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빚, 배당은 배당… 증권사들의 ‘이상한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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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빚, 배당은 배당… 증권사들의 ‘이상한 논리’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1.08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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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 킹’ 한국투자증권 오너 김남구… 박현주 뒤이어
미래에셋·KB·한투는 부채↑·순익↓에도 배당금은 늘려
그래픽/뉴스웰
그래픽/뉴스웰

우리나라 주요 증권사들이 ‘빚’과 무관하게 ‘배당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배당금을 대폭 늘렸네요. 빚 따로 배당 따로라는 논리인가요? ‘배당금 킹’은 한국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었습니다.

본지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원,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습니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2018년 46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습니다. 이는 전년(5049억원) 대비 8.5% 감소한 금액입니다. 반면 부채는 큰 폭으로 늘었네요. 전년 83조2421억원에서 109조7331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무려 31.8%에 이릅니다.

실적이 이렇게 좋지 않지만 오너인 박현주 회장은 배를 두둑이 불렸더군요. 배당금을 1247억원에서 1539억원으로 늘렸는데요. 배당성향도 24.8%에서 33.7%로 높였습니다.

미래에셋대우의 최대주주는 미래에셋캐피탈(19.29%)인데요. 미래에셋캐피탈은 박현주 회장이 34.32%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입니다.

배당금은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캐피탈→박현주 회장으로 지분에 따라 배당되는 구조이죠. 최근 2년간 미래에셋대우는 총 2786억원을 배당했습니다. 계산해 보니 2년간 미래에셋캐피탈에 537억원이 배당됐고 이중 박현주 회장에게는 184억원이 돌아갔네요.

NH투자증권도 별반 다르지 않는데요. 부채는 39조565억원에서 48조3687억원으로, 23.8%나 폭증했습니다. 하지만 배당금은 1506억원으로 전년과 동일합니다. 배당성향은 무려 41.74%나 됩니다.

NH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49.11%의 지분을 소유한 농협금융지주인데,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입니다. 따라서 최근 2년간 3012억원이 배당됐고, 이중 농협금융지주(49.11%)에 배당된 1479억원은 농협중앙회로 지출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기순이익이 3496억원에서 3614억원으로 소폭이나마 증가했다는 것인데요.

삼성증권도 지난 2018년 부채가 33조6685억원으로 전년(33조5366억원)보다 증가했습니다. 역시 배당금은 대폭 늘렸더군요. 2017년 893억원에서 2018년에는 1250억원으로 늘어났는데, 무려 40% 증가폭입니다. 늘어난 배당금은 역시 오너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보험(29.39%), 삼성생명보험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입니다.

삼성증권이 최근 2년간 배당한 금액은 2143억원인데, 이중 지분에 따라 삼성생명보험에 629억8000만원→이건희 회장에 130억7500만원이 배당됐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현재까지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삼성증권의 위안은 소폭이나마 순익이 늘었다(2710억원→3341억원)는 것입니다.

KB증권의 경우는 앞선 미래에셋대우와 같이 당기순이익은 줄은 반면 부채는 늘었음에도 배당금을 대폭 늘렸습니다.

부채는 32조9402억원에서 40조6559억원으로, 23.4%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2353억원에서 1896억원으로 19.4% 줄었습니다. 하지만 배당금은 139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무려 360%나 폭증했습니다.

KB증권은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배당금은 모두 KB금융지주로 들어갑니다. KB금융지주는 국민연금(9.5%)이 최대주주이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0.005%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윤종규 회장이 2년간 배당된 금액(639억원) 중 지분에 따라 3억1950만원을 챙겼네요.

한국투자증권은 오너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을 밀어주는 모양새를 보입니다.

최근 2년간 배당금은 4802억원에서 3403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주요 증권사 중 최고 수준입니다. 배당성향 역시 2017년 91.41%, 2018년 68.16%로 이 또한 최고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이며, 지주는 김남구 부회장이 20.23%로 최대주주입니다. 지분에 따라 김남구 부회장은 2년간 1659억8715만원을 챙겼습니다. 주요 증권사 중 ‘배당킹’입니다.

김남구 부회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입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부채는 33조5895억원에서 41조5936억원으로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5253억원에서 4993억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빚은 늘고 이익은 줄었는데 오너 주머니는 두둑이 불어나는 듯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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