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세제 개편, ‘스탠다드’는 몰라도 부자감세는 안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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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표 세제 개편, ‘스탠다드’는 몰라도 부자감세는 안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7.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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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감세보다 다주택자 종부세, 재벌 법인세 혜택 훨씬 커… 서민·중산층 반발 클 듯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부세 감면에 대해 “최근의 시장 상황을 보면 부동산시장이 조금 너무 침체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에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기획재정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부세 감면에 대해 “최근의 시장 상황을 보면 부동산시장이 조금 너무 침체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에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기획재정부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은 중산층과 서민의 세 부담 감면을 위한 것이다.”

오늘(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밝힌 생각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법인세는 국제적인 스탠다드(기준)에 맞춰서 우리 기업의 대외경쟁력도 강화하고 투자도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관련 감세에 대해서는 중산층과 서민까지 언급하며 “징벌적 과세 정상화”라고 설명했습니다.

22일 윤석열정부 첫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6%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과세표준(과표) 1200만원 이하 구간을 1400만원 이하로, 15% 세율이 적용되는 1200만∼4600만원 이하 구간을 1400만∼5000만원 이하로 각각 200만, 400만원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득세 부담이 많게는 83만원 줄고, 과표 5000만∼8800만원 구간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됩니다.

소득세 개편으로 세금 부담이 많게는 83만원 줄고, 과표 5000만∼8800만원 구간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자료=기획재정부
소득세 개편으로 세금 부담이 많게는 83만원 줄고, 과표 5000만∼8800만원 구간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자료=기획재정부

정부는 이와 함께 법인세 최고세율도 25%에서 22%로 내립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1%도 안 되는 100개 정도의 대기업이 4조1000억원의 세금을 덜 내는 혜택을 보게 됩니다. 반면 5억원 이하의 이익을 낸 작은 기업들의 법인세율은 절반으로 깎기로 했는데, 감면세금은 대기업들의 절반 수준인 2조4000억원입니다.

이러한 세금보다 가장 많이 깎아주는 것은 이른바 ‘부자세금’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입니다. 종부세 최고세율을 6%에서 2.7%로 절반도 안 되게 깎아주는 것입니다. 특히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의 중과세를 없애는 것이 가장 파격입니다. 공시가격 20억원짜리 아파트 2채 소유자의 기존 종부세는 5133만원인데, 바뀐 세법에 따르면 951만원으로 81% 줄어듭니다.

법인세율 인하로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1%도 안 되는 100개 정도의 대기업이 4조1000억원의 세금을 덜 내게 된다. 반면 나머지 기업의 감면세금은 대기업들의 절반 수준인 2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자료=기획재정부
법인세율 인하로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1%도 안 되는 100개 정도의 대기업이 4조1000억원의 세금을 덜 내게 된다. 반면 나머지 기업의 감면세금은 대기업들의 절반 수준인 2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자료=기획재정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최근의 시장 상황을 보면 부동산시장이 조금 너무 침체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에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추 부총리는 이날(22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올해 12월 종합부동산세 고지서에 경감된 세 부담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세제 개편이 정부안대로 이뤄지면 세수(세금수입)는 13조원 넘게 줄어들 전망인데, 이명박정부 집권 첫해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규모입니다. 특히 재정건전성 강화를 부르짖던 윤석열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에 돌아가는 감세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앞으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종부세율 인하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로 공시가격 20억원짜리 아파트 2채 소유자의 종부세는 5133만원에서 951만원으로 81% 줄어들게 된다. /자료=기획재정부
종부세율 인하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로 공시가격 20억원짜리 아파트 2채 소유자의 종부세는 5133만원에서 951만원으로 81% 줄어들게 된다. /자료=기획재정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가진 자들만을 위한 ‘부자 감세’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곧 간접세 등을 통한 보이지 않는 ‘서민 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도 큽니다.

“가진 자와 있는 자들의 대통령이 되어서 얻게 되는 것이 뭘까?” “돈 없다고 민영화하고 외환 금고 다 터는 주제에 부자들 감세하고 빚투족 구제를 해?” “그래 있는 사람들 살기 좋게 해주고 없는 사람들 죽게 내쳐두고~ 잘한다” “세금 때문에 뭘 못하냐 사상 최대 실적 올린 회사가” “다주택자 종부세감면은 잘못된 정책. 정부 정책 믿고 성실하게 1주택 유지한 사람들은 바보 되나요. 무주택자들은 더 바보 되나요. 이건 아닌데” “이번 정부는 세금 주도 성장이니? 걱정스럽다” “부자감세, 이제 곧 서민증세 옵니다”.

“다주택자 세금 깎아준 거 개처럼 일하는 서민들이 13조원 메꿔야지 뭐. 대놓고는 못 하니 간접세를 건드리겠지” “직장인은 몇십만원, 부자기업 오너들과 부동산 부자들은 몇천만원씩 깎아주는 아주 훌~~~륭한 감세다 그지?” “금리 올라가서 집값 잡고자 하면 쉽게 잡을 수 있을 텐데 이 정도면 그냥 잡기 싫은 것도 아니고 하방 지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뿜뿜하신가 보네” “다주택자 세금 대폭 감면해주는데 왜 다주택자가 아닌 것들이 나서서 찬성해주지??. 희한하네” “강남정책이네~~ 국민에겐 껌값 주고 지네들은 몇천만원씩”.

윤석열정부 첫 세제 개편안은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에 돌아가는 감세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앞으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윤석열정부 첫 세제 개편안은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에 돌아가는 감세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앞으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지난달 10일 윤 대통령이 용산공원 이름을 바꾸는 것과 관련해 드러낸 생각입니다. 그는 이번 “재벌 대기업을 위한 감세” 지적을 받는 법인세 완화에 대해, 국제적 ‘스탠다드’에 맞췄다고 밝혔습니다. 서민은 스탠다드는 몰라도 누구를 위한 세제 개편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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