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파크 이어 온 국민 마음 붕괴시킨 정몽규의 ‘헛다리 짚기’ [마포나루]
상태바
아이파크 이어 온 국민 마음 붕괴시킨 정몽규의 ‘헛다리 짚기’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2.15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고집, 참사 자초… 책임론 뜨거워
경영인으로도 판단 미스, 공감 능력 부족에 국민 실망
클린스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클린스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거센 비판을 받아온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경질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15일 회의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는 클린스만 감독도 화상을 통해 참여했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스타 플레이어를 다수 보유,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졸전을 거듭하다 전 국민을 실망과 좌절에 빠뜨린 대표팀 감독의 리더십 공백과 전략 부족 등 자질을 질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클린스만과 함께 또 다른 여론의 화살이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향하고 있다.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관련해 고집을 부려 일을 망쳐 놓고도 그동안 책임지기는커녕 아무 해명조차 않은 채 숨어서 상황만 지켜보는 식으로 일관, 조직의 리더로서 낙제점이라며 동반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이 큰 사고가 있을 때마다 보여온 ‘헛다리 짚기’, ‘뒷짐지기’ 등 판단 미스와 책임 회피 행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기업 CEO, 경제인으로서 보여온 일처리 스타일에서도 수 차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그가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 있던 2021년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때도 그랬다. 그는 아이파크 붕괴 사고 1주일만인 2022년 1월 17일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HDC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수행해야 할 위치에서 무책임하게 사퇴한데다 HDC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도피성 사퇴’라는 비난을 샀다. 이에 대해 HDC현산 측은 "당시 정 회장이 광주 현지에 머물며 현장을 지휘하고 사후 조치에 최선을 다했다"며 "정 회장이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얘기는 잘못 전달된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지난달에는 6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2주기 추모제가 열렸지만 정 회장은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추모제에 참석해 고인들의 넋을 달래고 사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길 바랐던 유족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의 공감 능력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기업의 존립가치는 없다”며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그의 말이 잠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립싱크’,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비친 것이다.

그의 경영인으로서의 판단력을 의심케 하는 대표적 사례로는 2019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가 꼽힌다. 당시 아시아나의 부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어서 다른 대기업들이 인수를 꺼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듬해 결국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계약금 2100억원만 날리는 우를 범했다. 또 계약금과 관련해 수차례 소송을 반복하며 경제계에서 도덕성을 상실한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는 정 회장이 크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책임론과 일견 닮아 있기도 하다. 정 회장이 협회 관계자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고 클린스만을 감독으로 영입했고, 경질할 경우 70억원 안팎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 의무를 떠안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 회장이 클린스만의 세계 축구계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 당초 클린스만이 후보군에 없었음에도 무리수를 뒀다고 일갈한다. 정 회장이 자신의 정치력을 넓히기 위해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등한시한 채 무책임하게 클린스만을 밀어붙였다는 주장이다. 주위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강행한 결정이 결국 ‘헛다리’가 된 셈이다.

요르단과의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경기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요르단과의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경기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이번 아시안컵에서의 졸전에 분노한 시민단체들은 클린스만과 정 회장의 책임을 물어 동반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일부 단체는 정 회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리더로서의 무능을 넘어 경기가 끝난 후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이제 아시안컵에서 실패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철저히 따져 보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직면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고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것인지, 구태에 갇혀 후진적 축구를 반복할 것인지 결단을 내릴 때다. 한국 축구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선수 발굴, 경기 운영, 관리 체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근간에 깔고 이를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십을 갖춰야 할 시점이다. 국민 모두가 수긍하고 환영할 수 있는 결단을 기대해 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