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진 울린’ IMF 외환위기, 환율전망과 한미 통화스와프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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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진 울린’ IMF 외환위기, 환율전망과 한미 통화스와프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6.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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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350원’ 찍고 9월 이후 점진적 하락 점쳐… “통화스와프 왜 재연장 안했나”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나오는 백이진(남주혁)은 아버지가 사업 부도로 아픔을 겪은 IMF 세대이다. /사진=티비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나오는 백이진(남주혁)은 아버지가 사업 부도로 아픔을 겪은 IMF 세대이다. /사진=티비엔

“세계 8위 자리마저 사우디아라비아에 내줬다.”

지난 7일 한국은행이 ‘4월 말 외환보유액 순위’를 내놓자, 25년 전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IMF(국제통화기금) 세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펜싱부 해체와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아픔을 겪은 나희도(김태리)와 백이진(남주혁)이 그들입니다. IMF 세대가 쉰둥이가 된 해, 환율이 심상치 않습니다. 1300원을 줘야 1달러를 가질 수 있습니다.

환율이 갑자기 크게 오르면, 수입 물가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이 더욱 빨라집니다. 환율이 뛰면 수출기업이 특수를 누린다지만, 최근의 고환율은 글로벌 경기 불안 및 원자재값 급등과 맞물려 재미를 보지 못합니다. 따라서 정부 당국도 기준금리를 빨리, 크게 올리는 수밖에 대응 카드가 없습니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 가능성이 커진 이유입니다.

지난 4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가 한 계단 내려갔다. /자료=한국은행
지난 4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가 한 계단 내려갔다. /자료=한국은행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6원 내린 1298.2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전날에는 1301.8원을 기록, 2009년 7월 13일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1300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선 건 1997년 IMF 외환위기,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단 세 차례였습니다.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원/달러 환율이 3분기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규연 연구원은 “현재 원화 강세를 이끌만한 요인이 없다”라면서 “1300원에 대한 레벨 부담으로 외환 당국의 실개입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지선 돌파로 인한 패닉 바잉은 쏠림 현상을 유도해 경계감은 유효하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하반기 원/달러 환율 상단은 13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며 “미국 인플레이션의 피크아웃(peak out, 정점을 찍고 하락) 여부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3분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한 뒤, 9월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한다는 전망입니다. 그러면서 분기별 평균 환율을 ▲2분기 1260 ▲3분기 1290 ▲4분기 1245원(연평균 1250원)으로 점쳤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320~1350원 선까지 치달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한국의 수출 전망도 악화해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달러당 1350원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환율이 뛰자 누리꾼들은 지난해 말 끝난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다시 맺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환율이 뛰자 누리꾼들은 지난해 말 끝난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다시 맺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도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경기 침체를 100% 감안하겠다는 얘기”라며 “7월 초에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어떻게 발표될지에 따라 당분간은 달러당 1280~1320원 사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이 시장의 방향성을 바꾸기 어려운 만큼 정책 공백기에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1350원까지 오버슈팅(일시적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환율 예상에 누리꾼들은 믿을 수 없다며, 당국의 늑장 대응에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통화스와프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너희같이 실력 없는 것들이 무슨 예측이나? 1천원대에 니들이 9백원대 간다고 말한 후부터 지금까지 올랐다 이것들아” “9월 이후 급등하겠네” “점쟁이가 분석했구먼! 근거가 부족하고, 대충 그럴 것이라고 하네! 한국의 애널들이 능력 부족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거라! 애널들아!” “주식 하는 낮에는 하락하는 듯하다가 주식장 끝나면 달러 상승,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정부는 국민의 절규가 안 들립니까”.

“한은이 연준 따라 (기준금리) 올리면 가계, 기업, 자영업자 부채 부실 촉발. 한은이 안 올리고 버티면 달러부족, 외환위기 가능성, 어떻게 하든 주옥같은 일만 남았음” “환율방어 안 해? 통화스와프 체결 안 하냐” “(바)이든 (대통령)이 왔을 때 (통화스와프) 재체결 시켜야지. (대통령) 측근들도 능력이 없구나” “통화스와프 빨리하시오” “통화스와프 시기 놓쳐서 지금 체결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고 봄. 1250 밑에서 했어야 해요”.

외환보유액이 줄고 환율이 뛰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떠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 여성 등에 업힌 아동은 이제 20대 후반이 되었을 것이다. /사진=국가기록원
외환보유액이 줄고 환율이 뛰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떠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 여성 등에 업힌 아동은 이제 20대 후반이 되었을 것이다. /사진=국가기록원

한편 환율이 뛰자 지난해 말 끝난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다시 맺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스와프’라는 용어를 쓴다”라며 우리 경제의 기초가 탄탄해, 그 단어를 쓰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습니다. 검사의 아들로 1997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소에서 일하던 김 차장은, IMF 세대와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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