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빗썸·코인원 입출금 중단”… ‘트래블룰’이 뭐기에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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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빗썸·코인원 입출금 중단”… ‘트래블룰’이 뭐기에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8.04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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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19년 6월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때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신원정보를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트래블룰’을 내놨다. /사진=픽사베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19년 6월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때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신원정보를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트래블룰’을 내놨다. /사진=픽사베이

“도로교통법으로 비행기를 통제하겠다는 꼴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721달러를 가리키던 2019년 6월 22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에 대한 마지막 가이드라인을 내놓습니다. 가상화폐 수신자와 발신자의 신원정보를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트래블룰’을 의무화한 것입니다. 관련 업계는 이에 대해 “블록체인 특성상 정보가 외부에 공개될 우려가 있다”라며 반발합니다.

‘트래블룰’(travel rule). 나라와 나라 사이에 돈이 이동할 때 따라야 할 규칙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자금세탁을 차단하는 조치로, 각국의 은행 등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표준화된 코드(스위프트 코드)를 통해 이 규칙을 적용합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트래블룰은 앞서 언급한 대로 2019년 6월 FATF가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본격화했습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룰 체계를 갖추기 전까지 가상화폐의 입금 및 출금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정한 트래블룰을 지키기 어려운 만큼 해당 시스템 구축 전까지 가상화폐의 이동을 막아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NH농협은행이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룰 체계를 갖추기 전까지 가상화폐의 입금 및 출금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이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룰 체계를 갖추기 전까지 가상화폐의 입금 및 출금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사진=NH농협은행

빗썸과 코인원은 이 같은 농협은행의 요구에 따를 의무는 없지만, 실명확인 계좌 발급 재계약을 앞둔 만큼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앞서 케이뱅크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NH농협은행은 빗썸·코인원과, 신한은행은 코빗과의 실명확인 계좌 발급 재계약을 오는 9월 24일까지 미루기로 했습니다.

이들 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 간의 계약은 지난 6월과 지난달 말 이미 종료됐습니다. 이후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재계약해야 하지만, 특금법 시행 전까지 잠시 연장하기로 한 것입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다시 영업하기 위해서는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금법에 따라 금융위원회 아래에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합니다.

따라서 특금법 유예기간 마지막 날인 9월 24일까지 은행에서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을 받아야 합니다. 만약 FIU에 신고하지 않으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합니다. 실명확인 계좌 발급 재계약 전까지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4일 오후 3시 32분 비트코인 시세는 4340만4936원을 가리키고 있다. /자료=코인마켓캡
4일 오후 3시 32분 비트코인 시세는 4340만4936원을 가리키고 있다. /자료=코인마켓캡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갑질’이라며 은행의 행태에 화살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반면 거래소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아울러 실정을 외면한 당국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입니다.

“거래소와 계좌 협약한 금융기관들 다 마무리 중인데 농협은 시작도 못하다가 거래소에 갑질하는 겁니다” “처음부터 받지 말고 다 만들고 받았어야지- 계좌 다 파게 만들고 나중에 해라” “이래서 농협 극혐함, 영업시간외 만원 뽑아도 수수료 받아먹는 농협” “농협 불편합니다. k뱅크로 바꿔주세요” “이참에 신한이나 케이뱅크 바꾸자” “멍멍이 같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네?” “사실 은행 것들이 젤 간사하다. 득 될 것 같을 때는 간쓸개 빼줄 것처럼 하고. 득 될 거 없다 싶을 땐 온갖 치사하게 나오고” “가상화폐의 주된 기능을 사용 못 하는데 그게 뭔 의미. 웃기는 농협”.

“빗썸 코인원 문제 있긴 하지. 업비트도 못 믿겠는데 쟤네들은 오죽할까” “빗썸 불안한데” “입출금 막으면 대놓고 시세 장난질 치겄네” “우리나라는 김프가 거래소마다 차이 나긋네요” “탈중앙화가 비트코인의 생성 목적이다” “비트코인 핵심이 돈세탁인데 그 부분을 국제협력으로 막히면 절망이네” “게임상에서 유통되는 게임머니가 실물경제로 나오면 벌어지는 일을 우린 지금 똑똑히 보고 있다” “메이저 거래소 4개 외는 폐쇄해라... 4개 관리하기도 벅차다” “국내 거래서에서 다 도망가겠네. 뭘 하더라도 해외사이트와 형평성 있게 해야지 이게 뭔 난리냐!”.

“코인이 왜 코인이냐?? 금융기관 없이 거래할 수 있는 게 코인의 부가적 목적 아니겠니??” “아니 코인 입출금 막으면 각 거래소 가두리 되는 거잖아 아직까지 전혀 이쪽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는군” “가두리 펌핑 판친다. 부작용이 더 클 듯” “들어오고 나가는 거 어떻게 일일이 추적함? 탈중앙화 거래소라고 무인으로 돌아가는 거래소도 있는데.. 그리고 해외 거래소에서 협조해줘야 하는데 국내만 막아놓고 뭐하겠다는 거임? 지갑 닫히면 조작 들어가던데 개폭락하면 누가 책임짐? 정 할 거면 실정을 알고 단계적으로 시행해야지 주먹구구식이네”.

가상화폐 입출금 계좌 발급이 가능한 4개 업권 3503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개 가상화폐 거래소의 94개 집금계좌 가운데 14개가 위장계좌로 파악됐다. /자료=금융위원회
가상화폐 입출금 계좌 발급이 가능한 4개 업권 3503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개 가상화폐 거래소의 94개 집금계좌 가운데 14개가 위장계좌로 파악됐다.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FIU에 따르면 가상화폐 입출금 계좌 발급이 가능한 4개 업권 3503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개 가상화폐 거래소의 94개 집금계좌 가운데 14개가 위장계좌로 파악됐습니다. 이들 거래소 가운데 다른 사람 이름의 위장계좌로 영업 중인 곳은 11곳이었습니다. FIU는 적발된 위장계좌에 대해 거래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FIU는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 마감일인 9월 24일까지 이 같은 집금계좌 모니터링을 지속한다는 방침입니다. FIU 관계자는 “신고기한 만료일까지 한시적으로 영업하면서 사업을 폐업하는 등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거래소 이름과 집금계좌 이름이 다른 경우는 위장계좌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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