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확 뜯어 고친다는데… 투자자는 왜 분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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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확 뜯어 고친다는데… 투자자는 왜 분노할까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2.21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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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의심사례 적발” 금융위, 폐지 아닌 ‘개선’에 무게… 누리꾼들 “짜고 치는 고스톱”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송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새해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송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새해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믿지 마요. 반대매매 불법으로 해도 형량이 가벼워서... 저래놓고 벌금이나 형량은 팁입니다, 팁. 돈 벌었으면 팁 좀 내 그런 거임.”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끊이지 않는 ‘시장조성자’ 제도가 새해부터 크게 바뀝니다. 금융당국은 ‘개선’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되레 분노하고 있습니다. 가장 촉각을 곤두세웠던 ‘공매도’가, 폐지가 아닌 물량 축소로 결정 났기 때문입니다. ‘시장 조성’이라는 명분을 악용해 사익을 챙기는 행위가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개인들의 지배적 반응입니다.

‘시장조성자(market maker)’는 한국거래소 등과 계약을 맺고 사전에 정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와 매수 호가를 제시해 가격 형성을 주도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증권사를 이릅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지난 3월 16일부터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가 금지됐음에도 시장조성자에게는 이를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었습니다.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방안.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방안.

보유하지 않은 종목의 경우 ‘대차거래’, 즉 공매도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조성자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증권사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개인은 이들이 ‘불법’으로 사익을 챙기고 주가를 떨어뜨린다고 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거래소가 22개 시장조성자의 3년6개월 간 거래내역을 점검한 결과, 일부 무차입 불법 공매도 의심사례를 적발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그동안 지적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그제서야 쉬는 날인 어제(20일) 개선안을 내놨습니다. 정확히는 ‘시장조성자 제도개선 기본방향’입니다. 먼저 시장조성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미니코스피200 선물·옵션을 공매도하지 못하고 ‘업틱룰’(공매도 할 때 매도호가를 직전 체결가 이상으로 제시하도록 제한) 면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0년 1월 1일~3월 13일 거래규모. /자료=금융위원회
2020년 1월 1일~3월 13일 거래규모.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는 이를 통해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가 현재보다 4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봅니다. 아울러 공매도가 유동성 상위 종목에 집중된 만큼 시장조성자 졸업제도도 운영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유동성이 확보되는 경우 시장조성 대상 종목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회전율, 호가스프레드, 거래규모 등 종합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또 시장조성자의 유동성 하위 종목 참여를 의무화하고, 거래 수수료를 우대할 계획입니다. 시장조성자 관련 정보공개도 확대합니다. 종목별 의무 호가스프레드, 일중 의무이행률, 매수·매도·공매도·업틱룰 면제거래 등을 공시할 방침입니다. 다만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은 이번 발표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금융위는 공매도 개선과 함께 내년 2월까지 불법 적발 시스템도 갖추기로 했습니다. 증권사가 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할 때 일반매도·차입공매도·기타매도를 표시하고, 업틱룰 예외거래 해당 여부, 외국인투자자 및 시장조성자 여부 등을 표시하는 방식입니다. 또 내년 2월까지 불법공매도 상시 모니터링 및 점검 조직을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안에 두기로 했습니다.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자료=금융위원회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공매도 완전폐지가 답’이라며, 공매도를 금지해도 자금유출은 되지 않았다며 금융당국에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악의적인 찌라시로 주가하락 유도하는 기생충 같은 공매도 패거리들은 사라져야함” “공매도 영구 폐지하라. 개미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과 그 기생충에 다시 기생하는 금융적폐들 모두 퇴출하여야 한다” “왜 그렇게 공매도 유지하려 애 쓰냐. 개미들이 손해를 봐 망하든 뭘 하든 알아서 할 테니 공매도 없애라고 XX들아” “공매도는 매국노짓이고 개미 등골 뽑는 사회악이다. 즉시 단절 폐지하라!”.

“공매도 금지하니까 자금 유출될 거라고 헛소리 지껄이던 개관X들. 웃기고 자빠졌네” “그동안 금융위 니들은 뭐한 거냐. 국민세금으로 연봉 1억 이상씩 받아가면서 시장조성자 공매도 눈 감아준 거야? 아니면 탁상행정!” “선량한 개미투자자의 희생으로 일부 특정소수에 이익 주는 공매도는 전면 폐지해야함. 이는 금융범죄이며 금융당국이 누구를 위해 이를 유지하려는지 과거의 잘못까지 분명히 밝혀라”.

“불법공매도 실시간 감리감독 시스템 구축 전까지는 공매도 재개는 안됩니다. 공수처 수사 받고 싶지 않으면 꼼수 부리지 말고 정도를 따라가세요” “실시간 모니터링 한다 해도 없애는 게 답이라는데 이것들이 1개월 후에 ~~돈 다 잃고 적발하면 그 돈 니들이 물어주냐~ 금피아들아” “사실 저것들 모두 짜고치는 고스톱임. 징역 7년이상 벌금 200억 때려야 됨”.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워낙 불신이 많아”라며 이번 제도 개선의 운을 띄웠습니다. 그러면서 믿을 수 있는 제도로 자리 잡으면 “시장조성자 규모는 50%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잃어버린 소는 잊고 다시 건강한 소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2021년을 열흘 앞둔 날, 개인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합니다.

“금융은 자본주의의 근간이기에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는 엄벌 수준 이상을 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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