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둘로 쪼갠다고 제2의 ‘형제의 난’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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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둘로 쪼갠다고 제2의 ‘형제의 난’은 없을까?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2.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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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지주사 체제 전환… 장기적 독립 체제로 경영권 분쟁 차단
선대 회장 계열 분리 상속 방식 채용… 각종 소문 잠식 효과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 /사진=효성그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 /사진=효성그룹

2014년 당시 조현문 부사장이 조현준 회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 후 형제간 경영권 분쟁 리스크에 시달려온 효성그룹이 사실상 계열분리를 통한 독립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의 로드맵을 정했다. 이로써 최근까지 시중에서 떠돌던 ‘형제간 지분 싸움 초읽기’ 등의 각종 소문도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효성은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비나물류법인(베트남), 광주일보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가칭 ‘㈜효성신설지주’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조현상 부회장이 효성신설지주 대표를 맡고 조현준 회장은 ㈜효성을 맡아 기존 주력사업을 이끄는 게 주요 골자이다. 존속 지주회사인 ㈜효성은 효성티엔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TNS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안건은 6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자로 분할 등기가 이뤄져 7월 29일 변경상장과 재상장 절차를 밟게 된다.

㈜효성의 회사분할 계획서 내용.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효성의 회사분할 계획서 내용.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분할 비율은 순자산 기준으로 ㈜효성 0.82대 신설지주 0.18로 정했다. 존속 지주사 산하 기업의 연간 매출은 19조원 가량이고 신설 지주사는 7조원대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재계에선 효성그룹이 이번 독립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사실상 계열분리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2018년부터 그룹 공동경영을 하면서도 각자의 분야에서 사실상 독립적인 영역을 구축했고, 이번에 2개 지주사로 사업분야를 나눠 사실상 계열분리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한다.

효성은 10년 전인 2014년 ‘형제의 난’을 겪으며 한차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조 회장과 주요 임직원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사법 리스크가 잇따라 불거지며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최근엔 조석래 명예회장이 고령인데다 건강이 악화하면서 형제간 그룹 지주사인 ㈜효성의 지분 싸움을 예상하는 각종 예측이 꼬리를 물었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각각 21.94%, 21.42%로 불과 0.52%포인트에 불과하고, 조 명예회장이 10.14%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아직 누구에게도 증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재계에선 조 명예회장 유고 시 장남인 조 회장이 지분을 상속하더라도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조 부회장이 지분 매입과 우호세력 등을 동원해 경영권 싸움에 나설 가능성을 점쳐 왔다.

㈜효성이 이번에 2개의 지주회사로 재편하는 것도 형제간 분쟁을 우려한 조 명예회장의 생각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홍제 효성 창업주가 장남인 조석래 명예회장에게 효성을 물려주고 둘째 조양래 명예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셋째 조욱래 회장에게 DSDL(옛 동성개발)을 물려준 것처럼 계열분리를 통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분쟁 가능성을 생전에 차단하려 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업계에선 두 지주사가 향후 계열사간 상호 지분 정리를 통해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각자의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완전히 계열 분리하는 절차를 밟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효성의 계열사인 효성중공업은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을 중공업부문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우 부회장은 행시 27기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 통상차관보, 제2차관을 역임했고, 2020년부터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다음 달 25일까지인 임기를 채울 것으로 전해졌다. 우 대표 선임 안건을 처리할 효성중공업의 정기 주총은 다음 달 14일 열린다.

㈜효성 이사회 의사록 중 분할신설회사의 사내이사 선임 내용.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효성 이사회 의사록 중 분할신설회사의 사내이사 선임 내용.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또 ㈜효성 이사회는 신설지주회사의 사내이사로 조 부회장(대표이사)과 안성훈 효성중공업 부사장(대표이사), 신덕수 ㈜효성 전무를 선임하고, 사외이사로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오병희 전 서울대병원장, 이상엽 카이스트 부총장, 김진수 ㈜툴젠 고문을 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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