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챙겨요”… 소송 끝난 피죤 일가 ‘배당금 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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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챙겨요”… 소송 끝난 피죤 일가 ‘배당금 우애’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5.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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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이정준이 아버지 이윤재 회장 상대로 2011년 소송전 벌이면서 배당금 중단
부자·남매간 소송전 사실상 마무리된 2016년부터 해마다 수십억원씩 다시 지급
적자에 코로나 장기화로 경영 불확실성 커져도 배당잔치… 100%가 오너 일가 몫
이윤재 피죤회장과 이주연 대표이사.
이윤재 피죤회장과 이주연 대표이사.

피죤 이윤재 회장과 아들 이정준이 배당금 지급을 놓고 부자간 소송을 벌이며 중단됐던 배당금 지급이 소송이 마무리된 이후 다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배당금은 100% 이윤재 회장 일가의 주머니를 채우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적자 상황에서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본지가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들여다 본 결과 2010년까지 지급됐던 배당금이 부자간 소송전이 시작된 2011년부터는 중단됐습니다. 2011년은 이 회장의 아들 이정준이 아버지 이윤재 회장을 상대로 배당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건 해인데요. 이정준은 그해 5월 아버지 이 회장을 상대로 2009년도 배당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정준은 “배당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법원에 이 회장을 상대로 배당금 지급명령을 신청한 것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피죤의 지분은 이정준이 32.1%로 최대주주이며, 이버지 이윤재 회장과 누나 이주연 대표가 각각 22.3%, 15.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정준은 1978년 피죤이 설립될 때부터 주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그의 나이는 11세입니다.

피죤은 이정준이 이의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하고 있었는데요. 2005년 20억원, 2006년 31억5600만원, 2007년 36억8200만원, 2008년 15억7800만원, 2009년 47억3400만원, 2010년 38억66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습니다.

이정준이 배당금을 지급하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이윤재 회장은 아들에게 배당금 지급을 거부합니다. 이 회장은 “아들 주식은 내가 명의신탁한 것이기 때문에 배당금을 줄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정준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됩니다.

이정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열사 지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또 냅니다. 한때 피죤에서 화물업무를 맡았던 선일로지스틱 지분에 대한 소유권인데요. 선일로지스틱의 지분은 이정준이 39.37%로 최대주주이며, 이주연 26.9%, 이주연의 아들 30.1%, 그리고 이윤재 회장은 1.2%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윤재 회장은 “아들의 주식은 내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아들의 이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하고 이를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정준씨가 회사에 관여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지만,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권이 번복됐거나 이윤재 회장이 명의신탁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정준의 손을 들어줍니다.

아버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연전연승한 이정준은 피죤 대표이사로 있는 누나 이주연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윤재 회장이 피죤 전 대표이사인 이은욱을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청부폭행 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 이주연씨가 2011년 10월 25일 대표이사로 취임했습니다. 당시 해직된 이은욱 전 대표가 해고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언론에서 회사를 비판하자 폭력배를 동원해 이은욱 전 대표를 폭행하도록 사주했다는 혐의입니다. 이 회장은 이 혐의로 징역 10월의 실형을 받고 구속됐습니다. 이 회장은 또 2013년에는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습니다.

이정준은 “이윤재 회장 구속기간 중 피죤과 별개 법인인 중국 현지 법인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해 회사가 손해를 입었으니 이주연 대표가 배상하라”며 2014년 이주연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요.

이주연 대표 측은 “이정준은 명의상 주주에 불과하다. 회사의 실제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며 반격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주연 대표에게 “피죤에 4억2500만원을 지급하라”며 또 이정준 손을 들어줍니다. 재판부는 ”인건비 대납은 지난 2007년 이윤재 회장이 있던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이주연 대표가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건비 대납을 승인했을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이익을 얻지 않은 점을 고려해 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하지만 2016년에 진행된 2심에서는 “이 대표가 1심 선고 후 회사 손해 4억여원을 갚아 배상책임이 없다”며 이주연 대표가 승소합니다.

사진=피죤
사진=피죤

이정준이 2011년부터 제기한 부자간 소송전과 2014년부터 시작된 남매간 소송전은 여진이 남아 있지만 2016년에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처럼 이정준이 부자간 그리고 남매간 소송전을 벌이면서 중단됐던 배당금 지급이 소송전이 마무리된 이후인 2016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수십억원씩 배당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배당금은 오너 일가가 100% 챙겼습니다. 감사보고서에 주요 주주는 이주연 외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2011년 중단되고 6년 만인 2016년 지급된 배당금은 31억770만원에 달합니다. 당기순이익 34억6700만원의 91.6%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결국은 순이익의 대부분을 오너 일가가 챙긴 것입니다.

2017년과 2018년은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지출하는데요. 2017년 당기순이익은 7억2400만원인데, 배당금으로 27억2300만원을 지급합니다. 배당성향이 무려 376.2%입니다. 2018년에도 당기순이익(3억5000만원)을 넘어서는 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는데요. 특히 2018년의 경우에는 영업손실이 25억원이나 났음에도 배당금으로 오너 일가 주머니를 채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2019년에는 전년의 4배에 이르는 19억9700만원의 배당금 지급에 이어 2020년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영이 불확실 가운데에서도 배당금을 31억7700만원까지 늘려 지출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 불확실 때문에 배당보다는 내부유보금을 비축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기업들의 추세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피죤의 영업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2009년 매출액 1655억원, 영업이익 119억원을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더니 부자간 분쟁이 일어난 다음해인 2012년에는 매출액 841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옛 명성을 찾기에는 역부족인데요. 지난해 매출액 926억원에 영업이익은 81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시장점유율에서도 1978년 섬유유연제 출시 이후 32년간 1위를 지켜온 피죤은 2007년도에는 시장점유율 48%로 압도적이었으나 부자간 소송전이 펼쳐진 2011년에 점유율 27%까지 떨어지면서 LG생활건강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최근에는 한국 P&G의 ‘다우니’에도 밀려 3위로 추락하는 수모까지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 불확실성아 커진 가운데에서도 배당 잔치를 벌이며 오너 일가 배를 불려주고 있는 피죤에 대한 국민적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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