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브루투스인가? [오인경의 그·말·이]
상태바
당신은 브루투스인가?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4.01.30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집권 여당 내부에서 느닷없이 터져 나온 파열음 때문에 정치평론가들이 온통 야단법석이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이었으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렵다. 이른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의 거대한 충돌이 사소한 계기들 때문에 연쇄반응을 일으킨 듯하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 부인의 명품 가방 수수를 둘러싼 인식 차이가 갈등의 중심을 구성하는 듯하다. 한 꺼풀만 더 파고들면 그 속엔 권력을 둘러싼 무서운 갈등이 내재해 있음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임기가 무려 40개월이나 남은 시기에 벌써 미래 권력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최고 통치자에게는 결코 묵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불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 턱없이 낮은 지지율 때문에 고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형편없이 낮은 지지율은 자업자득에 가깝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에 시달려 온 국민 눈높이와 한참이나 동떨어진 졸속을 거듭해 온 탓이다.

가뜩이나 낮은 대통령 지지율을 더욱 짓누르는 요인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마저 거부한 데 더해, 영부인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둘러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자꾸만 궤변을 덧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법이나 영부인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이나, 하나같이 우물쭈물하다가 사건을 눈덩이처럼 키운 측면이 강하다. 디올 핸드백 수수 사건은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이름과 단단히 결합해 이미 전 세계 언론들이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형국으로까지 발전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표방한 대통령 입장에서 보자면 이보다 당황스럽고 고약한 노릇도 없을 터이다.

현 정권 출범 이후 거듭된 실책들 때문에 여태껏 단 한 번도 국민으로부터 만족스러운 지지율을 끌어내지 못한 게 윤석열 정권의 현주소다. 지난 대통령 선거의 일등 공신이나 다름없던 젊은 당 대표를 무리하게 축출하면서부터 당정 관계는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후임 당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무리수가 뒤따랐고, 끝끝내 물러나게 만드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자칫 다가오는 총선에서 대패하면 곧바로 레임덕을 맞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에 내몰리자, 이번에는 정치 경험이 전무한 현직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웠다. 현 정권을 상징하는 핵심 인물을 긴급하게 구원투수로 투입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내치려고 시도했다. 아무리 정치 경험이나 정무 감각이 부족한 검사 출신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이토록 어이없는 실책들을 거듭할 수 있을까 싶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전국을 돌며 마치 벌써 대권 가도에 뛰어든 것처럼 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휩싸였다. 그토록 정치 경험이 일천했던 인물이 그토록 빨리 대중들의 열광과 마주한 경우도 드물 듯싶다. 대중들의 환호를 한번 경험해 본 사람은 그 짜릿한 흥분을 결코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는 법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도 일찍이 다음과 같은 명문장을 남겨놓았다.

애덤 스미스. /사진=위키백과
애덤 스미스. /사진=위키백과

야심과 같은 격정에 일단 마음이 완전히 사로잡혀 버리면 경쟁자도 후계자도 용납을 하지 않는다. 대중의 감탄을 한몸에 받는 데 익숙해 있거나 혹은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다른 모든 쾌락은 혐오스럽거나 시들해진다. 실각한 모든 정치가들이 스스로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야심을 극복하고, 이제는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명예심을 멸시할 것을 배우지만, 그러나 실제로 이에 성공한 사람은 얼마나 극소수에 불과하였던가? 그들 대부분은 맥 빠지고, 무미건조한, 나태한 상태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들의 존재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처지에 놓여 있음을 생각하고 분노하고, 개인적인 생활의 거의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질 수도 없고, 자신들의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이야기할 때 외에는 어떤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어떤 허망한 계획을 꾸미고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만족감도 느끼지 못한다.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중에서

권력의 속성은 이토록 무섭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취임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 떠오르자, 권력 최상부에서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영부인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만 하더라도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해 한 달이 넘도록 전전긍긍해 온 터인데, 내심 ‘임시 관리인’ 정도로 여기고 당을 맡겨놓은 비대위원장의 인기가 나날이 솟구치기 시작하자 최고 권력자의 심기가 얼마만큼 불편했을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엄연한 집권 여당의 대표를 아무런 명분도 없이 축출하려고 시도했다는 사실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그토록 나쁜 타이밍에, 더군다나 동조하는 세력조차 그토록 보잘것없었는데 말이다.

카이사르의 암살. /사진=위키백과
카이사르의 암살. /사진=위키백과

고대 로마 공화정 말기의 최고 권력자였던 카이사르조차 자신이 가장 믿고 아끼던 부하의 칼에 찔려 죽었다. 카이사르가 대낮에 원로원에서 암살당한 건 공화정을 끝장내고 로마의 황제가 되고픈 카이사르의 야심 때문이었다. 그토록 위대한 인물도 결국 더 큰 권력을 탐내다 죽은 셈이었다. 암살에 가담한 인물 중에는 카이사르가 아들처럼 보살피던 브루투스도 끼어있었다.

마르쿠스 브루투스. /사진=위키백과
마르쿠스 브루투스. /사진=위키백과

브루투스 가문은 옛날부터 로마 공화정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그의 조상 가운데 유니우스 브루투스는 고대 왕정을 끝장내고 공화정의 초대 집정관을 지낸 인물이었다. 공화정 말기의 브루투스는 이러한 집안 내력 때문에 카이사르를 암살하기 이전부터 로마 시민들로부터 익명의 편지를 여러 통 받았다. “브루투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이 진정한 브루투스인가?” 등등.

역사가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을 통해 카이사르가 암살당하는 과정을 상세히 전한다. ‘최후의 그리스인’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가 붙은 그 역사가의 문장에 따르면, 브루투스가 카이사르를 암살하기로 마음먹게 된 결정적 까닭은 ‘카이사르에게 아첨하는 이들의 경솔한 행동 때문이었다’라고 한다. ‘그들은 민중의 이름을 빌려 카이사르에게 온갖 영광을 주려 했고, 한밤에 카이사르 동상 위에 왕관을 씌워놓아, 집정관을 넘어서 왕으로 내세우려 했다’라고도 지적한다. 말끝마다 국민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경솔한 언행들이 국민 눈높이에서 얼마나 멀찌감치 동떨어져 있는지를 되살필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