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의 도 넘은 ‘오너 배 불리기’, 자진상폐로 마침표?
상태바
동원산업의 도 넘은 ‘오너 배 불리기’, 자진상폐로 마침표?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2.20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뒷걸음 실적’인데 김재철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 331억 챙겨
동원엔터 합병 때도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대주주만 배 불리기’ 지적
자사주 소각으로 최대주주 지분 90% 육박… ‘상폐 불안감’ 모락모락
동원그룹 사옥. /사진=동원그룹
동원그룹 사옥. /사진=동원그룹

2년 전 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합병과정에서 납득 어려운 합병비율로 ‘오너 일가만의 배불리기’라는 비난이 폭주했던 동원산업의 거침없는 행보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자사주 매각 결정으로 자진 상장폐지 우려를 높이더니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정책을 유지, 오너 일가가 300억원대가 넘는 배당금을 챙기면서 눈길을 끌고 있어서다.

동원산업은 최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8조9483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보다 0.9%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4644억원으로 6.1%가 줄었고 당기 순이익은 2716억원으로 8.4%가 감소했다.

동원산업은 하지만 최대규모 배당을 실시한 지난해와 똑같이 주당 110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 지분 2156만9875주(46.40%)를 가진 김남정 부회장은 237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고, 16.66%(774만2020주)를 보유한 김재철 명예회장은 85억여원을 챙기게 된다. 또 이들을 제외한 오너 일가가 851만여주를 갖고 있어 93억여원의 배당금을 수령하게 된다. 최대주주를 포함한 오너 일가가 331억여원을 챙기게 된 것이다.

동원산업은 지난달 16일 이사회를 열고 자기주식 보통주 1046만770주를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22.5%에 달하는 규모였다. 소각 기준일인 5월 2일 이후엔 자사주 소각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가 4648만2665주에서 3602만1895주로 줄어들게 된다. 이 가운데 최대주주 등이 소유한 주식은 김남정 부회장의 2156만여주를 포함해 3168만1676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88%를 차지하게 된다.

김재철 동원산업 명예회장(왼쪽)과 김남정 부회장. /사진=동원그룹
김재철 동원산업 명예회장(왼쪽)과 김남정 부회장. /사진=동원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90%에 육박하면서 시장에선 동원산업이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져 나갔지만, 동원그룹 측은 “전혀 계획이 없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현행 상법에서는 지배주주 보유주식과 자사주 합계가 발행주식의 95% 이상이면 자진 상장폐지를 할 수 있다. 시장에선 동원산업 최대주주 특수관계인과 경영진이 지난해부터 잇달아 주식을 매입한 사실을 들며 여전히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지분율 7%만 늘리면 언제든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동원산업이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경영판단을 내리기 위해 자진 상폐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동원산업의 현금성 자산은 1조1571억원(연결 기준)에 달해 자진 상폐를 할 경우, 주주 간섭없이 공격적인 M&A에 나서거나 자산 매각과 고배당 정책 등을 펼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시장은 동원산업의 행보에 신뢰를 보이지 못하는 이유로 2년 전인 2022년 4월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꼽고 있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합병 신설법인인 동원산업의 지분율을 높게 가져감으로써 ‘대주주 배불리기’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당시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62.7%를 가진 동원엔터프라이즈였고 김 부회장이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8.27%를 보유하고 있었다. 처음 동원엔터프라이즈 1주당 동원산업 3.84주로 합병비율을 정했다가 1대 2.7로 재조정했지만, 결국 김 부회장이 동원산업 지분 43%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업계에선 자사주 매각으로 동원산업 지분율이 훌쩍 높아져 고배당 성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액주주의 물량이 적기 때문에 배당금을 오너 일가가 독식할 수 있고 향후 필요한 상속세 재원도 손쉽게 쌓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