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왜 미국처럼 공매도 담보비율(을) 기관(과) 개인 모두 150%로 변경 못 하는가?”
지난 20일, 기자에게 한 독자가 사과 폰으로 보내온 이메일 말머리입니다. 증시 선진국인 미국처럼 ‘공매도 담보비율(150%) 동일한 상향 적용’이 대안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현재 공매도 물량의 약 90%는 상환하게 될 것이고, 증시도 안정화할 것이라는 게 독자의 주장입니다. 왜 우리나라 공매도 담보비율은 ‘개인 140, 기관·외국인 105%’로 기울어진 운동장일까요.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 TF’ 2차 회의에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돼 면밀한 점검을 지속해야 한다”라며 “비상대응 점검체계를 보다 강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그러면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타날 금융시장 10대 핵심리스크를 중점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0대 핵심리스크는 크게 ▲증시와 기업자금시장 등 ‘금융시장 상황’ ▲보험사 지급여력비율(RBC) 등과 같은 ‘금융업권 건전성 및 유동성’ ▲가계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 한계기업 등의 ‘실물경제’ 위험 등 3가지로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특히 증시 변동성 확대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으로 ‘공매도 손질’이 효과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공매도 금지해라” “이건 욕 좀 먹어야 된다. 공매도 상환기간 걸어라. 무제한 무차입 공매도 말고” “엄중히 한다면서 외면하는 기법을 쓰겠지. 공매도 금지만 해도 환율상승 멈출 거다. 같은 편이니? 공매도랑” “한시적 공매도 금지라도 시행하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척이라도 해라. 정부에서 이 위기 상황에 내놓은 대책이 대체 뭐가 있나. 환율도 못 잡아, 물가도 못 잡아, 주식시장 떠나는 외국인도 못 잡아. 정말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유가증권(코스피)시장 공매도 잔액은 11조7658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말 12조2879억원보다 4.24% 감소한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공매도 잔고 수량은 3억1855만주에서 3억3299만주로 4.53% 증가했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잔액은 줄었지만, 공매도 수량은 늘어난 것입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도 공매도 잔액은 3조7935억원에서 3조4670억원으로 8.6% 감소했으나,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6%에서 1.01%로 커졌습니다. 공매도 잔액 대량보유자 현황을 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지난 20일 기준, 공매도 잔액 대량보유자(중복 포함) 가운데 비엔케이투자증권·메리츠종합금융·타이거자산운용투자자문을 빼면 모두 외국 IB(투자은행)입니다.
중복을 제외하면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피엘씨(대량보유 29개 종목) ▲메릴린치인터내셔날(대량보유 19개 종목)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대량보유 15개 종목) ▲제이피모간증권회사(대량보유 5개 종목) ▲유비에스에이쥐(대량보유 3개 종목) ▲맥쿼리은행(대량보유 2개 종목)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회사(대량보유 1개 종목)로 좁혀집니다.
이들이 가진 공매도 종목은 ▲GKL ▲HDC현대산업개발 ▲HMM ▲KEC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이노텍 ▲OCI ▲PI첨단소재 ▲SH에너지화학 ▲SKC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금호석유 ▲대우조선해양 ▲대창 ▲대한전선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두산퓨얼셀 ▲롯데관광개발 ▲만도 ▲명신산업 ▲삼성중공업 ▲셀트리온 ▲쌍용차 ▲써니전자 ▲씨에스윈드 ▲아모레G ▲아모레퍼시픽 ▲에스엘 ▲윌비스 ▲유한양행 ▲이리츠코크렙 ▲인스코비 ▲일진머티리얼즈 ▲케이카 ▲크래프톤 ▲포스코케미칼 ▲한국콜마 ▲한솔홈데코 ▲한전KPS ▲한전기술 ▲한화생명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로템 ▲현대미포조선 ▲현대약품 ▲호텔신라 ▲호텔신라우 ▲효성첨단소재 ▲효성티앤씨 등 모두 52개입니다.


공매도 종목 대량보유자는 유비에스에이쥐(스위스)와 맥쿼리은행(오스트레일리아)을 빼면 모두 영국 IB입니다. 공매도 종목 시총의 0.5% 이상 보유하면 매일 공시의무가 발생합니다. 셀트리온을 공매도로 대량 보유한 메릴린치인터내셔날을 보면, 최초 공시의무 발생일이 2018년 1월 31일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이들 IB 가운데서도 특히 눈에 띄는 건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피엘씨’입니다. 금융당국과 시장 전문가들이 애면글면하는 ‘모간스탠리’라는 이름입니다.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하는 이유로 드는 ‘MSCI’ 선진지수의 그 모간스탠리(MS)입니다. 개인들은 이러한 이유로 상환기간 설정과 함께 외국인의 공매도 담보비율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과 증권사에 대한 주식대차 담보비율은 105% 이상부터 시작됩니다. 삼성전자처럼 대차가 쉬우면 담보비율이 105%이고, 대차가 어려운 종목일수록 담보비율이 높아지는 형식입니다. 반면 개인의 신용대주 담보비율은 140% 이상부터 시작됩니다. 외국인의 상대적 특혜가 지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입니다.
외국인은 적은 자본금으로도 공매도를 칠 수 있어,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국과 금투업계가 MSCI 선진지수 편입 조건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를 내건다면, 선진국 증시인 미국처럼 ‘개인과 기관 모두 동일하게 공매도 담보비율 150%를 상향 적용’하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말머리에서 소개한 독자의 이메일이 전송된 시간은 지난 20일 증시가 마감한 오후 6시 47분이었습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49.90p(2.04%) 빠진 2391.03으로 2400선마저 내줬고, 코스닥은 28.77p(3.60%) 급락한 769.92를 기록했습니다. 오늘(23일)도 코스피와 코스닥은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습니다. 동학개미가 바라는 건 ‘공정한 자본시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