대학병원이 환자 정보 10만건을 각각 판매하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되어 재판 중이거나 수사 진행 중인 것은 DSR 정보 관리에 참고할 사항이다.

개인정보 측면의 또 다른 문제는 DSR를 통해 국민 개인정보를 국가가 통제한다는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표방한 암호화폐가 인기를 얻는 것은 탈정부, 철저한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장점이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의 도입 이슈에도 개인 거래기록의 국유화가 초래되며 자유주의 시장경제 정신에 어긋난다는 우려가 있다. DSR는 개인 금융 생활의 CCTV가 될 수 있으므로 국민 정보를 악용하지 않도록 명쾌한 법적 장치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금융당국이 개인 소득과 금융정보를 종합해 미래 상환능력을 평가하고 미리 금융통제를 가하겠다는 DSR 이용 취지를 생각해보면 필자는 여러 가지 장면이 떠오른다. 먼저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생각난다. 이 영화는 미래 범죄를 예언하는 시스템 ‘프리크라임’을 이용해 살인범죄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또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텔레스크린’이 생각나기도 한다. 빅 브라더가 국민을 감시하기 위한 도구가 텔레스크린이다. DSR가 국민에게 금융의 CCTV이자 프리크라임이며 텔레스크린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은 국민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줄 영향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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