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컷에 들썩 ‘한동훈 테마주’ 무엇이 문제인가?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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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컷에 들썩 ‘한동훈 테마주’ 무엇이 문제인가?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3.12.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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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연관관계 찾기 어려운 종목들 우후죽순 급등락… 향후 주가도 급변동 불가피

바야흐로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동훈 테마주’다. 지난달 하순에 강남의 어느 갈빗집에서 현직 법무부 장관이 배우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발단이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일파만파로 번져나간 ‘갈비 효과’가 정치적인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그 파장이 점점 더 확산되는 형국이다. 한동훈 장관은 정치에 입문하기도 전에 벌써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급작스레 사퇴하고 나자, 그는 하루아침에 유력한 비대위원장 후보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의 움직임이 변화무쌍할수록 그 인물과 연관된 종목들의 주가 변동 또한 극심한 변동을 겪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특정한 인물이 급작스레 대선주자로 나서는 바람에 주가가 급변했던 사례는 오래전에도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서울의 봄’으로부터 12년쯤 지난 1992년의 일이다. 최후의 군사정권이었던 노태우정권이 저물던 무렵 ‘3김’으로 불리던 유력 대권주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였다. 그때 돌연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재벌 회장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며 국민당까지 일사천리로 창당하고 나서자, 현대그룹의 주식들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기업이라는 조직이 한순간 정치활동에 휩쓸려 들어가는 형국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운 세월이 더 흐르자 또다시 유명 기업인이 차기 대권을 노리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안철수연구소를 경영하던 의사 출신 기업가 안철수 대표였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젊디젊은 정치 신인이 정치판에 뛰어들자, 안철수연구소(안랩)의 주가는 가파르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2011년 3월 무렵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안랩 주가는 2012년 1월까지 급등을 지속한 끝에 겨우 가라앉았다. 그 이후로도 정치인 안철수의 예측 불가능한 정치 행보에 따라 주가는 5년마다 주기적으로 급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윤석열정권이 출범하기 직전에 안철수 후보가 보여준 놀라운 행보는 안랩 주가를 10년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안랩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다음 날 거래대금은 무려 1조3661억원에 달했다. 당일 시가총액의 94.1%가 거래된 셈이다.

이번에 한동훈 장관이 주식시장에 불러일으킨 갈비 효과 또한 그리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모양이다. 그는 여전히 현직 법무부 장관 신분인 데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더라도 정작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까지는 너무나 긴 여정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당장에 비대위원장이든 선거대책위원장이든 무슨 직함 하나를 덜컥 얻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그의 정치 경력의 출발점에 불과할 뿐이니 말이다. 그런데 소위 한동훈 테마주라 불리는 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은 예전과는 또 다른 양상을 띠는 듯해서 우려스럽다. 도무지 실질적인 연관관계를 찾으려 해봐야 찾아보기도 어려운 종목들이 우후죽순 급등락을 보일 뿐만 아니라, 유통 물량이 극히 적은 몇몇 우선주들이 연일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대량 거래와 함께 급등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동훈 테마주로 언급되는 몇몇 우선주는 시가총액이 불과 65억∼191억원에 불과한 상태에서 급등한 끝에 시가총액이 바닥권 대비 2.4배에서 7.2배까지 단기간에 수직으로 상승했다. 해당 종목의 보통주와는 또 다른 흐름이다. 특히 이들 우선주는 최근의 급등 국면에서 시가총액을 몇 배씩이나 초과하는 대량 거래가 수반되었기 때문에 향후로도 급변동을 동반하는 불안한 주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테마주로 불리는 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은 예측이 불가하다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마치 레밍스처럼 순식간에 이쪽저쪽으로 마구 내달리는 주가 흐름을 어떻게 예측하겠는가. 거품의 원인 대부분은 뭔가 새로운 것으로 인한 커다란 횡재에 대한 기대로부터 비롯된다. 여기에 흥분한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행위 내지 최소한 군중 행위를 보이게 된다. 그러나 결국 광란의 소용돌이는 꺼지기 마련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 사람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은 일견 진실이지만, 언제나 너무 늦지 않았을 때만 그렇다는 조건이 뒤따른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투기는 소설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이다... 전 사회구성원이 이성의 고삐를 풀어 제치고 황금을 뒤쫓아 마구 달려갈 뿐만 아니라, 도깨비불에 홀려 곤경에 빠질 때까지 실체를 깨닫지 못하는 사건들이 어찌 재미없고, 지적이지 못하다는 말인가?” -에드워드 챈슬러 <금융투기의 역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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