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라며 아우성을 치는 건설사들이 현금배당으로 오너들의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본지가 중견건설사들의 지난해 현금배당 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무려 1000억원에 달하는 현금배당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일부 건설사는 순이익이 줄어들었는데도 오히려 배당을 늘리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대형건설사 못지 않은 배당잔치입니다.

해당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 기준 11~20위의 중견건설사로, SK건설, 한화건설, 반도건설, 태영건설, 부영주택, 한신공영, 중흥토건, 계룡건설산업, 코오롱글로벌, 금호산업 등 10곳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SK건설의 경우 지난해 10위에서 11위로 밀렸으며 그 자리를 호반건설에게 내주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본지가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현금배당을 하지 않은 곳은 반도건설과 부영주택, 단 2곳에 불과했습니다. 부영주택의 경우는 2009년 지주사인 부영으로부터 물적분할해 설립한 이후 단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습니다. 8개사가 지난해 배당한 금액은 982억4000만원입니다.

11위로 밀린 SK건설은 지난해 305억원을 현금배당했는데요. 당기순이익이 2배나 늘었는데도 배당금은 31%를 줄였습니다. SK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212.5% 늘어난 2710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을 거두면서 순익 또한 늘어난 것입니다. 이는 플랜트 사업에 집중한 결과입니다. 2018년에는 라오스댐 붕괴사고로 발생한 손실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부진했으나 지난해에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증설 프로젝트 ▲UAE 알 만도스 원유 비축기지 건설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 실적이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입니다.

배당금이 전년보다 줄긴 했으나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주머니는 가득 채워지고 있습니다. SK건설의 최대주주는 SK(주)로서 지분 44.48%를 가지고 있고, SK(주)의 최대주주는 최태원 회장(18.44%)입니다. 지분에 따라 최태원 회장은 25억원을 챙겼습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수익이 줄어듦에 따라 현금배당 또한 삭감됐는데요.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7.9% 줄어든 124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지출한 현금배당금은 111억90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54.7%나 삭감됐습니다. 하지만 2년 전인 2017년에는 당기순이익이 -1934억원으로,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95억원이나 현금배당을 해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한화건설은 지주사인 (주)한화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이며, (주)한화의 최대주주는 김승연 회장으로서 22.6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지분에 따라 김승연 회장이 챙긴 배당금은 25억3400만원입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8.4%나 쪼그라들면서 현금배당을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2018년도인데요. 이 해에는 무려 1613억2000만원을 현금배당으로 지출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기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18.9%나 줄었는데도 거액의 배당금을 지출한 것입니다.

배당금은 고스란히 오너 일가 주머니를 채우는데 사용됐습니다. 반도건설은 반도홀딩스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이며, 반도홀딩스는 권홍사 회장(69.61%)과 장남 권재현 상무(30.06%)가 지분 99.67%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8년도에 오너 부자가 챙긴 배당금은 1607억8700만원입니다. 최근 2년간 업계 최고의 배당금입니다. 업계 1위인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2년간 챙긴 배당금(1127억원)을 뛰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입니다.

지상파 방송국 SBS를 가지고 있는 태영건설은 순익이 대폭 줄었지만 배당금은 되레 늘렸는데요.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995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59.3%나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배당금은 전년보다 20% 더 늘린 106억380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태영건설은 2018년에도 전년에 비해 배당금을 38.8% 증가시키는 등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데요. 물론 이익에 대한 주주 환원정책에는 이의가 없지만 문제는 오너 주머니만 채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태영건설의 최대주주는 윤석민 회장(27.1%)과 부인 이상희(3.0%), 아버지 윤세영 명예회장(0.7%) 등 일가가 30.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이들이 지난해 챙긴 배당금은 32억7650만원입니다. 윤석민 회장 일가는 2018년도에도 27억3100만원을 챙겼습니다.

부영주택은 설립해인 2009년부터 한 번도 현금배당을 하지 않았습니다. 1~20위까지의 건설사 중 유일합니다. 부영주택은 지주사인 부영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부영의 지분은 이중근 회장(93.79%)과 장남 이성훈(2.18%) 그리고 우정학원(0.79%), 자기주식(3.24%) 등이 100% 가지고 있습니다.

한신공영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났지만 배당금은 크게 변동이 없었습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18억76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55.7% 축소됐습니다. 하지만 배당금은 6.7% 줄어드는데 그치면서 40억510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배당된 금액은 역시 오너 주머니를 채우는데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한신공영의 최대주주는 코암시앤시개발로 36.76%를 가지고 있는데, 코암시앤시개발은 최용선 회장(22.38%)이 최대주주입니다. 최 회장이 챙긴 배당금은 3억3000여만원입니다. 최용선 회장은 지난해 급여로도 13억8200만원을 받았습니다. 반면 직원들은 지난해 급여로 평균 6500만원을 받았습니다. 최 회장이 챙긴 배당금의 5분의 1 수준이며, 급여의 21분의 1 수준입니다.

중흥토건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2%나 감소되면서 현금배당금은 3분의 1을 줄인 100억원을 지출했는데요. 문제는 2018년도 현금배당금입니다. 당기순이익이 32.5% 늘었는데, 배당금은 3배나 늘린 150억원을 지출한 것입니다. 중흥토건은 정창선 회장의 아들인 정원주 사장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배당금은 정원주 사장 몫인 것입니다. 정창선 회장은 언론사인 헤럴드와 남도일보 회장도 역임하고 있습니다.

계룡건설산업 역시 태영건설과 같이 순익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은 늘렸습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21.1% 감소한 745억57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배당금은 20%나 늘린 53억150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지출된 배당금은 최대주주이자 오너인 이승찬 사장(22.9%)의 배를 불려줬는데요. 이승찬 사장이 챙긴 배당금은 12억1700만원입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42.8%로서, 이들에게 22억7500만원이 나갔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48.5% 늘어남에 따라 현금배당금도 늘렸는데요. 지난해 지출된 배당금은 전년에 비해 3배 늘어난 89억원입니다. 배당금은 오너인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주머니를 채워줬는데요. 코오롱글로벌의 최대주주는 코오롱(75.23%)이며, 코오롱의 최대주주는 이웅렬(49.74%) 전 회장입니다. 지분율에 따라 이웅렬 전 회장이 챙긴 배당금은 33억원입니다.

사모펀드로 넘어간 금호산업의 경우는 지난해 176억4800만원을 배당했는데요. 문제는 당기순이익을 넘는 배당을 한 것입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7억1700만원으로, 현금배당성향은 무려 150.6%나 됩니다. 2018년에 -4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음에도 176억4700만원을 현금배당했습니다. 배당금은 사모펀드로 넘어갔습니다.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는 금호고속(45.30%)인데, 금호고속은 사모펀드인 칸서스케이에이치비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진나해 사모펀드는 지분율에 따라 80억원을 챙겼습니다. 2년간 160억원이 사모펀드로 지출된 것입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15년 9월 25일 계열사 금호터미널의 자회사 금호고속 주식 전량(1000만주)을 3900억원에 사모펀드인 칸서스케이에이치비에 매각함에 따라 금호고속이 사모펀드로 넘어간 것입니다.

한편 지난해 시공능력 순위 10위로 뛰어 오른 호반건설은 24억60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습니다. 20위 내 건설사 중 가장 적은 배당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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